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흐름과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십중팔구 실패해요. 한 번의 실패를 통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답니다. 그 덕에 다시 치킨 전문점에 도전, 성공을 일굴 수 있었어요.”강서구 등촌동에서 멀티플렉스 치킨 전문점 ‘리치리치(www.irichrich.com)’를 운영하고 있는 임정신(40) 씨는 시대의 흐름에 뒤처져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원래 그는 지금의 가게 자리에서 10년 가까이 종합화장품 매장을 운영했었다. 화장품이라는 품목이 수요층이 넓게 존재하는 데다 마진도 좋은 편이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가게를 꾸려왔다.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소비자의 의식이 변화하면서 임 씨의 화장품 가게에도 위기가 닥쳤다. 인터넷 쇼핑몰 등 온라인 마켓이 급성장하고 홈쇼핑이나 대형 할인마트 등이 경쟁자로 등장하면서 손님들을 빼앗기기 시작한 것이다. 매출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익은 고사하고 새로 나온 제품을 들여올 운영 자금을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인터넷 쇼핑몰, 홈쇼핑에 똑같이 공급되는 제품이고 가격도 결코 비싸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줄더군요. 시대가 변하고 소비자가 변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보니 시간이 너무 늦어버린 거죠.”인터넷 기술의 발달 등으로 정보력을 갖춘 똑똑한 소비자들은 똑같은 제품일 경우 가격과 서비스 등에서 경쟁 우위를 갖춘 온라인 마켓을 이용하고 있는 추세다. 또 홈쇼핑이나 대형 할인마트의 등장은 소점포 판매 업종의 경쟁력을 무력화시켰다. 실제로 이러한 시대 흐름의 변화로 인해 동네 어귀의 소형 화장품 판매점, 서점, 문구점, 의류점 등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같은 제품과 같은 가격인데 왜?’라고 의문을 가지는 수준에 머물러 있을수록 손해는 커지고 만다.사업 환경이 바뀌었다고 해서 임 씨는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남편이 직장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먹고 사는 데는 문제 없지만 기왕 장사를 시작한 만큼 남들에게 성공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화장품 가게의 실패를 통해 시대 흐름이나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실패한다는 교훈을 얻은 임 씨는 현재 트렌드에 맞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아이템을 물색하기 시작했다.우선 신문 기사와 인터넷을 통해 창업 동향을 파악하고 자료 수집에 들어갔다. 수집한 창업 자료를 근거로 내린 결론은 치킨 전문점이었다. 치킨이 적은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조류독감이나 트랜스지방 논란에 따른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 여전히 불안 요소로 남았다. 또 경쟁자가 너무 많다는 것도 단점이었다. 이미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 창업 환경 변화로 인해 실패를 맛봤던 터라 더욱 신중해야 했다. 이때 임 씨의 눈을 끈 것이 메뉴 복합화와 판매 방식의 다각화를 통해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는 멀티플렉스 치킨 전문점 ‘리치리치’였다. 메뉴 다각화를 꾀한 만큼 조류독감이나 트랜스지방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있기도 했다. 기존의 치킨 전문점이 프라이드, 양념, 바비큐 등 한 가지 특정 메뉴만을 취급했던 것에 비해 리치리치는 이러한 메뉴를 모두 전문적으로 통합 판매하고 새로운 메뉴들을 추가했다.메뉴는 기름에 튀기지 않고 섭씨 200도의 고온에서 두 번 구워 트랜스지방 문제를 해결한 구운 치킨, 원육을 당귀, 황기, 감초, 구기자 등 한약재로 숙성하고 파와 야채로 맛을 내 참살이(웰빙) 트렌드에 맞게 건강식을 강조한 파치킨, 조류독감 대체 메뉴로 패밀리레스토랑의 고급 메뉴인 립과 돼지안심 프라이드를 갖추는 등 신개념 치킨 메뉴와 돼지고기 메뉴로 구성했다.특히 원팩 시스템을 통해 매일 본사로부터 대부분의 원재료를 포장된 상태로 받기 때문에 주방 등 인건비 부분에서도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 복잡할 것 같은 조리 시간을 오븐 타이머를 이용해 단순화하고 매장 형태에 따른 동선을 설정해 최소 인원으로도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판매는 이들 메뉴들 중 2~3가지를 적절히 구성한 세트 메뉴로 판매한다. 세트 메뉴는 온 가족이 각자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어 한 번에 여러 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가격도 한 마리 반에 1만4000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별도로 제작한 고품격 포장 박스는 고객이 간편하게 펼쳐서 먹고 다시 닫아서 버리면 되도록 만들었다.현재 임 씨의 점포는 39.6㎡(옛 12평) 크기로 비교적 작은 매장에 속한다. 소규모 점포의 매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비책이 필요했다. 그는 홀 판매와 더불어 배달, 테이크아웃 등 판매 방식을 다각화하는 데 주력했다.우선 고객을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찾아갔다. 점포의 입지는 배후에 주택 단지가 위치해 있어 일반 가정집의 배달 주문이 많다. 임 씨는 개점 첫 날부터 인근 각 가정에 수백 장의 홍보 전단지를 뿌렸다. 또 보습학원과 태권도학원 등 수요가 발생할만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서 홍보를 했다. 새로운 메뉴가 출시되면 무료 시식 행사를 개최하면서 적극적으로 가게를 알리는 데 힘썼다. “전단지를 배포하고 시식 행사를 하는 게 가끔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그만큼 고객이 늘어 보람차다”고 임 씨는 말한다.홀 판매를 늘리기 위해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매장을 깔끔하게 꾸미는 등 가족형 공간 인테리어는 물론 간식과 술안주가 가능한 메뉴 개발로 운영 효율을 높였다. 또 직장인들의 저녁 회식 수요에도 주목했다. 인근에 사무실과 소규모 공장들이 들어서 있어 직원들의 저녁 술자리 수요가 많다는 데 착안, 한 번에 1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했다.나아가 가게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 버스에서 내린 손님이 치킨을 포장해 갈 수 있도록 들기 편한 전용 포장 박스를 갖추고 손님의 취향대로 메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테이크아웃 수요도 흡수했다.고객을 감동시키는 서비스는 필수다.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면서 고객 응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던 임 씨는 한 번 찾은 손님이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정성껏 서비스한다. 서비스 원칙은 ‘손님이 찾기 전에 미리 챙긴다’다. 언제나 손님 테이블을 주시하고 있다가 야채 샐러드가 더 필요하거나 음료가 필요한 눈치를 보이는 손님이 있으면 먼저 찾아가 서비스한다. 고객이 맛이나 서비스에 만족했는지 전화로 물어보는 ‘해피콜’ 역시 임 씨가 반드시 챙기는 필수 항목이다. “동네 상권에서 장사하려면 고객 만족도가 생명이지요. 고객의 만족도를 일일이 체크해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가게를 운영한 지 3개월이 넘어가는 현재 월평균 매출은 1800만 원선. 여기서 원부자재비, 점포 임대료, 인건비 등을 제하고 나면 600만 원 정도가 순이익으로 남는다. 임 씨는 “입소문을 통해 찾아오는 고객이 점차 늘면서 첫 달에 비해 둘째 달과 셋째 달 매출이 더 늘어났다”며 “다양하고 까다로운 고객들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메뉴와 시스템을 갖춘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강병오·FC창업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