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50대 중년들의 이혼이 급증하는 가운데 최근 연예인 옥소리 씨의 폭탄 발언 때문에 섹스리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녀는 남편 박철을 버젓이 놔두고 외도를 저지른 몹쓸 아내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가 혼외정사의 불가피함을 함축하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토해냈다. ‘11년간 딱 10번 했다’는 것이다. 최근에 한 지붕 아래 남남처럼 사는 무늬만 부부가 10쌍 중 3쌍이나 된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년 부부 10쌍 가운데 3쌍은 대화도, 부부 관계도 없는 이른바 섹스리스 부부로 집계됐다. 남편과 아내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젊은 시절에 느끼지 못한 행복한 성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남편과 아내는 성에 대해 서로 다르게 느낀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아내는 ‘시간’보다 분위기를 원한다.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은 유교적,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자라 대부분이 권위적인 면모를 갖고 있으며 이러한 태도는 성생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자연스럽게 성생활 자체를 리드하게 되고, 아내에 대한 배려보다는 ‘사정’ 중심의 부부 관계를 맺기 쉽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의 남성들은 섹스를 느긋하게 즐기기보다는 ‘의무 방어전’ 치르듯 대충대충 끝내고 만다. 남성들은 아내의 성생활 만족 정도를 ‘횟수’와 ‘시간 끌기’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아내는 “사랑한다”라는 로맨틱한 대화를 원한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 보통 여성들의 공통된 심리다. 여성은 ‘시간 끌기’보다 로맨틱한 분위기나 감정 상태 등이 혼합적으로 작용할 때 성적인 흥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남편의 배려와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 애정이 담긴 키스, 그리고 충분한 전희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 이렇듯 중년 부부 간에는 분명히 ‘성’에 대한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다.남성은 40대 이후가 되면 남성 갱년기, 발기부전 등 성기능에 문제가 생기기 쉽고 그에 따라 ‘아내가 샤워만 해도 두렵다’고 느낄 만큼 아내의 눈치를 살피게 되는 반면, 아내는 젊을 때부터 그랬듯이 성생활의 즐거움을 위해 남편이 깊은 사랑으로 배려해 주기를 기대한다. 따라서 중년 부부들은 이러한 ‘성’ 인식의 차이를 수용하고 이해하려는 철저한 노력이 필요하다. 남편과 아내는 근본적으로 서로가 사랑받기를 원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남편은 아내가 배려받고 싶고 부드럽고 로맨틱한 성관계를 갖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아내는 남편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랑 표현에 쑥스러워하고 ‘성생활’도 예전보다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중년 부부들에게 성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것을 권하고 싶다. 중년 부부에게 성생활은 그 어떤 건강 음식이나 보약보다 몸과 마음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성생활을 하면 엔도르핀과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엔도르핀은 스트레스 완화를, 성장호르몬은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려주어 결과적으로 노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또한 심폐 기능을 높여주고 통증을 완화시키며 글로불린A가 분비돼 면역성을 높여준다. 이뿐인가. 성행위로 감정이 고양되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고 자신감과 삶의 의욕도 높아질 수 있다. 무엇보다 부부간에 애정을 확인함으로써 보다 풍요롭고 아름다운 중년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 따라서 중년 부부들은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하면 서로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고 나이 들어서 오는 외로움과 소외감을 극복하고 노년을 함께 늙어갈 삶의 동반자라는 애정이 더 강해진다.필자는 섹스리스 부부를 ‘모래 위에 성을 쌓은 집’이라고 부른다. 마치 박철, 옥소리 씨의 경우처럼 중년으로 갈수록 부부 관계는 더욱 중요하다. 원활한 부부 관계와 섹스리스 탈출을 위해 남녀 각자의 콤플렉스에 대해 귀를 기울이도록 하자. 그것이 모래가 아닌 단단한 반석 위에 튼튼한 집을 짓는 길이다.이무연·아담스클리닉 원장(전문의·의학박사)가톨릭의대 외래교수. 세계성의학회 정회원. 아시아·태평양 남성학회 정회원. 미국 성기성형학회 정회원(아시아 유일). 유럽 남성성기수술학회 정회원(아시아 유일). www.adamsclin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