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두뇌에 대한 자신감을 조금씩 잃어간다. 형광등처럼 깜빡이는 기억력, 예전 같지 않은 판단력, 무뎌져 가는 창의력 등이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학원에 등록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머리를 좋게 하거나 최소한 퇴화를 늦추는 간단한 방법은 없을까.경영 분야 월간지인 미국의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최근호에서 ‘두뇌는 새로운 자극이 많을수록 활발하게 움직인다’며 직장인들이 짬짬이 활용할 수 있는 ‘10가지 두뇌 단련법’을 소개했다.첫 번째는 출장 가서 최대한 딴전을 많이 부리라는 것. 여행은 뇌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좋은 기회다.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는 없다. 그저 시간 날 때마다 근처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족하다. 이색적인 도시 한쪽의 한적한 벤치에서 소설을 읽거나 한두 시간 시내를 걸어서 돌아다니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런 활동은 뇌의 ‘문화적 IQ’를 높일 뿐만 아니라 사물에 대한 인지능력도 향상시킨다.두 번째는 가능한 한 돌아다니면서 업무를 보라는 것. 좁아터진 사무실을 떠나 회사 카페에서 서류 작업을 하고 생산 라인을 돌아보는 것이 뇌를 단련하는 데 유익하다. 다른 부서와 상의할 일이 있을 때도 가급적 전화보다는 직접 방문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게 두뇌 건강에 좋다. 이렇게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해야 뇌가 신나게 움직인다. 골머리를 앓던 문제의 해답이 엉뚱한 장소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건 두뇌의 이런 특성 때문이다.자잘한 놀이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두뇌에는 소중한 영양분이 된다. 신문에 실리는 퀴즈를 풀거나 동료들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브리지게임, 체스 등을 하라. 중장년층이라면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게임을 발굴, 재미를 붙이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스타크래프트 등 온라인을 이용한 롤플레잉 게임에 심취하면 뇌의 왼쪽 반구가 활성화된다. 좌뇌는 일반적으로 창의적인 활동을 담당한다.자신이 평소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분야의 도서 목록을 작성해 보는 시도도 필요하다. 당신이 기업의 임원이라면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에게 어떤 책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물어 보라. 색다른 독서 리스트가 도출될 것이다. 공상과학 소설도 좋고 추리물도 무방하다. 시간 낭비라고 생각되는가. 그럴 시간에 경영 서적을 한 권이라도 더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가. 기업 임원으로서 필요한 지혜는 대부분 경영학 교과서 밖에 있다.‘새로운 전자기기의 작동법을 익혀라.’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꼽은 다섯 번째 비결이다. 애플의 아이폰을 구입해 사용설명서를 차례차례 훑어보고 직접 업무에 활용한다면 딱딱해진 머리도 풀고 업무 효율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된다. 유튜브 사이트에 접속해 네티즌들이 제작한 동영상(UCC)을 감상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유용하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휴대폰도 하나 장만하자. 두뇌는 촉각 시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단련된다는 점을 잊지 말라.직장 동료 또는 주변의 친한 사람들과 잠시 짬을 내 ‘역할극’을 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두뇌는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는 유연한 기관이다. 서로의 입장과 처지, 직업 등을 잠깐씩 바꿔보고 토론해 보자. 두뇌의 활동 범위는 그만큼 꼬박꼬박 늘어난다.대부분의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는 메모광이다. 새로운 곳에 가거나 새로운 사실을 들을 때마다 자신만의 언어로 메모지를 채운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업의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조그만 수첩에서 나온다.”평소 관심을 가졌던 악기를 배우거나 낯선 외국어를 익히는 것 역시 두뇌에는 보약이다. 언제 쓰느냐며 뒤로 미뤄 왔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라. 악기와 언어를 배우는 과정 자체가 두뇌를 자극하는 데 그만이다.유머가 장수의 비결이라는 건 이제 상식이다. 두뇌 역시 유머를 사랑한다. 재미난 이야기를 듣고 읽는 건 상상력을 향상시키는 첩경이다. 리더스다이제트처럼 고상한 유머가 담겨 있는 책에 싫증이 났다면 만화책이라도 들어라.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 평소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육체뿐만 아니라 두뇌 건강에도 필수다. 안재석·한국경제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