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것이 있으면 포털 사이트 ‘OOO에 물어봐’. 몇 해 전부터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찾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면 수많은 정보가 순식간에 모니터를 가득 채운다. 정보를 찾기 위해 책이나 신문을 뒤지는 수고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정보 접근이 쉬워진 것은 물론 정보 자체가 다양해졌다. 지식의 단편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보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포털 사이트는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여기서 주목할 것은 지식과 정보의 주요 생산자가 네티즌이라는 점이다. 특정 업체가 올린 것도 있지만 네티즌의 자발적 생산물이 훨씬 더 많다. 지식과 정보의 생산자가 곧 소비자이인 것이다. ‘자발적인 지식의 생산’이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와 네이버의 ‘지식in’ 등이 대표적인 예다.앨빈 토플러는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의 개념을 ‘프로슈머(Prosumer)’라고 정의했다. 금전적인 보상이 따르지 않지만 스스로 지식과 정보를 생산하는 행위는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공유 참여 개방의 정신인 ‘웹2.0’의 눈으로 본다면 웹상의 프로슈머 등장이 낯설지 않다. 이들은 금전적 혜택이 없어도 자신의 지적 생산물을 기꺼이 내놓는다. 얼굴과 이름도 모르는 이가 자신으로 인해 지적 욕구를 충족한다면 그만이다.이전까지 정보는 소수의 전유물이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고 해도 대중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파할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갖는 일은 어려웠다. 정보의 생산과 전파는 신문 방송 잡지 등의 플랫폼이 맡았다.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전통적 플랫폼의 도움 없이 스스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개인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기존의 전통적 플랫폼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네티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포털 사이트에 정보와 지식을 올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고 동시에 자신의 플랫폼을 풍성하게 만든다. 포털 사이트, 블로그 등으로 탄생한 프로슈머의 등장은 이미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지난 10년간 포털 사이트의 순위 변동을 지켜보면 프로슈머의 개념을 중심에 두고 사업 전략을 펼친 업체가 성공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이는 포털만의 성공 전략이 아니다. 고객은 단순히 소비자로만 존재하지 않고 생산의 주체도 될 수 있다. 간단해 보이면서 쉽지 않은 발상의 전환이 성공의 저변에 깔려 있다.어느 회사나 고객 중심을 외친다. 하지만 고객을 매출 향상의 대상으로만 간주하면 실패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진정 고객의 입장에서 회사를 바라봐야 한다. 또 고객이 참여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와 무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객은 치열한 포털 업계의 전쟁터에서 이런 원칙을 지킨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새로운 플랫폼인 IPTV에도 이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새로운 플랫폼인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해 제공되는 양방향 텔레비전 서비스)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 1년여가 흘렀다. 하나로텔레콤이 지난해 7월 ‘하나TV’로 첫 테이프를 끊은 IPTV는 국내 전체 가입자가 9월 말 현재 70만 명(하나로텔레콤 60만 명, KT 1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최근 국내 IPTV에는 CUG(Closed Users Group: 폐쇄 이용자 그룹)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서비스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소비자 참여를 유도한다는 원칙에 있어서는 동일하다. IPTV 업체가 플랫폼을 제공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꾸며 사용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어떤 형태의 서비스와 콘텐츠를 구성할지 자못 궁금하다. 문제는 방법론이고 원칙은 불변이다.박병무-하나로텔레콤 사장약력: 1961년생. 대일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 82년 사법시험 합격. 90년 변호사 개업. 2000년 로커스홀딩스 대표이사. 2003년 뉴브리지캐피털 대표이사. 2006년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