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어떻게 되나

화해는 오래가지 못했다. 올 초 동아제약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 직전까지 갔던 강신호 회장과 2남 강문석 이사(수석무역 부회장)는 정기 주주총회를 며칠 앞둔 지난 3월 22일 극적인 타협에 성공했다. 강 회장은 그동안의 반대 의견을 접고 강 이사와 유충식 이사(전 동아제약 부회장)를 이사회 멤버로 받아들였다.강 이사는 당초 주주 제안을 통해 추천했던 이사 후보 9명 중 나머지 7명의 이사 선임 요구를 접었다. 이사회 구성만 보면 강 회장 측(5명)이 강 이사 측(2명)을 앞선다. 하지만 강 이사와 유 이사는 동아제약 경영 복귀라는 ‘실리’를 챙겼다. 양측의 갈등은 서서히 봉합되는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짧은 타협은 대격돌을 위한 숨고르기라는 게 곧 드러났다. 애초부터 양측의 생각은 서로 거리가 멀었다. 불과 7개월 만에 또 한 번 표 대결이라는 정면 승부를 앞두고 있다. 분위기는 이전보다 훨씬 뜨겁다. 동아제약은 감사 명의로 강 이사를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동아제약 대표이사 재직 시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양측의 주장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린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주장이 극단적으로 엇갈릴 정도다. 이제 타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지난 7월 2일 동아제약 이사회는 자사주(7.45%) 전량 매각과 교환사채(EB) 발행을 결의했다. 이때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강 이사는 이날 이사회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졌지만 결정을 바꾸지는 못했다. 유 이사는 이사회에 불참했다. 강 이사는 자사주 매각과 이를 기초 자산으로 한 EB 발행을 강 회장 측의 ‘선전 포고’로 받아들인다.현재까지 표면적으로 나타난 강 이사 측 지분은 16.15%로 강 회장 측 지분 6.87%를 앞지른다. 그러나 동아제약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강 회장 측은 상당수의 우호 세력을 확보하고 있어 실제 지분율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서 동아제약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가 중요한 변수로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자사주는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되살릴 수 있는 ‘묘안’을 찾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강 이사는 EB 발행을 통한 자사주 매각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21일 매각된 자사주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해 놓은 상태다.그러나 동아제약은 강 이사의 이러한 주장을 일축한다. 자사주 매각과 EB 발행은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합리적인 경영 활동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한다. 실제로 동아제약은 지난 4월 국세청으로부터 350억 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아 현금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이는 강 이사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EB 발행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주주들에게도 유리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자사주를 장내 매각하면 주가가 하락해 주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반면 EB 발행은 그런 우려가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동아제약은 오히려 이사회 멤버로서 논의 과정에 충분히 참여하고도 이를 법적 분쟁으로 비화시키는 강 이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동아제약은 자사주 매각으로 확보한 8000만 달러(약 740억 원)의 현금을 과징금 납부와 연구개발 투자, 공장 개·증축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지난 3월 29일 정기 주주총회 직후 열린 첫 이사회에서 강 회장의 4남 강정석 전무가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전격 선임되면서 양측의 화해는 삐꺽댔다. 강 이사는 1987년 동아제약에 입사해 개발부 차장, 기획조정실장을 거쳤으며 1997년부터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았고, 2003년에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반면, 강 부사장은 1989년 입사해 메디컬사업본부와 영업본부 등에서 근무했다.그런데 의약 분업 영향과 광동제약 ‘비타500’의 돌풍에 밀려 박카스 매출이 급감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강 회장은 강 이사를 경영 일선에서 퇴진시켰다. 2004년 말 경영 책임을 물어 부회장으로 물러앉게 했다. 그러나 강 이사는 경영 실패는 겉으로 내세운 명분에 불과하다고 믿고 있다. 그는 2003년과 2004년 실적이 부진했던 것은 누적된 부실을 터는 구조조정을 추진한 탓이며, 그 결과 동아제약의 재도약도 가능했다고 말한다.2년 동안 절치부심한 강 이사는 올 초 마침내 동아제약 경영 복귀의 깃발을 치켜들었다. 강 이사는 강 회장의 40년 지기로 동아제약 사장과 부회장을 지낸 유충식 이사와 손을 잡았다. 지용석 한국알콜 대표도 여기에 가세했다.오는 10월 31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강 이사 측의 목표는 5명의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것이다. 강 이사 측이 제시한 이사 후보 명단에는 사내이사로 지용석 한국알콜 대표와 박선근 LG생명과학 고문, 사외이사로는 정은섭 법무법인 아주 대표변호사와 박정삼 전 HK상호저축은행 대표,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 등이 올라있다. 강 이사 측은 현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시 주총에서 5명의 이사 후보가 모두 이사로 선임되면 동아제약의 이사회 멤버는 12명으로 늘어나며, 그중 7명을 강 이사 측이 차지하게 된다.치열한 위임장 확보 경쟁이 불붙은 가운데 강 회장 측에서는 이사 후보들의 부적합성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지용석 한국알콜 대표는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의사 출신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의사라는 것만으로 동아제약의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알콜은 동아제약의 브랜드 파워와 유통 역량을 자사의 목적에 이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어 오히려 동아제약의 주주가치에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박선근 LG생명과학 고문은 동아제약 국제사업본부장 출신으로 재직 시 의약품과 전혀 관계없는 면도기 등의 외상 수출로 막대한 부실 채권을 발생시켰던 전력이 있다고 주장한다.사외이사 후보도 마찬가지다. 정은섭 법무법인 아주 대표변호사는 강 이사 등의 소송 대리인으로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박정삼 전 HK상호저축은행 대표는 취임 5개월 만에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던 인물이라는 것이다.그러나 강 이사 측은 이를 ‘흠집 내기’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지 대표는 의학과 바이오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고, 한국알콜의 계열사가 보유한 나노 기술은 동아제약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고문의 경우도 경쟁사에서 모셔갈 정도로 뛰어나고, 또한 사외이사 후보들 역시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전문가들이라는 설명이다.양측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직원들도 행동에 나섰다. 동아제약 직원들의 모임인 동아제약발전위원회(동발위)는 현 경영진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우리 회사 주식 갖기 운동’을 펼쳐 1.3%의 주식을 확보해 놓고 있다.동발위 소속 직원 300여 명은 지난 10월 11일 강 이사가 대표로 있는 서울 논현동 수석무역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이사회 장악 시도를 중지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현직 이사인 강 이사가 외부 세력을 끌어들여 회사 이미지를 훼손하고, 안정적인 회사를 인수·합병(M&A) 먹잇감으로 내놓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동발위 측은 “과거 회사를 위기에 빠뜨렸던 장본인이 경영권에 대한 무분별한 욕심으로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한다. 동발위는 ‘직원당 500주 보유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 2010년까지 동아제약의 지분 10%를 확보할 계획이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