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

2006년 9월 17일 런던 한복판에서 수상쩍은 이벤트가 벌어졌다. 한 청년이 자신의 옷가지며 신발, 가방을 불길 속에 던지고 있었던 것. 구경꾼들이 모여들고 TV의 카메라가 쉴 틈 없이 돌아갔다. 청년은 마치 혐오스러운 물건을 내던지 듯 자신이 20년 동안이나 모아 왔고 소중히 간직했던 브랜드 의류를 남김없이 ‘화형’시켰다. 그리고 이 이벤트는 영국 사회에 ‘브랜드’에 대한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다.패션 잡지 슬리즈네이션의 편집장이었던 이 문제적인 젊은이의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는 한 전도유망한 청년의 엉뚱하고도 기발한 브랜드 결별기다.저자는 말 그대로 독실하기 그지없는 브랜드 광신도였다. 최초의 ‘계시’는 어린 시절 저자의 운동화가 브랜드 제품이 아니라고 놀려대는 친구들이 내려줬다. 그때부터 저자는 브랜드 제품이 아니면 상대도 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 브랜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브랜드들은 일방적으로 나의 사랑을 받기만 할 뿐 나에게 사랑을 돌려줄 줄 모른다. 그들이 내게 약속했다고 내가 믿었던 그곳으로 나를 데려다주지 못한다. … 그들의 말은 순 거짓말이다.’깨달음을 얻은 이 배교자는 곧이어 브랜드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브랜드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매혹되는지, 그 매혹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짚어가며 브랜드의 허상을 벗겨낸다. 단순히 엉뚱한 발상을 실천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기보다 현대 소비 사회의 구조를 체험적으로 분석했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그의 결론은 이렇다. ‘브랜드 제품은 기대한 만큼 품질이 출중하지 않다. 명품과 대중적인 제품이 한 공장에서 생산되는 일이 다반사다. 품질의 우수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례는 극히 희귀하다.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은 제품 자체보다 욕망과 환상을 소비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사실 저자의 주장은 다소 극단적일 수도 있다. 실제로 ‘이건 좀 과한데’라는 느낌이 드는 구석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끝까지 흥미롭게 읽힌다. 저자의 심리 변화와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이 만드는 미묘한 갈등이 마치 소설처럼 극적인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정진홍 지음/21세기북스/360쪽/1만5000원현대 경영에서 가장 긴요한 것은 ‘통찰’이며 이를 기르는 첩경은 ‘인문학’이라고 주장한다. 진정한 차별성을 확보하는 데 인문학이 길잡이가 될 것이란 얘기다. 역사와 심리학, 인류학 등 박물학적 교양을 바탕으로 인문학과 경영의 만남을 시도한다. 청대의 황제인 강희제를 통해 융합과 혁신을 이야기하는 식이다. 스토리, 욕망, 유혹, 창의성 등 10가지의 테마를 기둥으로 삼았다.최동열 지음/여성신문사/260쪽/1만2000원재미 화가 최동열 화백이 자신의 삶과 예술을 그려냈다. 먼저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이 흥미롭다. 검정고시를 통해 열다섯에 대학에 입학했지만 이내 학업을 그만두고 열여섯 어린 나이에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이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독학으로 그림을 배워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화가가 됐다. 통상적인 삶을 한참 벗어난 셈이다. 그 와중에 예술이 탄생하는 과정이 퍽 인상적이다.패트릭 딕슨 지음/고빛샘 옮김/엘도라도/376쪽/1만3000원미래학자 패트릭 딕슨의 전망서다. 논리적으로 뽑아낸 300여 가지의 미래상을 6개의 카테고리로 묶어 정리했다. 속도전, 도시화, 부족주의, 세계주의, 급진주의, 윤리의식이 그것이다. 경제, 마약, 전염병, 북한, 종교, 여성 등 전방위적 소재를 다룬다. 초고속으로 변화하는 삶이 예상되지만 그럴수록 ‘윤리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엄청난 속도와 규모의 변화를 아우르는 새로운 윤리가 절실하다는 설명이다.리처드 코치 지음/안진환 외 옮김/비즈니스맵/1만5500원베인&컴퍼니의 창립 멤버이며 베스트셀러인 ‘80/20 법칙’을 쓴 저자의 최근작이다. 생태학적 전략을 제안한다. 자연계처럼 기업도 하나의 건강한 유기체를 구축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 각 기업의 독특한 유전자 코드를 어떻게 적용하고 발전시키는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사업 전략과 기업 전략, 인터넷의 발달로 야기된 전략적 변화와 세계적인 전략 사상가들에 대한 평가를 담았다.1. 대한민국 2030 재테크 독하게 하라/김민수·이광배 지음/미르북스/1만4800원2. 1일 30분/후루이치 유키오 지음/이진원 옮김/이레/1만1000원3. 육일약국 갑시다/김성오 지음/21세기북스/1만2000원4. 주식투자가 부의 지도를 바꾼다/홍춘욱 지음/원앤원북스/1만3000원5.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이지성 옮김/다산북스/1만 원6. 비서처럼 하라/조관일 지음/쌤앤파커스/1만2000원7. 88만원 세대/우석훈·박권일 지음/레디앙/1만2000원8. 이기는 습관/전옥표 지음/쌤앤파커스/1만2000원9.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지음/이순희 옮김/부키/1만4000원10. 금융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송승용 외 지음/웅진윙스/1만2000원(집계: YES24)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