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자산 시장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립식 펀드 열풍이 몰고 온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증시는 유사 이래 최고의 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우는 괴력을 선보였다.자산 시장의 활력은 반대로 은행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은행에 맡겨진 예금과 적금이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로 빠져나갔다. 펀드 수탁액과 증권사의 자산관리계좌(CMA)가 숨가쁜 기록 행진을 벌였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예금 금리를 올리는 등 고육지책으로 맞섰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2007년에 시작된 금융시장의 변화는 2008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저축에서 투자로’ 자금의 이동이 지속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양도성예금증서(CD) 및 은행채 발행이 더욱 증가하고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모두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채권금리 역시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의 금리가 오르고 있는 데다 경기도 호전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권으로의 자금 유입은 그다지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이 한껏 올라가 있는 상태여서 채권 시장으로의 유입은 기대하기 힘들다. 반면 채권 발행량은 증가할 것이다. 경기 회복에 따라 회사채 발행이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금융 당국 역시 고금리를 지지해야 할 입장이다. 경기와 환율 안정을 위해 콜금리 인상을 쉽사리 결정하지는 못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긴축 재정’을 고수할 것이다. 환율 하락이 수출 경기에 치명적이 된다면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겠지만 그 폭은 제한적일 것이다.‘저축에서 투자로’의 자금 이동은 은행 업계의 2008년 전망을 어둡게 한다. 여기에 2009년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이라는 제도적인 변화와 미국발 신용 위기라는 외부 요인이 더해져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은행 업계는 전통적인 영업을 벗어나 비은행 부문의 확대와 해외 진출에서 돌파구를 찾을 전망이다. 이를 통해 2008년은 ‘성장성 결여’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는 해가 될 것이다.2007년 찬란한 시간을 보낸 주식시장은 2008년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다. 우선 대외적으로 악재보다는 호재가 많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의 여진이 남아 있는 데다 중국 정부가 긴축 정책으로 선회하는 등 위험 요인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를 통한 유동성의 확대와 중국 자본시장의 해외 진출 등으로 인한 수혜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은 2008년 내내 시장의 암초가 될 것이다. 원유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글로벌 물가 상승 요인은 이미 충분한 만큼 물가 변화에 안테나를 높이 세울 필요가 있다.2008년 역시 이머징마켓의 선전이 돋보일 것이다. 신용 위기의 발원지가 선진국이라면 오히려 이머징마켓이 안전해 보일 것이고 이에 따라 글로벌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한국의 유가증권 주가지수(코스피지수)는 2500에 도달할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도 다른 이머징마켓에 비하면 여전히 저평가 상태다. 2008년 하반기에 한두 차례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2008년 하반기 이후의 상승장은 이전과 다른 성격일 것이다.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종목이 새로운 주도주가 될 것이다.코스닥시장은 유가증권시장의 성장세를 앞지를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코스닥시장의 체질 변화가 도약대 역할을 할 것이다. 우선 테마주보다 실적주와 가치주가, 중소형주보다 대형주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개인 중심이던 투자 주체도 기관과 외국인 위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실적이 바탕이 되는 대형주가 차지하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코스닥시장의 건전한 성장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이 되고 있다. 탄력성 측면에서 코스피를 따돌릴 것이며 지수는 750~1000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다.2007년 보험 업종은 증권업과 함께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동안 정체돼 있던 성장성에 다시 불을 지피며 외형상으로나 수익성 측면 모두에서 승전가를 불렀다. 이런 성장 스토리는 비단 2007년 만의 일이라기보다 중장기적인 흐름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하지만 2008년만 두고 보면 다소 부진할 수 있다. 뒷걸음질은 아니라도 정체되거나 소폭의 성장에 그칠 것이다.먼저 2007년 큰 폭의 성장을 이끈 손해율 하락이 2008년까지 지속되기 어렵다. 손해율 하락이 상당 부분 보험료 인상의 영향이었는데 이것이 2007년 연초에 일단락됐기 때문이다. 또 보험 업종의 매출은 대부분 계속보험료가 차지하기 때문에 영업을 통해 외형이나 수익성을 갑자기 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2007년 손해보험 업계와 함께 사상 최대의 실적을 세웠던 신용카드 업계 역시 정체 국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이 인하돼 당장 수입이 줄어들고 포화 상태에 접어든 업계의 주도권 다툼으로 마케팅 비용이 급증할 것이다. 수입은 줄고 비용은 늘어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업계는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 등 연금제도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왕 시작된 개혁의 물살이 2008년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된다.2007년 개혁의 한 고비를 넘긴 국민연금의 운명은 2007년 대선 결과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의 개혁도 정치적인 협상의 결과였던 만큼 향후 개혁 방향도 정치적 요인에 의해 달라질 공산이 크다. 2008년 1월 설치될 연금제도개선위원회가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인데 그 결론은 어느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적잖이 달라질 것이다. 2009년 가동될 기금 운용 지배 구조가 2008년 마련될 예정이어서 이 부문에 대한 논란도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특수직역연금의 개혁이 2008년 본격화될지도 관심사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은 이미 심각한 재정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다. 적자 보전액이 해마다 천문학적인 규모로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어서 손질이 불가피하다.2008년은 특수직역연금 개혁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개혁의 방향은 국민연금과의 형평이다. 이에 따라 기존 가입자의 기득권을 인정하지만 개혁 이후의 가입 기간에 대한 급여율이 상당 부분 삭감될 것이다. 연금액 산정 방식도 퇴직 직전 3년 평균 급여 기준에서 가입 기간 전체의 평균 소득으로 바뀌어 ‘덜 받는’ 구조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지금까지 민간 부문에 비해 적었던 퇴직금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