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마케팅 조사 기업이 ‘2006~07년 미디어 인덱스 조사’ 결과 한국의 컴퓨터 보유율과 인터넷 사용률이 각각 88%, 80%로 미국 홍콩 싱가포르 영국 등보다 앞선 세계 1위라고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15~29세 한국인의 98%가 1주일 동안 인터넷에 접속한 적이 있다는 내용은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의 위상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그러나 여기에 안주할 수 없는 것 또한 IT·디지털 분야다. ‘싸구려’ 제품으로 인식되던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비용뿐만 아니라 기술 경쟁력까지 급상승하고 있으며,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도 새로운 성장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도 경쟁국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디지털 혁신에 대한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지속적으로 수립, 실천하는 데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여기서 말하는 디지털 혁신이란, 기업의 부가가치와 국가의 산업 경쟁 기반이 선순환 메커니즘을 구성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과 기술이 풍부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지금 기업들은 발달된 디지털 기술 기반을 통해 비용의 절감, 사업의 고부가치화, 신사업 기회 발굴, 경영 활동의 시너지 효과 창출 등 경영 활동 전반에 걸친 경영 효율성 제고를 기대한다. 모든 업무를 디지털화해 제조비는 물론 경영 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업의 노력에 맞춰 시스템적인 혁신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곧 국가가 할 몫이다.최근 산업디지털전략센터는 기업 간 프로세스 동조 및 협업화를 목표로, 정보기술 관점에서는 기업의 IT 적용 환경 선진화, 경제 사회 관점에서는 산업 디지털 생태계 구축, 법제도 관점에서는 산업 부문의 IT 활용 기반 ‘디지털혁신기본법’ 제정을 핵심으로 한 디지털 혁신 정책을 제시했다.특히 IT 활용 고도화 전략은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이고, 기존 IT 자원을 활용해 산업 가치 사슬을 연계해야만 한다는 것을 분석해 내놓은 전략이다. 그 핵심 내용은 첫째, 기업들이 연구개발(R&D) 제조 서비스와 같이 따로따로 이뤄지던 공정들을 통합 서비스로 공유하도록 한 것이 있다.둘째, 대·중소기업들이 협력 또는 하청의 관계를 이루는 기업 생태계 사슬이라는 시장 질서를 수용하면서 기존의 IT 인프라를 활용해 중립적 통합 협력 모델을 제시하도록 했다.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비접촉식 인식 시스템) 환경에서의 표준 코드 체계 정립, 중소기업에 필요한 맞춤형 SaaS(Software as a Service) 및 ASP 개발을 육성하고 동종 업종 근로자의 참여형 업무 지식 허브를 만들어 지식 거래 및 공유 환경을 제공하는 것들이 그 내용이다.그러나 이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또다시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해야 되므로 시간과 노력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은 모든 것은 기업이 혁신의 주체가 되며, 국가는 위험 감수와 장기 투자를 지원하는 혁신 역할모델을 부처 간 협력에 의해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이처럼 국가와 기업 간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전략적인 정책을 위해서는 다음에 제시하는 3가지 필수 요건을 가지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첫째, 인적 자원(The Quality of the Talent Pool)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장기 투자에 수반되거나 그 외의 여러 상황들에서 파생되는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을 육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 혁신을 예측할 수 있는 인프라의 지속적 구축이 필요하다.10월에 개최된 미국 MIT의 ‘이머징 테크놀로지 콘퍼런스(Emerging Technology Conference at MIT)’에서는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비즈니스 신모델들을 선보였는데, 여기서 특별히 강조된 슬로건이 있었다. 새로운 시대의 비즈니스는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 주고받기)’의 단순 논리가 아니라 ‘기브 앤드 베그(Give and Beg: 베풀고 부탁하기)’라는 상생의 철학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김성희KAIST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교수seekim@kaist.ac.kr약력: 1949년생. 경기고, 서울대 공대 졸업.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공학박사. 1983년 한국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 및 교수. 2000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장. 2001년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