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친환경 대체에너지 개발에 따른 수요로 급등한 전 세계 곡물 가격은 인공 사료로 가축을 키우는 전 세계 축산 농가에 40% 이상의 추가 생산 원가 부담을 안겨 줬다. 이에 따라 이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국내 가축 사육 농가의 경쟁력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다.반면 연중 온화한 기온, 풍부한 강수량과 천혜의 자연환경 하에서 천연 목초로 가축을 키우는 뉴질랜드 축산 농가 및 식육 가공 수출 업계는 이른바 새로운 경쟁력 제고의 발판을 다지는 긍정적인 국면을 맞고 있다.21세기에 접어들어 ‘건강과 웰빙’이 행복한 생활의 이슈로 자리하고 있다.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시대적 조류는 뉴질랜드 식육 업계의 한국 시장 개발에 긍정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쇠고기를 선호하는 많은 국민 또한 일부이긴 하지만 동물성 지방의 과다 섭취를 우려해 육류 자체를 거부하거나 기피해 온 일부 소비층에게 이 기회를 통해 알리고 싶은 게 있다.쇠고기에는 두 가지 차별화된 제품군이 있다는 것이다. 쇠고기는 국산이냐 아니냐, 즉 한우로 통칭되는 국내에서 사육 생산된 국산 쇠고기, 그리고 외국으로부터 도입된 수입 쇠고기로 나누는 것은 무리다. 이보다는 소를 어떠한 방식으로 키웠는가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축사에 가두어져 곡물을 주원료로 한 인공 사료로 키워진 ‘곡물 비육 쇠고기’, 그리고 목초지에서 방목 형태로 풀을 먹고 자란 ‘목초 사육 쇠고기’로 나누는 게 소비자층에겐 더 훌륭한 ‘웰빙과 건강’의 기준이 될 수 있다.우선 곡물 비육 쇠고기의 특징은 상대적으로 적은 운동량에도 불구하고 고열량 인공 사료로 인해 비교적 체내 지방 함량(축적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를 쉽고 간단히 비만 상태의 동물이라고 하면 틀린 표현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비육 방법으로 가공된 쇠고기가 우리 국민 대부분이 고급육으로 이해하고 있는 근육 내 지방 형성이 고르게 퍼진 형태(마블링: Marbling)를 보이는 식육이다. 우리나라의 쇠고기 품질 등급제도 역시 마블링의 상태가 가장 풍부한 쇠고기를 최상급으로 친다.위와 차별화되는 제품으로 목초 사육 쇠고기는 대표적인 초식동물 소에게 가장 이상적 먹이인 목초만을 먹여 키워 생산한 쇠고기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도축 가공 단계에 이르기까지 축사 없는 옥외의 천연 목초지에서 자유로이 거닐며 목초만을 먹고 방목 형태로 키워진다.따라서 빨리 많이 먹고 잘 자라게끔 성장 촉진 호르몬을 투여하는 경우도 거의 없을 뿐더러, 드넓고 깨끗한 목초지에서의 쾌적한 사육 환경은 비좁고 위생적이지 못한 축사처럼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제공하게 되는 상황도 비교적 덜한 편이다. 게다가 질병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동물 약품의 필요성도 현저히 낮다.아직도 우리 한국 소비자들의 평균 쇠고기 섭취량은 비록 식육 소비 선진국에 비해서는 3분의 1~4분의 1 수준이지만, 비교적 고지방 함량 부위(갈비, 목심, 등심, 양지 등)의 구이용 식단을 즐기는 것을 감안한다면 전체 지방 섭취량은 거의 그들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점에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식육을 주식으로 삼아온 구미 선진국의 소비자들은 이제 겨우 식육 소비가 늘며 지방 함량이 높은 식육을 선호하는 우리와는 달리 저지방 식육을 선호한 지 이미 오래됐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동물성 지방 섭취가 늘면서 나타나게 된 고혈압, 심장병, 당뇨 등의 주로 비만이 원인이 되는 질병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인 것이다. 과연 우리도 그들과 같은 전철을 그대로 밟아야 될 것인가 묻고 싶다.이근희 한국뉴질랜드식육양모협회 지사장약력: 1952년 생. 78년 고려대 농과대 졸업. 82년 현대상선 과장. 87년 스위스그랜드호텔 부장. 93년 미국육류수출협회 Merchandising Specialist. 95년 뉴질랜드식육양모협회 지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