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다소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최근 다시 급등세를 보이더니 마침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10월 31일 현재 국제유가의 현물시장 가격은 배럴당 텍사스유(WTI) 기준으로, 1년 전에 비해 무려 61.5%나 상승한 94.45달러를 나타냄으로써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였다. 지난 9월 12일에 80달러를 처음 넘어선 후 불과 한 달 19일 만에 10달러가 상승하였으니 그 상승속도가 엄청남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이러한 고유가가, 에너지의 대외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다소비 산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년간 국제유가의 빠른 상승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아왔는데, 이는 원화 환율 하락, 높은 에너지세율, 안정적인 에너지 가격을 유지하려는 국가정책 등에 기인한다. 그러나 고유가가 지속되고 환율이 안정될 경우 물가상승, 국제경쟁력 약화, 성장둔화와 같은 문제가 보다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고유가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생산비 상승효과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우리나라는 두바이유의 수입비중이 크다. 따라서 여기서는 두바이유 가격을 기준으로 고유가 영향을 분석하였다. 두바이유의 배럴당 현물가격은 2006년에 평균 61.6달러를 기록하였고 올 10월 31일에는 81.3달러를 나타냈다. 여기서는 두바이유가가 2006년 평균 수준보다 각각 30% 및 50% 상승한 80.12달러(시나리오 1)와 92.45달러(시나리오 2)의 시나리오를 가정하였다. 이러한 시나리오하에서 각 산업의 생산비가 2006년 두바이유가하에서의 생산비에 비해 어느 정도 상승하게 되는지를 분석하였다.이러한 시나리오하에서 도출된 국내 산업의 에너지 비용 상승률을 보면, 제조업 전체로는 에너지 비용이 시나리오별로 21.2~35.0% 상승하는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산업이 26.2~43.6%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었고, 그 다음으로는 가구 및 기타 제조업을 제외한 1차금속(18.8~31.3%), 비금속광물(16.2~27.0%) 등의 순으로 나타나,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에너지 비용이 가장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반면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인 산업은 3.9~6.5%를 나타내는 조립금속 및 기계류 산업이었다.이러한 에너지 비용 상승률을 에너지 비용이 총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곱하여 각 산업의 총생산비 상승률을 구하여 보면, 제조업 전체의 총생산비는 시나리오 1 및 2의 경우 각각 0.75% 및 1.23%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가운데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석유화학 산업의 총생산비가 시나리오별로 24.7~41.1% 상승하여 분석대상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또 다른 에너지 다소비 산업인 1차금속 산업의 경우에는 제조업 평균에 비해 소폭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되었다.이러한 유가 상승이 국내 제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제조업 전체로는 시나리오별로 2.1~3.4% 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나리오 1 및 2의 경우 제조업의 평균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2004년의 7.56%에서 각각 5.5% 및 4.1%로 떨어짐을 의미한다.업종별로는 매우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가장 큰 하락을 보이는 업종은 석유화학 산업으로 시나리오 2의 경우 무려 28.2% 포인트나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석유화학 산업의 2004년 중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8.5%이므로 석유화학 산업은 시나리오 1부터 영업 손실이 발생할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목재·펄프 산업도 시나리오 2에서는 영업이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에 비해 인쇄·출판 산업과 조립금속 및 기타 기계류 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시나리오 2하에서도 0.1% 포인트 이하의 하락에 그쳐 경영성과가 고유가의 영향을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상의 결과는 총생산비 상승이 가격 인상으로 전혀 반영되지 않을 경우 매출액 영업이익률에 미치는 영향이다. 그러나 위의 결과는 다음과 같은 과대 추정 및 과소 추정 요소가 존재한다. 첫째, 업종 또는 기업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생산비 상승이 어느 정도는 가격 상승으로 반영되므로 위의 결과는 실제 효과를 과대 추정하는 요인이 된다. 둘째, 생산비 상승이 제품 가격에 반영이 될 경우 이 제품을 투입요소로 사용하는 다른 산업의 생산비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므로 매출액 영업이익률을 악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와 같이 분석을 보다 현실화할 땐 상반된 영향이 작용한다. 그러나 전자의 효과가 후자의 효과보다 다소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고유가에 따른 실제 매출액 영업이익률 하락 폭은 위의 분석결과보다 다소 작게 나타날 것이다.고유가에 따른 생산비 상승이 가격으로 전가될 경우 다른 산업의 생산비를 상승시키는 파급 효과를 미치게 된다. 이러한 간접적 파급효과를 직접적인 생산비 상승효과에 더한 최종 생산비 상승효과를 살펴보면, 제조업 전체로는 시나리오 1에서는 1.96%, 시나리오 2에서는 3.25%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산업의 총생산비가 가장 크게 상승하여 시나리오별로 29.2~48.6%의 상승률이 예측되었다. 두 번째로 생산비 상승률이 높은 산업은 2.8~4.7%를 나타내는 비금속광물 산업이고, 그 다음으로는 섬유 및 의류, 목재·펄프, 1차금속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우리나라 제조업들은 반도체, 전자 등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경쟁국들과 대단히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약간의 생산비 상승도 경쟁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시나리오 2하에서 국내 제조업의 총생산비용이 평균적으로 3.2% 정도 추가 상승하게 될 경우 국내 제조업은 세계 시장에서 보다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업종별로는 특히 석유화학 산업이 시나리오 1부터 영업 손실을 나타내게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은 우리나라 GDP의 5%에 해당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매우 중요한 산업이므로 시나리오 2의 경우에는 국내 경제 전체로도 매우 커다란 손실을 입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기주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hankju@kie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