뉴트렌드 - 보석·가구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의 조용한 골목길에 위치한 주얼리 숍 베켓에 들어서면 우선 예술적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보석 진열대는 대여섯 개뿐이고 우아한 그림과 조각이 99㎡(30평)의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베켓은 특별함을 추구하는 소수 부유층을 대상으로 최근 늘어나고 있는 ‘1인 맞춤식 주얼리 숍’ 중 한 곳이다. 특별한 간판도 없고 아는 사람만 입소문으로 찾는다.베켓은 사전 예약이 필수다. 고객이 오면 매장 문을 닫고 일대일 상담을 시작한다. 사전에 고객의 취향에 맞춰 진열대를 완전히 재배치한다. 이 가게 박명재 디자이너는 “진주를 좋아하는 고객이면 금고에서 진주로 된 작품들을 꺼내 진열한다”고 말했다. 베켓의 특징은 맞춤식 제작에 있다. 디자이너가 상담을 통해 고객 한 명 한 명에 맞는 제품을 그 자리에서 직접 만들어 준다. 박 디자이너는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금속공예과에서 주얼리 디자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해외 명품 보석 브랜드들도 ‘1% 고객’을 타깃으로 귀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 명품 주얼리 쇼메는 지난해 9월 극소수 고객만을 초청해 수백 년 된 ‘앤티크 주얼리’를 파는 행사를 열었다. 고객별로 시간대를 정해 프랑스 본사 보석박물관 관장이 직접 소장품을 가져와 제품마다 역사를 설명해 줬다. 이 행사에는 각 매장별로 매출액 상위 고객 10명씩만 선별 초청했다. 앤티크 주얼리는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쇼메가 특별히 관리하는 국내 최상위 VIP 고객은 1000명가량이다. 쇼메코리아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1년에 1억 원 정도 구매하는 고객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들 고객의 생일을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각종 경조사에도 신경을 쓴다. 선물도 고객 개인별 취향에 맞춰 세심하게 준비한다. 지난해 말에는 보석 원석을 가져다 놓고 고객이 원하는 대로 세팅해 주는 특별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했다.스와로브스키도 소수 고객을 위한 특별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각 매장별로 우수 고객을 선정해 이들만을 대상으로 사전 공개 행사를 갖는다. 스와로브스키는 거기에 더해 ‘SCS 멤버십 회원제’도 운영한다. 최근 오스트리아 본사 디자이너가 방한해 제품에 직접 사인을 새겨주는 이벤트를 회원 대상을 개최했다. 매년 독특한 테마로 제작되는 ‘리미티드 제품’도 SCS 회원들만 구입할 수 있다.티파니와 까르띠에는 100년 이상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는 ‘헤리티지 마케팅’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티파니는 3월 28일부터 예술의 전당에서 ‘티파니 보석전’을 열고 있다. 170년 역사의 티파니가 제작해 온 초특급 보석 컬렉션이 전시된다. 까르띠에도 오는 4월 말 덕수궁미술관에서 19~20세기 초 명품을 선보이는 대규모 보석전을 연다. 신흥 명품 브랜드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장인 정신과 희소성, 자사의 브랜드 철학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보석뿐만 아니라 명품 가구도 귀족 마케팅이 활발한 분야다. 최근에는 해외 수입 브랜드에 맞서 국내 가구 업체들이 역공에 나서고 있다. 한샘은 2006년 선보인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 키친바흐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구매 고객을 초청해 와인과 쿠킹 강좌를 여는 것은 기본이다. 다양한 제품 정보와 생활 정보를 담은 ‘키친바흐 매거진’을 격월로 발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신세계백화점과 공동 마케팅도 진행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명품 코너에 전시 공간을 마련해 쿠키와 차를 제공하며 제품 상담을 했다. 한샘은 이때 축적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본격적인 귀족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퍼시스는 지난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최고급 사무가구 ‘마르쿠스 시리즈’를 내놓고 VIP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다. 마르쿠스 시리즈는 내추럴 월넛 무늬목, 원목, 대리석 등을 사용해 무게감과 볼륨감을 극대화했다. 고급 소재들이 어우러진 깊이 있는 디자인을 통해서는 사용자의 위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