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기초 체력이 약하다. 외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미국이나 중국발(發) 경제 변수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이런 가운데 최근 우리 주변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고(高) 유가, 고원화, 고금리가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른바 ‘신3고’의 이상 기류가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자칫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각오의 노력 끝에 쌓아온 경제가 송두리째 망가질 수 있는 셈이다.그런 점에서 2008년 한 해는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지금 우리 앞에는 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경제성장률 5% 돌파, 수출 증가율 두 자릿수 유지, 물가 안정,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 등 중요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선진국에 진입하느냐 여부도 2008년에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경제의 내년 기상도는 어떨까.결론부터 말하면 몇 가지 대외적인 악재에도 불구하고 2007년보다는 약간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경제학자나 경제연구소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다만 ‘신3고’ 등의 걸림돌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내수 불황이 깊어질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고유가와 원화 강세는 2008년 내내 우리나라 경제를 옥죄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먼저 경제성장률은 5%선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등이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면 한결같이 2008년 경제성장률을 5.0%로 예상하고 있다. 나성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2008년 경제가 2007년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민간 소비와 건설 투자를 포함한 내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며 “특히 올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든 이구동성으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분위기가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경제 성장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올해처럼 소비 부진이 이어지면 2008년도 나아지리라고 장담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소비 회복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7년의 경우 회복세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전반적인 경기 회복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내년은 경기 회복 분위기에 힘입어 소비가 약간 살아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고용 상황이 시차를 두고 점차 개선될 여지가 커 소비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대는 2007년의 소비 심리 지표의 호조세가 장기간 지속됐던 점에서도 확인된다. 특히 소비자 기대지수는 2분기 이후 기준치를 계속해서 웃돌았다. 다만 불안 요인들도 잠복해 있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금리 상승이다. 금리의 오름세가 계속될 경우 가계 부채 상환 부담이 더욱 커져 소비 욕구를 짓누르게 된다. 원자재 상승에 따른 국내 물가 불안도 변수다.2008년 경제에 대한 주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물가다. 경기 회복은 대개 물가를 밀어 올리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에 기대감을 갖지만 한편으로 불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일단 전문가들은 2008년 소비자물가는 올해에 비해 소폭 상승한 2.6% 내외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 달러의 약세, 중국발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 등 대외적인 물가 인상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실업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특히 ‘청년 백수’의 증가는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2008년의 고용 사정은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다소 여건이 나아지고 취업자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건설 부문을 중심으로 내수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2008년도 취업자 수 증가는 3년 만에 연평균 3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실업률 역시 올해 보다 다소 낮은 3.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가용 인적 자원의 총체적 활용도를 나타내는 고용률 역시 2008년 중 사상 처음으로 61%(월 기준)선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러한 고용지표의 호조가 체감 고용 사정의 회복세로까지 연결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설비 투자는 한 나라 경제의 젖줄 역할을 한다.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2008년의 설비 투자 증가율은 다소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8.4%)보다 소폭 감소한 8.0%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중 정보기술(IT)은 반도체 경기의 회복 등에 힘입어 증가세로 반전될 것으로 보인다. 비IT 산업 중 조선, 자동차, 철강, 기계 업종의 설비 투자는 올해보다 다소 높은 증가율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비제조업은 2007년의 호조세가 지속될 전망이나 증가세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2003년 이후 수출은 우리나라 경제를 실질적으로 떠받치는 역할을 했다. 올해 들어서도 9월까지 12%를 넘는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무려 5년째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의 고성장이 우리나라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라며 “우리의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의 경우 10%를 넘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국내 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향상된 점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2008년에도 두 자릿수의 수출 증가율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다만 최근 나타난 신3고 등의 악재가 지속될 경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9%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수출액은 4000억 달러가 유력시된다. 2004년 200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4년 만에 배가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품목별로는 반도체의 경우 하반기 이후 회복되고 자동차는 전체적으로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조선 철강 기계는 증가세가 지속되고 가전과 섬유는 고전이 예상된다.수출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은 환율이다.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수출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좋은 소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미 달러화의 약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진우 NH투자선물 기획조사부장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경상적자 및 재정적자)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을 경우 달러화의 약세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부장은 “달러화를 지지해 주던 국가 간 금리 격차 요인도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또는 동결 와중에 다른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면 힘을 잃어 달러 가치는 바닥을 알 수 없는 추락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금리의 움직임도 2008년 우리나라 경제를 예측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큰 변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반기 ‘고’, 하반기 ‘저’의 궤적을 그릴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정부가 적절하게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는 만큼 상반기라고 해서 빠른 속도로 금리가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류승선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경제채권팀장은 “글로벌 경제 환경과 미국 채권 시장이 다소 정체된 흐름을 보이면 국내 채권 시장도 이를 따라갈 공산이 크다”며 “대내적으로도 경기와 통화 정책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국내 채권 시장의 환경은 올해에 비해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마지막으로 가계 부채는 2008년 중 증가세가 조정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가계 부채와 관련해 가장 크게 눈에 띈 것은 주택 담보대출 금리가 6%를 넘었다는 점이다. 이는 대출 수요 위축을 불러왔고, 결과적으로 가계 부채 증가에 대한 완충 역할을 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08년 상반기 중 경기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져 기존 대출금에 대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겠지만 신규 대출 요인이 많이 줄어들어 가계 부채의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상헌 기자 ksh1231@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