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인근에는 첨단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도쿄 중심부에서 남서쪽으로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쇼와진공도 이런 업체 중 하나다. 공장은 호텔처럼 깨끗하다. 이 회사는 중소기업인 데도 구직자들이 몰린다. 1명 뽑으면 10명 정도가 몰려 치열한 입사경쟁을 벌인다. 진공증착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업체이기 때문이다.이 회사가 생산하는 주력제품은 진공증착기다. 이동통신용 기기 등을 생산하는데 활용되는 장치인 수정 디바이스 장치와 디지털 가전 광통신의 전자부품 등을 생산하는데 활용되는 광학장치, 박막전자부품 생산용 진공증착기를 만든다. 이 밖에 이온 도금 장치, 드라이 에칭, 광학 박막용 모니터, 액정 주입 장치, 유기EL용 증착 장치도 만든다. 주요 납품처는 아사히글래스 올림푸스 스미토모전기공업 후지사진필름 호야그룹 마쓰시타전공 미쓰시비전선공업 무라타 제작소 등이다.이 회사는 진공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 진공 상태에서 박막을 형성하면 박막증착이 쉽고 정밀도가 높다.오마타 구니마사 사장은 부친이 1953년 이 회사를 창업한 뒤 간암으로 별세하자 그 뒤를 이어 83년 33세의 나이로 취임했다. 이 회사는 54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2000년 자스닥에 등록했고 종업원은 190명이다. 이 회사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겐키나 모노즈쿠리(활기있는 중소제조기업)’ 300개 사에 선정되기도 했다.오마타 사장은 “전 세계 진공 관련 산업규모는 지난 2006년을 기준으로 7354억 엔에 이른다”며 “이중 반도체 분야가 가장 시장이 크고 그 다음이 FPD(평판디스플레이)이며 그다음이 광학과 전자부품인데, 이 분야에선 쇼와진공이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다”고 설명한다. 특히 수정진동자 장치의 경우 전 세계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쇼와진공의 작년 매출은 104억 엔, 경상이익은 5억4200만 엔이었다. 2004년에는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는 설비투자 때문”이라고 오마타 사장은 설명한다.이 회사가 진공설비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력 차별화로 요약된다. 오마타 사장의 경영방침은 “성장하는 틈새시장에서 넘버원이 되자”는 것. 이를 위해선 원가절감과 함께 기술력을 차별화해서 독자성을 발휘하자는 게 핵심이다.이를 위해 전 직원의 13%인 25명을 기술개발부에 배치해놓고 있다. 매출액 가운데 4.5%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한다. 자체 연구도 하지만 도쿄농업 대학 야마나시 대학 아마가타 대학 등 3개 대학과 산학협동을 통해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약 40건의 특허를 취득했다.경영여건이 좋건 나쁘건 연구개발을 등한히 한 적은 없다. 이를 통해 이 회사는 몇 가지 차별화된 진공기술을 확보했다. 진공상태를 만드는 하드웨어 기술, 진공중 로봇 운송기술, 퍼스널컴퓨터에 의한 자동화제어기술, 진공중에 박막을 형성하는 소프트웨어 기술 등이다.이 회사는 연구개발 인력을 결원이 생길 때마다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구한다. 일본경제신문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통해 인재를 확보하고 있는데 대졸자 초봉은 월 20만 엔, 보너스는 연간 5개월분을 준다. 한화로 대졸 초임연봉이 약 2700만 원선인 셈이다. 마케팅은 영업 담당자가 직접 국내외로 찾아다니며 영업을 한다.이 회사도 중소기업이다 보니 몇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마타 사장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한국과 중국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술격차를 벌이는 것”과 “하드웨어 자체인 기계만을 파는 게 아니라 프로세스 공정기술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이 분야의 능력을 높여야 하는 것”을 들었다.오마타 사장은 “손님에게 있어서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이란 무엇일까를 항상 생각해 그것을 상품개발이나 제조에 반영시켜 수많은 손님으로부터의 신뢰를 획득하는 것”을 최고의 사업목표로 삼고 있다고 덧붙인다.정상을 달리는 중소기업들 - 〈일본미크로코팅〉아무리 어려운 요구도 ‘OK’연마제 분야 최고 등극…옹스트롬 수준 표면 가공도쿄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차로 한시간쯤 걸리는 곳에 아키시마시가 있다. 이곳에 일본미크로코팅(Nihon Micro Coating)이 있다.이 회사는 하드디스크(HD)의 텍스처 공정에 사용되는 연마 슬러리(slurry) 분야에서 세계 최강이다. 1925년 창업한 이 회사는 원래 독일과 합명회사로 창업했다. 이에 따라 1,2,3대 사장은 독일인이었다. 지금 사장은 와타나베 노부요시 씨다. 그의 부친은 4대 사장을, 형은 5대 사장을 지냈다.주력제품은 실리콘웨이퍼 제조에 사용되는 연마테이프 장비와 연마제다. 웨어퍼의 1mm 안에 60개의 홈을 만들면 40기가 정도의 용량을 지닌 하드디스크가 된다. 이런 정밀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다. 연마테이프는 웨이퍼 표면이 아니라 들쭉날쭉한 단면(에지) 부분을 매끄럽게 가공하는 제품이다. 구체적인 용도는 광섬유 단면 연마, 반도체 제조공정의 화학적 기계 연마, 실리콘 웨이퍼의 가장자리 연마 등이다.광파이버를 서로 연결시킬 땐 단면이 깨끗해야 한다. 하지만 연마과정에서 속이 딱딱한 부분과 말랑말랑한 부분은 굴곡이 생기게 마련인데, 다이아몬드 코팅을 활용해 단면을 매끄럽게 가공할 수 있는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는 점차 리튬이온 축전지 쪽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작년 매출은 83억 엔(2007년 3월 기준)에 달했고 종업원수는 국내에 229명, 해외에 135명 등 364명이다.이 회사가 세계적인 연마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연구개발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매년 매출액의 3.7%를 연구개발비로 지출한다. 전체 인원 중 13.7%인 50명이 연구개발 관련 부서에서 일한다.와타나베 사장은 “하드디스크는 세계적으로 반년에 한 번씩 신제품이 개발되는데 이 하드디스크를 연마할 제품 역시 여기에 발맞춰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단순히 시장의 흐름을 뒤좇아 가선 승산이 없다. 한 발 앞선 제품을 내놓기 위해 전력 투구하고 있다.현재 글래스 하드디스크용 슬러리 연마제의 경우 일본 내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주로 IBM에 납품하고 있다. 판매는 내수가 50%, 수출이 50%이며 지역적으로는 북미 중국 동남아 유럽 등이다. 이들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꽤 높은 편이다. 이 회사는 한국 중국 미국 등지에 현지 사무소나 법인을 두고 있다.와타나베 사장은 1987년에 취임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선친이 경영하던 공장에서 뛰어놀면서 자랐다. 그는 “현재 고객이 요구하는 표면 가공은 나노미터 이하의 옹스트롬(1000만분의 1mm)수준”이라며 “이러한 미세한 표면 컨트롤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임무”라고 밝힌다. 그는 “고객이 아무리 어려운 요구를 하더라도 ‘노’라고 하지 않고 고객에게 최적의 시스템을 제공한다”며 “이를 위해 항상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와타나베 사장은 자신의 사업경험과 철학을 담은 ‘변화하지 않는 것은 변해야만 한다’는 책을 내기도 했다.nhkim@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