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에는 일본과 한국을 대표하는 석학들이 강연자로 참석했다.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는 대표적인 지한 경제학자다. 미국 예일대에서 국제경제학 석사, 일본 와세다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카가와 교수는 1980년대에 한국산업연구소의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일본무역진흥공사(JETRO) 연구원, 내각부 제정경제자문위원회 위원, 도쿄대 교수를 거쳐 현재 와세다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국제 개발 연구 오키타 상, 오히라 마사요시 상 등을 받으며 연구 업적을 인정받은 한국 및 아시아 경제 전문가다. ‘대전환기의 한국경제’ ‘한국, 선진국 경제론’ ‘정책위기의 국제 비교’ ‘중국의 WTO 가맹과 동아시아의 장래’ 등의 저서로도 잘 알려져 있다.후지이 토시테루 KCCS 매니지먼트컨설팅 대표이사 부사장은 일본 교세라 ‘아메바 경영’의 전도사다. 1974년 교세라에 입사해 교세라 나가노공장 경영관리책임자, 교세라커뮤니케이션즈시스템즈 상무를 거쳤다. 경영 현장에서 쌓아온 실전 경험을 기반으로 현재 교세라의 자회사인 KCCS 매니지먼트컨설팅을 이끌고 있다. 교세라가 아닌 다른 기업에도 아메바 경영을 도입해 톡톡한 효과를 거뒀다.세 번째 연사인 무라다 히로후미 일본 재계(자이카이)연구소 사장은 따끈따끈한 경영 실사례를 들려주며 입담을 과시했다. 와세다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70년 산케이신문사 편집국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후, 경제계 한 우물만 30년 넘게 취재해 온 원로 언론인이다.일본에는 닛케이비즈니스, 다이아몬드 등의 유명 경제지도 있지만 자이카이연구소가 발행하는 ‘자이카이’는 다소 다른 독자층을 겨냥한 잡지다. 최고경영자(CEO)급의 독자를 대상으로 기업 현장의 속이야기 등을 기사화하고 있다. 기자직과 경제지 편집장을 거친 덕에 기업의 다양한 사례를 생동감 있게 전달했다. 유머와 위트까지 곁들여 세미나에 온 청중들이 그의 강연 내내 웃음을 끊이지 않았다. 무라다 사장의 저서로는 ‘일류 경영자 25인으로부터 들은 자신의 한계극복기’ ‘밑바닥으로부터 높이 뛰어올라라’ 등이 있다.이우광 삼성경제연구소 일본연구팀장은 이날 발표자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일본 전문가답게 일본어 실력 역시 뛰어나다. 다른 강연자와 일본어로 토론하며 세미나를 이끌었다. 일본 도쿄 대학원에서 계량경제학으로 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1989년부터 삼성경제연구소 일본연구팀에 재직 중이다. ‘일본기술이 위험하다’ 등의 책을 번역했다.세미나는 이현재 중소기업청장의 축사로 시작했다. 이 청장은 “현재 한국은 전환점에 놓여 있다”면서 “중국이나 인도 등 개발도상국은 한국을 추격하는 동시에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은 한 발 앞서 경쟁력을 계속 높여나간다”고 말했다.이 청장은 이어 “우리가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선진 경제로 도약할 것인지, 중국 등에 추월당할 것인지 그 기로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이런 맥락에서 잃어버린 10년을 깨고 부활의 10년을 향해 가는 일본 경제를 재조명, 벤치마킹할 부분을 찾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일본 제조업은 다시 살아나고, 수요와 투자가 선순환되며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이 청장은 “2002년부터 일본 경제의 확장 국면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최장기 호황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경제 부활의 원동력으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 활발한 설비 투자, 인수·합병(M&A), 연구개발 혁신 등을 꼽았다. 아울러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해 일본 정부의 노력도 일본 경제를 되살리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했다.이 청장은 “일본 경제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절망하지 않고 세계 1등을 늘 추구했다”면서 주일 한국 대사관에서 3년간 근무하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저명한 경제학자, 기업인이 이번 세미나에 대거 참석한 만큼 10년 불황을 이겨낸 일본 경제를 비춰보며 우리 경제의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면 좋겠다”고 축사를 마쳤다.세미나를 주최한 한국경제매거진의 김형철 사장은 세미나에 참석한 강사와 청중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 사장은 “잃어버린 10년을 먼저 경험한 일본을 통해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고뇌와 고민의 해답을 찾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도중에 자리를 뜨는 청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본 경제의 부활로 비춰 보는 한국 경제의 전망이라는 흥미로운 주제인 만큼 세미나는 대성황을 이뤘다. 의자를 더 놓아야 할 정도였다. 발표마다 귀를 기울여가며 꼼꼼히 메모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질의응답 시간에는 세미나에 찾아온 청중의 수준이 돋보였다. 강사들이 평소 국내외 매체에 기고했던 칼럼을 언급하며 전문가 못지 않은 논평까지 질문에 곁들인 이도 있었다.일본 제조업은 세계 최강이지만 일본의 금융 서비스 부문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한 청중이 지적했다. 그 원인을 묻는 질문에 후카가와 교수는 “일본과 독일에 공통 성향이 있다”면서 “제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금융 산업을 바라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조업 중심의 시각이 금융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얘기다. 후카가와 교수는 “일본의 금융 감각 자체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에도시대부터 선물 경제에 대한 개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무라다 사장은 청중들의 다양한 질문을 마무리하며 “올해 사상 최대의 생산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도요타가 현재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기업은 바로 현대자동차”라고 귀띔했다.그는 “유가 급등으로 미국 시장에도 대형차가 아닌 중·소형차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현대자동차가 이 부분에 우위를 가진 만큼 북미 시장에서의 일본과 한국 자동차 기업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주제 및 강사〉제1세션 : 일본 경제 어떻게 부활했나 - 후카가와 유키코(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제2세션 : 교세라의 사례로 본 경쟁력 강화 비결 - 후지이 토시테루(일본 KCCS 매니저먼트컨설팅 부사장)제3세션 : 일본 언론에 비친 기업인들의 경영 철학 - 무라다 히로후미(일본 자이카이연구소 사장)제4세션 : 일본 경제 부활의 시사점과 한국이 가야 할 길 - 이우광(삼성경제연구소 일본연구팀장)정리 = 이효정 기자 jenny@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