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에 이어 새 정부도 휴일 없는 ‘노 홀리데이’로 가고 있다. 청와대가 일요일에 수석 비서관 회의를 하는 데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 1회 현장 방문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각 정부 부처도 주말에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새 정부 장관들이 임명된 직후 주말인 지난 1~2일에는 대부분 장관과 차관 내정자들이 출근해 업무 보고, 현장 방문 등 일정을 소화했다.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8시로 1시간 30분이나 앞당기면서 경제 부처에도 ‘얼리 버드(early bird·일찍 일어나는 새)’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모두 7시에 출근하는 ‘아침형 인간’이기 때문이다.기획재정부는 매일 아침 8시에 일일현안회의를 한다. 매일 아침 현안을 점검하자는 취지로 강 장관과 최중경 제1차관,배국환 2차관, 직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의 정책홍보관리실장 등이 참석한다. 대부분 직원들은 예전처럼 9시에 출근하지만 현안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회의 준비를 위해 일찍 출근할 수밖에 없다.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윗사람일수록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며 “미국의 고위직 공무원들도 아침 일찍 출근하고 토·일요일도 없이 일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직원들은 적절히 쉬면서 일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기획재정부 내에서 쓸데없이 야근하는 것을 근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나에게 허가받지 않고 야근하는 직원들은 다 집으로 보내겠다”며 “윗사람들이 나왔다고 밑에서 나오는 것도 근절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재정부 관계자는 “강 장관이 실용을 강조하기 때문에 일이 없는 직원들까지 모두 일찍 출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국장들이 일찍 나와 일하는데 부하 직원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자연히 일찍 출근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찍 나오는 것 때문에 최근 잡은 저녁 약속을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역시 7시에 출근해 집무를 시작한다. 5일 첫 간부회의는 오전 7시 30분으로 이전보다 1시간 앞당겨졌다. 지경부 관계자는 “직전의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도 7시를 좀 넘은 시간에 출근했지만 직원들은 평소처럼 출근했다”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모든 정부 부처의 ‘얼리 버드’ 분위기에 간부회의까지 앞당겨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 안심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의 한 사무관은 “대선 전에는 공약을 만들라고 하고 대선 끝나니까 인수위 업무 보고 자료 만들고, 장관 취임 후에 또 업무 보고하고 몇 달 동안 야근은 부지기수고 주말에도 나왔다”며 “9시 출근 시간만은 지켜져야 하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특히 이 장관은 현장 방문을 일상화하고 있어 직원들 사이에서는 ‘주말에도 현장 방문이 계속되는 게 아니냐’는 우울한 목소리가 나온다. 이 장관은 주말인 1일과 2일 오전까지 업무 보고를 받은 후 인천에 있는 현대제철과 서울 방화동 방신시장을 잇따라 방문했다. 5일에는 반월·시화공단의 신성엔지니어링과 거양을 방문했고 6일에는 대전 대덕단지 기계연구원에서 생산기술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등 10개 출연연구원 원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7일에는 경제5단체장을 만났다. 일요일인 9일에는 서울 대치동의 가스공사 상황실을 방문해 해빙기 가스 안전 관리 실태를 확인할 예정이다.신임 위원장을 맞이한 금융위원회도 ‘얼리 버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예전부터 일찍 출근하는 게 생활화돼 있다”며 “세계은행 근무 때는 7시 이전에 출근했고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시절에는 6시 반에, 국제금융센터 소장 때는 그보다 이른 5시에 나왔다”가 밝혔다. 전 위원장은 “직원들에게는 일찍 나오라고 하지 않으니까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하면 된다”면서도 “(금융위) 가족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부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금융 정책과 금융 감독을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알고, 시장보다 앞서 나가야 한다는 게 전 위원장의 생각이다.정재형·한국경제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