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PB 서비스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PB 시장이 한층 성숙되면서 많은 수익을 안겨주는 부자 고객들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금융권이 치열한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일부 금융사는 같은 PB 고객들 중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해 각각의 자산 수준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중이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업종 간의 연계를 통해 보다 진일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부자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금융사의 PB 경쟁은 전통적 자산 관리 서비스의 수준을 넘어 최근엔 생활 밀착형 서비스, 문화 제공형 서비스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취향이 까다롭고 눈높이가 높은 부자 고객들에 차별화된 서비스로 충성도를 높임은 물론, 경쟁사의 고객을 자사 고객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한 프라이빗 뱅커는 “부자 고객들은 돈뿐만 아니라 보다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인생을 원하는 편”이라며 “자산 관리와 함께 생활, 문화 서비스가 강화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조심성이 많은 부자들의 특성상 자산을 여러 금융사에 분산해 놓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우리 은행의 PB 고객이 다른 은행의 PB 고객일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귀띔했다.이 때문에 PB 서비스의 형태와 내용은 물론 질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전문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자산 관리 서비스는 물론 PB 전용 금융 상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PB 전용 금융 상품에는 주가지수연동상품(예금, 수익증권), 외화표시채권 및 PB 고객 전용 펀드, 글로벌 펀드 등이 있다.최근 신한은행은 PB 전용 상품으로 안정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코스피200 지수가 설정 시점보다 하락하지 않으면 연 7~10%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지수가 5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만기 시 원금이 보존되는 파생상품이다. 3년 만기 상품이지만 6개월~1년 사이 연 10%, 또는 1년 이후 연 7% 이상의 수익 달성 시 채권형으로 전환돼 상환 기간이 짧아지는 데다 비과세다.골프 강습, 맞선 서비스 등의 문화생활 서비스는 이제 웬만한 은행에서는 다 제공할 만큼 일반화됐다. 자녀들의 교육 문제나 진로 선택, 유학 상담까지 체계적으로 제공해 주는 은행도 있다.신한은행은 이를 한 단계 심화했다. 아예 결혼 정보 업계에서 성사율 높기로 유명한 전문 커플매니저를 PB 센터로 영입했다. 고객 자녀 초청 미팅 파티도 1년에 두 번씩 열고 있다. 또 사무관 출신 골프 지도자로 유명한 박경호 씨를 영입, PB 고객 전담 골프 강사의 책임을 맡겼다. 박 씨는 PB 고객들을 대상으로 주 2차례 필드 레슨을 갖고, 고객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골프 교실도 진행하고 있다.기업은행은 초우량 고객을 위한 출장 서비스와 풍수 서비스로 화제가 되고 있다. 출장 서비스는 금융, 부동산, 세무법률, 재무전략 등 4개 분야 전문가들이 한 팀을 이뤄 고객을 직접 방문하는 서비스. 풍수 서비스는 풍수 전문가와 함께 주택이나 공장 부지로 적합한 곳을 골라주는 서비스다.음악회, 미술 전시회 등도 빼놓을 수 없다. 하나은행은 지난 2004년부터 경기도 신갈의 하나은행 연수원 내 야외공연장에서 PB 고객들을 대상으로 연간 10회 정도 서양 고전음악 중심의 ‘하나빌 숲속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최근 우리은행이 내세운 PB 브랜드인 투체어스는 복합화를 모토로 한다. 즉, 증권을 결합한 시너지 증대, 5명이 한 팀을 이뤄 고객을 관리하는 팀플레이 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강남PB센터의 경우 이 같은 개념에 따라 은행은 물론 우리금융지주회사 산하 우리투자증권이 같이 입점했다. 이에 따라 은행, 증권, 보험(방카슈랑스), 카드 등 각 분야별 원스톱 거래는 물론 세무, 부동산 등 부가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것을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강남PB센터에만 세무, 부동산 전문가로 15명이 포진해 있다. 여기에 우리투자증권 IB팀도 참여하고 있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에게 특히 많은 비즈니스 및 투자 제안을 검토하고 적합한 투자를 제안하기 위해서다.비(非)은행 금융그룹들 역시 복합 금융 점포를 잇따라 설립하고 있다. 자사 혹은 타 그룹 계열의 보험 증권. 자산운용. 종금사 등과 연계해 증권 펀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의 판매에서부터 상속 세무 상담 등 재무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대한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증권 등 한화그룹 금융 3사는 5일 서울 중구 한화손보 빌딩 2층에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는 복합 금융 점포 ‘한화금융프라자’를 열었다. 이로써 고객들은 금융프라자에서 보험 업무뿐만 아니라 증권 계좌 개설, 펀드 가입, 신탁 업무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게 됐다.미래에셋생명은 전국에 47개의 금융프라자를 운영 중이다. 보험 상품과 펀드, 신탁 상품을 골격으로 은퇴 설계에 필요한 금융 상품을 컨설팅해 주는 곳이다. 금융프라자마다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들을 배치, 고객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분석하고 리모델링해 준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증권과 제휴, 계좌 개설 서비스도 시작했다.한국투자증권 역시 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밸류자산운용 등 계열사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한국증권 PB본부에서 아트 펀드, 와인 펀드, 부동산 경매 펀드 등 특화된 사모 펀드를 중점적으로 판매한다.CJ투자증권은 우체국과 연계한 CMA 서비스로 농어촌에 거주하는 고객들도 편리하게 자산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국 2800여 개 우체국뿐만 아니라 향후에는 홈쇼핑에서도 상품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영화·공연 등에 투자하는 엔터테인먼트 펀드도 CJ투자증권의 특화 상품 중 하나다.최근에는 예치 규모를 10억 원대 이상으로 높여 부자 중의 부자, 초우량 고객만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이른바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 마케팅’이 PB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다. 아울러 자산 규모에 따라, 직업별에 따라 서비스를 전문화, 세분화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하나은행은 30억 원 이상의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웰스매니지먼트(WM)’ 부서를 따로 두고 있다. 기존 PB 센터가 제공하는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는 물론 생애 전 기간을 위한 재무 설계, 상속, 유언 관리, 해외 부동산 투자, 미술품 구입 등을 상담해 준다. 이 센터 고객들은 사모 펀드, 헤지 펀드, 파생 복합 투자 상품 등 일반 고객들이 접할 수 없는 이색 상품도 접할 수 있다.금융사들은 1억~10억 원 사이의 차하위 억대 자산가들에 대해서도 특별 관리 중이다. 영업점 내에 이들을 위한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 기존 PB 고객들에게 한정했던 특화된 서비스를 이들에게도 확대하고 있다.SC제일은행은 수신액 10억 원 미만 고객을 ‘으뜸고객(PrB·Priority Banking)’으로 구분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 수가 많고 잠재적 발전 가능성이 큰 33개 영업점에 으뜸뱅킹센터를 이미 설치했다. 제일은행은 으뜸고객에게 세무·부동산 등 자문은 물론 대여 금고 제공, 자녀 유학 상담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시중은행 관계자는 “10억 원 이상 자산가를 상대하는 PB 시장의 경쟁이 가열되자 각 은행들이 차하위 고객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이들의 재산을 불려 PB 고객으로 키운다면 은행과 고객이 윈-윈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