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인 1997년. 제약회사 화이자는 비아그라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인류 최초 ‘행복 약(Happy Drug)’의 등장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이 소식은 긴급 뉴스로 전 세계에 타전돼 30억 남성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1년 뒤, 비아그라가 판매되자마자 미국의 TV들은 연일 비아그라를 먹은 환자들을 인터뷰하고 신문과 잡지는 비아그라가 성 문화에 미치는 분석 기사를 쏟아냈다.비아그라 관련 부작용에 대한 소식은 항상 분에 넘칠 정도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세기 최후의 위대한 발명품’이란 칭송을 받고,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일반명사로 등재된 ‘비아그라’의 유명세 덕이었다. 그리고 2년 전 KBS TV ‘비타민’에서 방송인 김구라 씨가 정자 검사 결과 ‘정자왕’에 오르면서 인터넷 검색 1순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비아그라가 꺼져가는 중년 남성들의 성생활에 불을 지핀 지 10년. 우리 중년 남성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비아그라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성에 대한 의사소통이 늘어나게 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남성의 성과 성 문화에 대해 여성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전체적으로 가부장적인 한국의 남성 문화를 어느 정도 해체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노인들의 성에도 사회적 관심을 갖게 하는 촉매제가 됐다.일례로 비아그라의 등장 이후 중년 부부들이 비뇨기과를 함께 방문하는 일들이 잦아졌다. 이는 중년의 성생활 문화에 대한 적극성이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쳤음을 의미한다. 부부가 함께 방문하는 중년들의 경우 발기부전이나 조루 등 성 콤플렉스의 치료가 훨씬 더 효과적인 것을 보면 성의 공론화를 이끈 비아그라의 순기능에도 점수를 주고 싶다.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는 성적 자극을 받아 발기가 되려고 할 때 발기가 더욱 잘되고 오래 유지되도록 도와주는 약물이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은 이를 성적 자극을 일으켜 발기 자체를 유도하는 약물로 오인할 때가 많다. 다시 말해 발기가 될 때 성기로 혈액이 원활하게 유입되도록 도와주는 약물이지 가만히 있어도 성적 흥분을 유발시키는 정력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약의 효과가 나타날 시간에 맞춰 성적인 자극을 주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가끔 비즈니스상 만나는 사람들이 필자의 직업을 알고 나서 별것 아니라는 투로 발기부전 치료제를 몇 알 구할 수 없겠느냐고 요청할 때가 있다. 발기력에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 발기부전 치료제는 무용지물일 뿐만 아니라 심장병 또는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사람이 복용했을 경우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필자는 충고하곤 한다.자신의 성 기능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느낄 때는 건강검진을 통해 심혈관계 질환이나 당뇨병 등 관련 질병이 없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중년 남성들은 언제나 정력이 곧 건강이라는 통념을 갖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남성들에게 있어서 갱년기는 발기부전과 같은 상황으로 먼저 표출되기 때문이다. 중년 남성들이 ‘정자왕’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부부 관계에 있어서, 그리고 중년 남성들 자신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바람직한 방법으로 ‘정자왕’이 되었으면 한다. ‘정자왕’은 건전한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충분한 휴식과 음식 섭취, 그리고 운동을 통해서 얻어지는 값비싼 노력의 대가다.비아그라가 남성들과 성 문화에 변화를 준 긍정적인 부분은 중년 남성들이 건강에 관심을 더욱 갖게 되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이무연·아담스클리닉 원장(전문의/의학박사)가톨릭의대 외래교수. 세계성의학회 정회원. 아시아·태평양 남성학회 정회원. 미국 성기성형학회 정회원(아시아 유일). 유럽 남성성기수술학회 정회원(아시아 유일). www.adamsclin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