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논란으로 말 많고 탈 많았던 서울 은평뉴타운 공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롯데건설, 대우건설 등 6개 건설업체는 은평뉴타운 1지구에 짓고 있는 아파트 2817가구를 11월 초~중순에 분양할 예정이다.내년 8월에 입주하는 은평뉴타운은 150%의 낮은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 북한산 자락의 쾌적함이 가장 큰 자랑이다. 자립형 사립고 1곳을 포함, 고교 4곳과 중학교 2곳, 초등학교 5곳, 유치원 7곳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교육 여건도 좋은 편이다.은평뉴타운은 올 하반기 분양 시장의 최대 격전지로 손꼽힌다. 특히 9월부터 시작된 청약 가점제에 따른 본격적인 진검 승부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예상 커트라인이 50~60점(84점 만점)에 이를 정도로 관심이 집중돼 있다. 은평뉴타운을 기다리는 ‘고가점’ 수요자가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은평뉴타운은 지난 2002년 서울시가 처음으로 지정한 3곳의 시범 뉴타운(은평, 길음, 왕십리뉴타운) 중 하나다. 이후 2003년에 2차로 한남, 미아, 가재울, 아현 등 12곳이, 2005년에 상계, 장위, 수색·증산, 흑석 등 10곳이 3차 뉴타운으로 추가 지정돼 지금까지 총 25개 지역이 뉴타운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서울시의 뉴타운 사업은 부동산 시장 풍토를 확 바꿔 놓았다. 특히 강북의 경우 뉴타운을 빼놓고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지배력을 과시하고 있다. 뉴타운에 속하지 않는 개별 재개발 구역조차 ‘뉴타운’이라는 표현을 고유명사처럼 쓰는 추세다. 이 뿐만 아니라 재정비촉진지구, 균형발전촉진지구 등 개발 목적과 내용이 서로 다른 개발 프로젝트들이 ‘뉴타운’으로 통칭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뉴타운에 대한 관심은 최근 길음뉴타운, 은평뉴타운 등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아파트를 비롯해 학교, 도로, 생활 편의 시설이 새로 들어서는 사실상 미니 신도시라는 점이 새삼스레 부각됐기 때문이다. 뉴타운 아파트의 투자성이 대체로 후하게 매겨진다는 점도 인기 요인 가운데 하나다.특히 앞으로 추가로 지정될 4차 뉴타운(재정비 촉진지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남보다 먼저 후보지에 투자, 향후 새 아파트 입주 또는 시세 차익을 노려보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재개발 투자 희망자 사이에선 뉴타운 후보지가 0순위나 다름없다.4차 뉴타운에 대한 기대는 저절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지난해 봄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시했던 ‘뉴타운 50개 확대’ 공약이 진원지다. 25개인 뉴타운을 2배인 50개로 늘리겠다는 약속에 많은 노후 지역들이 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했다.특히 1~3차 뉴타운 선정에서 탈락한 지역들은 한층 더 기대감에 휩싸였다. 아무래도 선정 과정에서 우선순위로 검토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게다가 개별 지자체 구청장들도 선거 과정에서 ‘뉴타운 추가 선정’을 약속이나 한 듯 공약으로 내세워 열기에 부채질을 했다.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서울 곳곳에선 뉴타운 기대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노후 주택의 가격이 수천만 원씩 오르고 거래가 늘어난 것이다. 급기야 서울시는 올 초 ‘4차 뉴타운 사업 전면 보류’를 결정했다. 뉴타운을 무리하게 추가 개발할 경우 자칫 실효성 없이 부동산 값만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판단이었다.당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4차 뉴타운 사업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며 “요건을 갖춘 곳은 모두 뉴타운으로 지정할 방침이지만 50개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50개 확대’ 약속은 상황에 따라 이뤄질 수도, 무산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 셈이다.이 같은 입장은 지금도 큰 변함이 없다. 서울시 균형발전추진본부 관계자는 “4차 뉴타운 대상지 결정 일정이 잡히면 각 구청에 후보지를 선정 제출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내는데, 지금까지는 어떤 움직임도 없다”면서 “여전히 무기한 연기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으로선 기존 뉴타운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이렇듯 서울시의 뉴타운 정책은 기존 계획과 달리 유동적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거래 시장의 반응은 이와 좀 다르다. 올 초 ‘전면 보류’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의 시세는 별 변동이 없었다. 일부 지역에서 실망 매물이 나오긴 했지만 시세 흐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중구청이 4차 뉴타운 후보지로 ‘밀고’ 있는 중구 신당1동의 K부동산중개 대표는 “주민들과 투자자 모두 조만간 뉴타운으로 선정될 지역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가격은 지난해부터 꾸준한 상승세”라고 밝혔다.지난 4월말 종로구 창신1~3동 및 숭인1동 일대 25만여 평이 광역재개발을 위한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것도 4차 뉴타운 기대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창신·숭인 재정비촉진지구는 당초 3차 뉴타운 후보지였지만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지구 지정이 보류됐다가 단독으로 재정비촉진지구 대열에 합류했다. 이 지역 역시 지난해 이후 공시지가가 15% 이상 급등한 지역이지만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만큼 다른 지역의 4차 뉴타운 지정도 기대할 만하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창신·숭인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은 예외적인 경우”라면서 “4차 뉴타운 후보지 선정 작업이 재개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구청과 주민들은 변함없이 뉴타운 추진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자체로선 관내 낙후 지역 개발에 뉴타운 사업만큼 좋은 호재가 없는 데다 주민 민원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구청은 홈페이지 등에 4차 뉴타운 후보지 선정 준비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4차 뉴타운 후보지로 선정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1~3차 뉴타운과 재정비촉진지구 선정에서 탈락한 곳이다. 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뉴타운 추진에 나서는 곳들이 유력하다. 신청하는 곳이 ‘얼토당토’않은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전에 ‘아깝게’ 탈락했을수록 다음 차례에 합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특히 선정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투자자의 발길이 자주 닿는 곳으로는 용산구 서계·청파동, 강서구 화곡동, 중구 신당동, 구로구 구로동 등이 꼽힌다. 또 도봉구 창동 등은 해당 지역 주민들이 주거 환경 개선을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에 선정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점쳐진다. 정현조 부동산J테크 팀장은 “시기가 문제일 뿐 선정 대상으로 확실시되는 지역이 몇몇 물망에 오르고 있다”면서 “이들 지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추세”라고 밝혔다.용산구 서계·청파동의 경우 지난 3차 뉴타운 선정 시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신청해 탈락한 곳으로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용산구청도 기존 서계동에 청파동을 더해 중심지형 재정비촉진지구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설득력을 더한다. 또 인근 원효로1~4가 일대도 주거지형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준비 중이다.이들 지역은 용산 프리미엄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가격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역과 용산 부도심의 중간에 위치해 입지 여건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는 서계동의 경우 빌라 3.3㎡당 가격이 평균 3500만 원을 웃돌고 있다. 서계동 H공인 대표는 “용산구가 서계·청파동 일대 20만㎡(6만2300평)을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후 시세가 크게 뛰었다”면서 “수요에 비해 매물이 달린다”고 밝혔다.눈에 띄는 것은 서계·청파·원효로 일대에 건축업자들이 주택을 무분별하게 신축해 팔아 물의가 빚어지자 용산구가 나서 건축허가제한구역으로 묶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제한 지역이 모두 재정비촉진지구 신청지와 동일해 현지에서는 “건축 규제가 곧 지구 지정 징조”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구로구에서는 구로동의 총 3개 지역에서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구로본동, 구로2동, 가리봉2동이 포함된 구로1지구의 경우 3차 뉴타운 신청에서 탈락한 후 오히려 개발 기대감에 휩싸였다. 특히 구로구는 뉴타운과 재정비촉진지구가 한 군데도 지정돼 있지 않아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구로동 D부동산중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가격이 많이 올라 소형 지분은 3.3㎡당 2000만 원에 육박한다”고 전했다.2~3차 뉴타운 선정에서 두 번 탈락한 도봉구 창2, 3동 일대는 다른 지역에 비해 4차 뉴타운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은 상태다. 몇 년에 걸쳐 가격이 계속 상승해 소형 빌라는 3.3㎡당 1500만 원을 웃돌고 있다.강서구 화곡동의 경우 지난해 지자체장 선거 공약으로 뉴타운이 언급된 후 투자 분위기가 일어났다. 구청도 적극적으로 나서 화곡 2~8동과 본동 일대에 대한 뉴타운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곳 역시 개발 기대감에 따른 가격 상승이 이어져 현재 빌라 매물이 3.3㎡당 1500만 원을 웃돌고 있다.도심의 대표적인 노후 밀집지로 꼽히는 중구 신당동은 지난 3차 뉴타운에서 탈락한 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을지로·퇴계로와 왕십리 사이에 위치한 이 지역은 무엇보다 입지 여건이 뛰어나다. 직주근접형 주거지로는 이만한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라는 게 중론이다. 지하철 2, 3, 5, 6호선이 고루 분포돼 있고 환승역만 해도 신당(2·6호선), 청구(5·6호선), 약수(3·6호선)역 등 세 군데나 되기 때문이다. 이 세 역세권에서 삼각형 모양을 한 곳이 신당·장충권이다.이 지역에선 3.3㎡당 1000만 원 후반대에서 매물을 찾을 수 있다. 신당동 K공인 대표는 “4차 뉴타운 선정이 확실시 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임대 수요 등을 보고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이들 지역 거래 시장은 전반적으로 서울시의 ‘전면 보류’ 입장 표명에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구 지정이 되면 19.8㎡(6평) 이상 지분 거래에 규제를 받지만 지금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보는 분위기다. 신영균 부동산프라자 대표는 “추가 지정을 기다리는 동안 손바꿈을 통해 시세 차익을 실현하겠다는 수요자가 많다”면서 “일부 지역은 올 초 대비 70% 상승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정부가 지구 지정을 미룰수록 부동산 가격은 올라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게다가 최근에는 뉴타운 이주 수요의 영향으로 주변 지역 부동산이 큰 폭으로 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내년 초 강북·강서에 걸쳐 뉴타운발 전세 대란이 예상돼 벌써부터 이를 겨냥한 투기 수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연신내역 일대에 균형발전촉진지구 신청을 추진하고 있는 은평구 일대는 요즘 뉴타운 이주 수요를 노리는 투자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 초 가재울뉴타운과 응암 재개발구역에서 1만 가구에 달하는 이주 수요가 발생할 것에 대비, 은평구 일대 빌라와 아파트를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늘어나 매물 품귀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신사동 W공인 관계자는 “최근 한두 달 사이 호가가 곧 가격이 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빌라, 아파트 할 것 없이 가격이 강세이지만 매물이 없다”고 밝혔다.이런 현상은 뉴타운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은평뉴타운 역시 이주 수요 때문에 인근 불광동, 녹번동, 고양시로까지 가격이 도미노 상승했었다. 정현조 부동산J테크 팀장은 “최근 들어 뉴타운 주변 지역이 단기 급등하는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면서 “주변에 기존 뉴타운 등 개발 호재가 있어 이주 수요의 정착지로 예상되는 곳, 지금은 노후도 등이 충족되지 않지만 5~10년 후 재개발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 선점 투자처로 인기”라고 말했다.하지만 4차 뉴타운 후보지는 물론 이주 수요를 겨냥한 지역에 대한 투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공통의 의견이다. 신영균 대표는 “상당수 후보지의 부동산 가격이 이미 천정부지로 뛰었다”면서 “뉴타운, 재정비촉진지구 투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현조 팀장도 “공무원이 현장에 실사만 나가도 마치 선정이 된양 가격이 크게 뛰는 기형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4차 뉴타운 후보지 발표를 미뤄놓은 만큼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돋보기 뉴타운 vs 재정비촉진지구‘재정비촉진지구’로 변경 추세…구분 사용 ‘바람직’“뉴타운은 뭐고, 재촉지구는 또 뭐야?”뉴타운은 이제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단어가 됐다. 재개발 관련 사업에 ‘뉴타운’이라는 표현을 붙여 과대 선전의 용도로 이용하는가 하면 재정비촉진지구, 균형발전촉진지구 등과 혼동돼 잘못 사용되는 사례도 빈번하다.뉴타운과 재정비촉진지구는 많은 면에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개념이다. 우선 뉴타운은 서울시가 조례를 통해 독자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서울에서 시작된 뉴타운 사업이 경기도를 거쳐 전국으로 확산되자 정부는 2006년 7월 새롭게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도촉법)’을 만들어 제도적 개선을 꾀했다. 이 법에 따라 지정되는 재정비촉진지구는 도촉법 규정에 의한 정부 주도의 대규모 도시 재생 사업이라 보면 된다. 넓은 의미에서는 두 가지 모두 광역 재개발의 하나인 셈이다.재정비촉진지구는 뉴타운 사업에 비해 인센티브가 많다. 일단 지정이 되면 용도 지역 변경이 가능해지고 도로·공원 등 기반 시설 설치에 따른 용적률 확대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또 소형 주택 의무 건설 비율도 낮아진다. 초고층·중대형 주택과 오피스 빌딩, 반듯한 도로와 쾌적한 공원을 갖춘 도심 내 신흥 주거지로 탈바꿈이 가능한 셈이다.이 때문에 서울 기존 뉴타운 가운데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원하는 곳이 많다. 현재 뉴타운과 균형발전촉진지구 가운데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곳은 총 22곳에 이른다. 이들 지구는 기존 명칭 대신 재정비촉진지구라고 부르는 게 원칙이다. 예를 들어 은평뉴타운의 경우 ‘은평 재정비촉진지구’가 정식 명칭인 것이다.4차 뉴타운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 업계와 언론 보도에서 편의상 ‘4차 뉴타운’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취재 = 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