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위임, 수평적 사고, 유연성 ‘대세’…멘토링 등 교육에 아낌없는 투자

세계적인 기업들은 어떻게 인재를 양성할까. 이번 인재포럼에는 주요 글로벌 기업의 인사 담당 고위 임원들이 대거 참석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특히 기조연설을 한 벤 버바이엔 브리티시텔레콤(BT) 회장, 리처드 리온스 골드만삭스 인재양성최고임원, 프란츠 크레머 BMW그룹 인재양성최고임원, 초콕퐁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최고경영자(CEO) 등이 관심을 끌었다. 이들은 각각 통신, 금융, 제조업, 항공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다.◇벤 버바이엔 BT 회장= 과거 상당히 오랫동안 인사 관리 부서가 별도로 존재했다. 인사 관련 행정을 담당하는 부서였다. 하지만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심오한 변화가 생겼다. 세계화는 개인과 조직 차원에서도 많은 것을 바뀌어 놓았다.세계화 1세대는 스타벅스가 잘 대변한다. 특정 서비스를 다른 문화권에 도입하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 문을 연 스타벅스가 그 상징이다. 한국의 많은 제품들도 제품력과 브랜드력을 갖춰 해외에 진출했다. 이제 세계 어느 곳에서는 똑같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그런데 3~4년 전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다. 이제 개인들, 인재들은 누구하고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더 이상 특정 장소에 근무할 필요가 없어졌다. 재택근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느 곳에 있든 단절 없이 원하는 사람과 일하는 게 가능해 졌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인도의 정보기술(IT) 아웃소싱이 붐을 이루게 된 것이다. 기업들이 인적 자원을 보는 시각도 크게 달라졌다.글로벌 기업이 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뭔가. 그것은 바로 인재다. 고객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 중요한 건 고객들의 경험이다. 통신이든, 공항이든 결국은 고객이 어떤 경험을 갖는가가 차별화 요소다. 이런 차별화를 제공할 수 있느냐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세계적으로 품질과 역량에 대한 인식이 크게 확대됐다. 소비자들은 글로벌 차원에서 어떤 제품이 더 나은가 비교한다.향후 우수한 인재를 찾으려는 각축이 교육 부문에서 일어날 것이다. 어디에 있느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기업들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탐색한다. 우수한 인재를 두고 전 세계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어떤 사회든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자 한다면 교육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지식이 아니라 학습하는 방법을 습득시켜야 한다. 또한 스스로 안전하게 느끼는 ‘안전지대’를 벗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 한국은 많은 성공을 거뒀지만 이러한 편안함과 성공에 안주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더 큰 성공을 위해서는 안전지대에서 밖으로 나와야 한다. 안전지대는 현재의 성공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벗어나는 데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과거의 성공은 미래의 성공을 가로막는 장벽이다.◇리처드 리온스 골드만삭스 인재양성최고임원= 혁신은 신선한 사고를 의미한다. 그것도 가치를 창출하는 신선한 사고를 말한다. 혁신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도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항상 민첩해야 하고 변화를 재빨리 읽어내야 한다.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달라야 한다. 차별화가 필요한 것이다.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케이크와 칼이 있다고 가정하자. 칼로 4번 선을 그어 얻을 수 있는 케이크 조각은 최대 몇 개인가. 1분 동안 생각해 보라. 케이크의 중심을 기준으로 두고 자르면 8조각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는 것이다. 틀 밖에서 생각해 보라. 케이크를 자르고 나서 조각을 움직일 수 있다면 훨씬 많은 케이크 조각을 얻을 수 있다. 또 대개 케이크의 상단을 자른다고 생각하지만 측면을 자르는 것도 가능하다. 아이들은 또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애초 케이크가 애벌레 모양이라 다리가 42개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형화된 틀 밖에서 사고하는 것이다.골드만삭스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지난 5년 동안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골드만삭스의 140년 역사에서 그 정도로 성과를 낸 비즈니스 모델은 없었다. 기업에서 혁신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러면 혁신은 어떻게 가능한가. 몇 가지 기법이 있을 수 있다. 혁신은 더 많은 리스크를 짊어져야 한다. 합리적 실수를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다. 하지만 혁신 창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앞선 기업 문화다.수평적인 조직은 보다 민첩하게 움직이고, 개별 요소들이 통합돼 있다. 혁신을 또 다른 측면에서 해석하면 한 부분에서 사용한 것을 다른 부분에 도입하는 것이다. 특정 그룹에서 사용한 것을 다른 그룹에 가져가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고객들이 새롭다고 느끼는 것이 바로 혁신이다. 혁신을 하고 1등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프란츠 크레머 BMW그룹 인재양성최고임원= BMW는 전 세계적으로 10만6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이들은 교육 수준이 높은 인력들이다. 현재 세계 130여개 시장에서 자동차를 팔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어느 시장이든 동일한 품질을 기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의 숙력도를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굉장히 구체적이고 잘 정비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현장의 직원 한 명 한 명은 결함을 발견하면 누구든 생산 라인을 중단할 수 있다. 현장에 권한을 대폭 위임한 것이다. 세계 30여 개국에 설립한 판매법인은 BMW의 또 다른 부분이다. BMW의 색깔을 살리면서도, 각 지역 고유의 특색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우리는 BMW의 유전적 구조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7가지로 구성돼 있다. 첫째는 정체성이다. 이는 우리가 어디에 있든, 어떤 일을 하든, 모든 직원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신뢰성이다. 소비자들은 신뢰성을 요구하고 기대한다. 세계 어디에 있든 현지법인과 생산 현장 직원들은 신뢰성을 유지해야 한다. 세 번째는 성과다. 어떤 분야든 기업이 성공하려면 높은 성과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에서 승리할 수 없다.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매일 매일 스스로를 단련해야 한다.네 번째는 열정이다. 열정 역시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다. 그럭저럭 하는 기업은 70%의 역량을 발휘한다. 최상의 자리에 오르는 기업은 100%의 역량을 발휘한다. 그러나 열정이 결합되면 130%도 가능하다. 다섯 번째는 ‘캔두’ 문화다.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제 행동이 필요한 것이다. 여섯 번째는 독립성이다. 우리는 독립성을 중시한다. 독립적인 기업만이 다른 기업과 흥미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 꼭두각시가 아니라 자유롭게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개인들에게도 해당한다. 기업이 독립성을 중시한다면 당연히 직원들의 독립성도 존중해야 한다. 마지막은 팀워크다. 신뢰가 없다면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는가.◇초콕퐁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CEO= 얼마 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리더십에 관한 글을 보았다. 첫 번째 핵심은 기업의 경영자들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위기 극복 전략을 잘못 짤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실수는 대부분 복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인재와 관련된 실수는 사정이 다르다. 인재와 관련된 실수는 복구 불가능한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그동안 항공 산업은 여러 가지 변화를 경험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봐도 ‘꿈의 항공기’로 불리는 보잉의 드림라이너가 등장했다. 이런 변화는 항공기를 통한 여행의 개념을 변화시킨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메가 공항’은 미국과 유럽에만 존재하는 개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베이징, 상하이, 뭄바이 같은 아시아 지역이 부상하고 있다. 기업의 인적 자원 개발 전략이 이러한 변화를 따라갈 수 있게 발전해 나가야 한다.창이국제공항이 글로벌 허브 공항으로 성장한 데는 싱가포르가 가진 우수한 교육 인프라에 힘입은 바 크지만 게임의 법칙이 바뀌고 있는 만큼 인재 양성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개별 직원들의 관심과 회사가 요구하는 자질을 결합하면 추가적인 도약이 가능하다. 특히 이질적 문화 환경을 수용할 수 있는 자질, 돌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 회사 발전 비전을 제공하는 통찰력을 갖춘 리더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창이공항은 이 같은 인재 수요에 맞춰 5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교육 시설을 세웠다. 업무 분야별 직원 전문성을 높이고 있고, 직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멘토링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특히 사내에 태스크포스팀을 두고 체계적인 멘토링 프로그램을 마련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