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년 전 1조3000여억 원의 자금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미국계 사모 펀드 론스타가 5조 원 이상의 순익을 내고 한국을 떠날 계획인데 국제조세협정에 의해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이 0.3% 정도라고 한다. 비판적 여론이 비등하고 사안이 중대한 만큼 매각 당시의 불법 행위 여부와 은행 인수 후 새 경영진에 의한 주가 조작 등 부적절한 경영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법원 심리가 진행되는 한편 금융감독원은 은행 인수자로서 론스타의 적격성을 재심사한다고 한다.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하지만 판결 여하에 따라 은행 인수 행위 자체의 효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외국 자본에 대처하는 정부의 입장도 분명해질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2003년 당시 인수 과정에 불법성이 개입돼 있었는가. 불법성이 있었다면 주식 양도 계약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을 것인가. 론스타가 거둬들일 양도 차익에 법인세법에 따른 과세가 가능할 것인가.연계돼 있으면서도 상충되는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소송이 이어질 것이고 여론의 따가운 눈총과 자본시장의 민감한 반응들이 복합돼 당분간은 뜨거운 감자로 취급되며 시간을 끌어갈 공산이 크다. 어디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 꼬여 있는 매듭을 풀기 위해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도라면 여기에서 원칙은 과연 무엇일까.시장의 원리가 가장 단순한 원칙이 될 수 있다. 관련자들의 불법 행위나 성립된 계약 자체의 효력에 대해서는 실정법에 따라 법원 판결에 맡기고 정부의 개입은 과세를 통한 초과 이익 환수에 제한돼야 한다는 논리다. 명쾌하고 합리적인 해법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시장 원리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생명으로 한다.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 원리에 대한 주장은 강자 혹은 기득권자만의 논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가 우리 증권시장에 투자해서 불과 몇년 사이에 10배의 이익을 올렸다면 이는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수와 매도가 모두 공정한 경쟁 속에서 투명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법원 판결에 의해 구체적인 혐의 내용이 밝혀지겠지만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악화시켜 인수 자격이 없던 사모 펀드가 금융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예외적 조치를 적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시장 원리에 따른 합리적 의사 결정 행위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매각 시점에서만 시장 원리에 따른 정부의 불개입을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게 아전인수적인 주장으로 비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세계화와 함께 오늘날 새로운 경영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자본의 윤리와 지속 가능 경영이란 명제 또한 새로운 원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금융감독원 보도 자료에 의하면 론스타는 당시 은행 지분 51%를 인수하면서 은행 정상화와 함께 동북아금융의 허브로서 한국의 금융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담은 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름대로 의욕적인 계획을 내놨던 것이다.그러나 론스타는 인수 직후부터 외환카드 합병을 둘러싼 주가 조작 의혹, 고율 배당과 블록 지분 매각에 의한 투자 자금 조기 회수, 매각 제한 기간 종료 즉시 은행 처분 계획에 착수하는 등 뜨내기 자본으로서의 성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은행 대주주와 기업 경영자로서의 윤리와 책임(Nobles Oblige)을 도외시한 것으로 대주주 자격에 대한 적합성은 물론 인수자 적격성 심사에까지 소급해 영향을 미칠만한 일이다.민감한 자본시장에서 정부 개입이 외자 유입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개연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수익성이 높은 곳으로 흐르게 돼 있는 자금의 속성을 이해한다면 이는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라고 본다.국내외 자본에 대한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규제를 완화하되 시장 원리란 이름으로 윤리성과 책임성이 결여된 투기성 외국자본을 비호하며 국부를 유출시키는 불순한 세력으로부터 보호 장치를 갖추는 것이 진정한 자유 시장 원리를 정착시키기 위한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일 것이다.이근수경희대 경영대 교수leeks@khu.ac.kr약력: 1947년생. 미국 일리노이대 회계학 석사.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 82년 경희대 경영대 교수(현). 94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대우교수 98년 경희대 경영대학원장. 2000년 한국 회계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