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주 오르면 짧은 기간 조정…장기 전망은 언제나 ‘화창’

주가의 변동 폭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마음도 그리 편치만은 않은 시점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의 시황을 더 열심히 읽고 참조하게 된다. 하지만 증권사 리포트를 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주가가 상승할 때는 상승의 이유를 설명하면서 기업의 실적 전망과 경기 전망을 전면에 내세운다. 하지만 막상 주가가 하락할 때면 ‘60일선 지지가 견조’하다든가 ‘60일선은 무너졌지만 경기선인 120일선이 걸쳐 있는 1850 내외는 지지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식으로 기술적 분석의 입장에서 리포트를 낸다.이렇게 상승 시와 하락 시의 잣대가 다르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대단히 상징적이다. 주식시장이 기본적으로 본질 가치를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은 불변의 진리다(물론 우리는 그 본질 가치의 실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영원히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100% 맞는, 가장 완벽한 예측은 ‘장기 보유하면 반드시 오른다’는 전망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시장이 나빠 보일 때는 ‘장기적으로는 좋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기적으로는 불안하다’고 하고 시장이 좋을 때는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좋다’는 말이 항상 정답이다.그 이유는 예측 불가능한 핵전쟁이나, 행성 충돌 같은 재앙으로 인해 인류가 절멸하지 않는 한 현생인류는 지속적인 발전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발전 혹은 진화는 인간이라는 종 그 자체의 생존 원리다. 과거 30만 년 전 원시시대에 인류가 돌도끼를 들고 다니던 시대에서,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고 달나라에 우주 왕복선이 날아다니는 지금의 문명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문명의 진화는 인류라는 생명체의 생존 조건이기 때문이다. 만약 인류가 지금과 같은 문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오지 못했다면 인류는 벌써 다른 종에 의해 지배당했거나 절멸했을 터이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만약 30만 년 전의 인류의 자산을 지수 0으로 본다면 지금 자산지수는 1000000000 정도는 되었을 것이고, 이 자산지수는 앞으로도 계속 무한으로 증가할 것이다. 인류는 늘 새로운 기술, 새로운 산업, 새로운 문명을 맞이하면서 부가가치와 그에 따른 자산지수를 늘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자산지수가 하락세를 보이거나 급락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것은 현생인류 자체의 위기가 도래한 경우뿐이다.따라서 인류의 자산 가치는 ‘장기적으로는 항상 증가한다’가 정답이고, 이 때문에 범위를 축소해서 그것을 거래하는 시장, 좀 더 좁게 말하면 주식시장 역시 시장 기능이 존재하는 한 ‘장기적으로는 항상 상승한다’는 것이 옳은 답이 될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운이 나쁜 사람은 하필이면 단·중기 하락 국면에 시장에 진입해서 큰 손해를 보고, 그가 시장에서 빠져 나올 즈음에 시장이 다시 장기 상승 추세에 진입하는 사이클에 운 바쁘게 걸린 것일 뿐 장기 전망은 항상 좋아야 정상이다.이 때문에 시장가치가 오르는 것에는 별 다른 이유를 달 필요가 없다. 그저 오르는 것이 정상이기 때문에 항상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크루즈 컨트롤을 달고 아우토반을 달리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아니다. 시장은 때로는 급가속을 하고 때로는 급정거를 하며, 가끔은 후진도 하고, 드물게는 정체 구간에 걸리기도 한다.따라서 우리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는(혹은 믿고 싶은) 시장의 적정 가치는 항상 현재 시장가치와는 괴리를 보인다. 즉, 현재 가격은 때로는 적정 가치 대비 언더퍼폼(underperform)을 하고 때로는 아웃퍼폼(outperform)을 하기도 하면서 우리가 믿고 있는 적정 가치를 교차한다.시장이 적정 가치에 머물러 있는 순간은 대단히 찰나적이다. 현재 가격이 적정 가치와 일치하는 국면은 아웃에서 언더로, 혹은 언더에서 아웃으로 바뀔 때 겨우 한 번 만날 수 있을 뿐이다. 이 이유를 두고 시장에서는 흔히 ‘유동성’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말은 맞다. 문명과 산업이 발달하면 부가가치가 증가하고 화폐는 그 증가분만큼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 늘어난 화폐를 적절히 거둬들이지 못하면(상대적 저금리) 유동성은 늘어나고, 너무 많이 거둬들이면(상대적 고금리) 유동성은 감소한다. 결국 시장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유동성의 힘에 따라 적정 가치를 상회하거나 하회한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믿고 있는 그 유동성의 본질은 무엇일까. 유동성이 늘어난다는 것은 부가가치가 거둬들이는 이상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말이고, 유동성이 줄어든다면 거둬들이는 돈에 비해 부가가치의 생산이 감소한다는 뜻이라면 우리는 왜 현재 가치가 상승할 때는 ‘부가가치의 창출(기업의 이익)’에 주목하고 주가가 하락할 때는 ‘부가가치의 상대적 감소’에 주목하지 않는 것일까. 이익이나 실적이 상승 시의 명분이라면 내릴 때도 그것이 원인이어야 하고, 오를 때 유동성이 문제라면 내릴 때도 그것이 문제여야 하는데 왜 늘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것일까.그것은 인간 본연의 심리가 자산이 늘어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즉, 현재 가치가 올라야 투자자도 이익이 나고 시장 관계자들의 주머니도 두둑해지며 정부도 기업도 덩달아 한몫 잡는다.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모든 사람이 손해를 보고 만다. 그 때문에 시장은 오를 때 상당히 타당한 논리를 내세우고 그것이 견고한 성벽인 양 믿게 논거를 제시하지만 하락할 때도 이 논리를 내세우면 결국 시장 하락을 단단하게 전망하는 결과를 가져온다.이 때문에 내릴 때는 어지간해서는 상승의 논리와 같은 잣대를 내세우지 않는다. 하락 시에 만약 같은 논리가 등장한다면 그때는 현재 가격이 거의 바닥에 이른 경우가 많다. 즉, ‘기업 실적의 추가적인 악화가 전망되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더욱 우울하며 인플레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말이 나올 때는 시장 관계자들 대부분이 항복 국면에 이르렀다는 의미다.우리 투자자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런 이중 잣대를 회피하는 것이다. 만약 유동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끝까지 그래야 하고 실적이나 경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마지막까지 그래야 한다. 같은 논리에서 지금 시장은 이제 지나치게 아웃퍼폼한 현재 가격이 본질 가치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실적 증가에 대한 기대(중국 포함)가 아웃퍼폼을 유발했다면, 이제 시장은 중국의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 경기를 눈여겨봐야 하고 또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유동자금이 유입됐다면 그 자금의 최대 주주인 미국 운용 시장의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이렇게 본질에 대한 주시를 하게 되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시장은 그것이 기간 조정이건, 가격 조정이건 간에 당분간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고, 다만 그것이 적정 가치를 가로질러 언더퍼폼까지 유발할 상황인지, 아니면 적정 가치에 일부 근접한 다음 다시 2차 아웃퍼폼의 국면으로 들어설지를 살펴야 할 것이다.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은 소위 주도주라 불리는 중국 관련주와 그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군들의 상대적 가치의 괴리가 어떤 식으로 축소되는지에 관심을 기울이면 될 것이다.중국 관련주의 거품이 꺼지는 쪽으로 두 종목군의 괴리가 좁혀지는지, 아니면 소외주의 가격 상승으로 괴리가 좁혀질지, 그것도 아니면 중국 관련주는 부분적으로 조정되고 소외주는 일부 상승하는 흐름으로 자리를 잡을지 살펴봐야 한다. 중국의 거품이 꺼진다면 지수 조정이 제법 클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지수 조정의 크기는 크지 않으면서 기간 조정으로 갈 것이라는 식의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그래서 지금은 120일선의 지지니 60일선의 회복이니 하는 어설픈 전망이 아닌, 미국 경기의 심각성과 그에 따른 중국과 신흥국의 영향, 그리고 인플레이션과 금리 등의 상관관계를 잘 지켜보고 그것이 각국 중앙은행이나 시장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통제의 범위를 벗어날 것인지만 살피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필자에게 전망을 물으면 필자는 당연히 ‘장기적으로는 매우 좋고, 단기적으로는 역시 불안하며, 중기적으로는 좋을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 확답을 찾지는 못했다’ 정도로 말할 수 있을 뿐이다. 120일선 지지나, 60일선 회복과 같은 답을 할 만큼의 뻔뻔함은 필자에게는 없다.‘시골의사’ 박경철현직 외과의사이자 국내 최고의 투자전문가로 꼽힌다. 본명보다 ‘시골의사’란 필명으로 유명하다. 투자 분석으로 영리 활동을 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전문가다. 명쾌한 논리와 유려한 문장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