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카이세대 경험 살려 고향 중소기업에서 새 인생 시작 유도

도쿄 중심부인 가스미가세키에는 일본 행정관청들이 밀집해 있다. 경제산업성 건물도 이곳에 있다. 경제산업성 내 중소기업청 소속 젊은 관료 4명과 공동 인터뷰를 갖고 일본 중소기업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대부분 20대와 30대인 이들은 일본의 중소기업 정책을 입안하고 이끌고 나아가는 핵심 실세들이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은 오오에 겐지 국제화전문관(40), 다케우치 유우지 계장(38), 이노우에 세이지로 과장보좌(35) 그리고 데라오카 료 사무관(24)이다.일본의 중소업체수는 432만 개(2004년 기준)에 이른다. 전체 기업체수의 99.7%를 차지한다. 종업원수는 2809만 명으로 전체 일본의 기업체 종업원 3955만 명 중 71%에 해당한다. 대기업은 1147만 명에 달한다. 부가가치는 중소기업이 58조 엔으로 전체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보다 14조 엔이 많다.일본은 중소기업 경기를 디퓨전인덱스(DI;diffusion index)를 통해 점검한다. 예컨대 생산설비과부족DI를 보면 2003년 4분기 이전까지는 남아돈다는 응답이 많았다. 하지만 그 뒤로는 부족하다는 응답이 많다. 금년 2분기까지 14분기 연속 설비부족이라는 응답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경기가 좋다는 의미다.맞다. 전체 중소기업수는 86년 532만 개에서 2004년 432만 개로 18년 동안 무려 100만 개가 줄었다. 산업 내에서 경쟁력없는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남아있는 기업들은 지금 호황국면에 진입하고 있다.우선 인력난이 가장 문제다. 2년 전에 비해 인력난이 더욱 심해졌다. 경기회복으로 대기업들이 인력채용을 늘리면서 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다음으론 판매가격 저하다.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청기업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요구 같은 문제도 있다. 대기업은 주로 해외에서 승부하기 때문에 한국과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불공정거래를 할 경우에만 하청대금법에 의해 제재를 하고 있다. 예컨대 거래를 시작할 때 하청대금을 확정하지 않은 뒤 추후에 견적가격보다 낮은 단가로 하청대금을 정할 경우 하청법에 저촉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제재한다.일본 중소 제조업체들은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들이 많다. 해당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업체들도 상당수다. 소니 같은 대기업도 처음에는 종업원 7명으로 시작한 아주 작은 기업이었다. 중소기업 정책은 제2의 소니 같은 회사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있다.이를 전통 중소기업과 혁신형 기업으로 나눠보자. 전통중소기업의 경우 지역격차가 심하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역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도울 수 있도록 ‘중소기업 지역 지원 활용법’을 준비 중이다. 일종의 사업전환이나 다각화라고 할 수 있다.벤처기업이나 기술혁신형 기업에 대해선 기술개발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술개발을 할 때는 정책적으로 자금지원을 해주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를 지원해줄 예정이다.중소기업에 젊은 인력들이 안 오려고 한다. 그래서 후생성이 ‘잡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젊은이들과 중소기업 간의 가교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다. 퇴직자 재활용도 유도하고 있다. 단카이세대(태평양전쟁 종전 직후인 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로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퇴직하게 되는 세대)들이 퇴직 후 고향의 중소기업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도록 유도할 생각이다.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2004년 기업체 폐업률(전체 기업수 중 폐업 기업수)이 6.1%에 달해 개업률인 3.5%보다 훨씬 높았다. 문을 닫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사업승계 곤란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추진 중이다. 골자는 친족 간 승계의 경우 후계자교육, 상속분쟁방지를 위한 생전증여와 유언활용책 도입, 세금과 지분비율 하락에 따른 경영권불안 해결책 등이다.클러스터를 결성할 경우 신연계사업을 통해 자금을 보조하는 등 지원해 준다. 협동조합을 통해 기술을 개발할 경우 대기업이 이를 채택하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있다. 이 밖에 하청적정거래 추천 가이드라인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기업들끼리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단도리가 경쟁력의 원천대기업 임금인상이 중소업체에 전가되는 일 없어중소기업진흥공단 일본 사무소는 도쿄 중심부인 미나토구 도라노몽 반수위 빌딩 2층에 있다. 이곳에서 관청가인 가스미가세키까지는 걸어서 5분밖에 안 걸린다. 중진공 일본 사무소는 한국 중소기업의 일본 수출이나 진출을 돕고 일본시장의 동향을 파악하는 일 등을 하고 있다. 양해진 사무소장은 작년 8월에 이곳에 부임했다.첫째, 업력이 오래돼서 기술축적이 많이 돼 있다. 둘째, 계속적인 개선활동을 한다. 셋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신뢰관계가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랜 시간의 거래를 통해서 이룬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특허를 공유하는 사례도 많다. 모기업이 수급기업(중소기업)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사례도 많은데 이에 대한 거부감도 없다. 일본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이라는 용어가 없다. 당연히 서로 협력하고 이해하고 신뢰하기 때문에 굳이 이런 용어를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넷째,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있게 추진되기 때문에 중소업체들도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며 실행할 수 있다.대기업의 임금은 월평균 20만 엔 정도이고 연봉으로는 300만 엔이 조금 안 되는 수준이다. 중소기업은 17만 엔에서 19만 엔 수준이다. 한국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한국은 대기업 노사분규 때 중소업체들의 등골이 휘는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일본에선 기업의 이익이 많이 나도 그걸 보너스지급이나 임금인상으로 연결시키지 않는다. 주로 설비투자나 연구개발비로 쓴다. 노사분규가 파업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만큼 노조가 성숙한 요구를 하는 것이다.신연계사업(협업화 네트워크화 사업), 모노즈쿠리(혼을 담아 물건 만들기 혹은 제조기술 고도화), 지역산업육성, 사업승계가 있다. 신연계사업은 이업종 교류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업이다. 지역산업육성은 그 지역의 원재료나 강점을 활용해 해당 지역의 산업을 육성하려는 사업이다.일본 기업에는 단도리, 고다와리, 마모리 문화가 있다. 단도리란 어떤 일을 하는데 세세한 사항은 정해서 미리 준비하고 그대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기업은 무엇을 하든 세밀하게 준비한다. 고다와리는 한분야에만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대를 이어 같은 사업을 하는 것도 고다와리다. 마모리는 규정을 그대로 지키는 문화를 의미한다. 이게 한국기업과의 차이인 것 같다. 여기에 도요타는 스피드를 겸했다. 반복작업에서 오는 노하우 그리고 개선작업을 병행하다 보니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기업은 일본 기업에는 없는 신속성 역동성 융통성이 있다. 그래서 IT 조선산업 등이 강하다.nhkim@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