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과장

백승주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과장의 나이는 이제 갓 서른 살이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 잠시 주춤했다면 이제야 신입사원으로 입사할 수도 있는 또래지만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과장’의 직책으로, 그것도 해외에서 개발되는 최신의 기술을 국내 정보기술(IT) 전문가들에게 전파하는 ‘IT 프로 전도사’라는 직함으로 근무 중이다.백 과장의 가장 큰 경쟁력은 18개에 달하는 IT 관련 자격증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자격증 중 대부분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증하는 자격증들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MCP(Microsoft Certified Professional)를 시작으로, 윈도즈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의 해결 기술에 대한 인증인 MCDST(Microsoft Certified Desktop Support Technician), 각종 네트워크 및 시스템 관리 기술에 대한 인증인 MCSA(Mic rosoft Certified Systems Administrator) 등등. 여기에 입사 후 자동 말소된 마이크로소프트 강사 자격증(MCT)까지 하면 자신의 회사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은 모두 13개나 된다.이게 다가 아니다. 이들 자격증이 주로 소프트웨어에 관련된 자격증이라면, 하드웨어 분야의 기업인 시스코시스템즈와 노벨의 인증 자격증들도 5개를 가지고 있다.IT 기술의 문외한이라면 개념은 물론 이름조차도 헷갈리는 이 같은 자격증들에 백 과장이 도전하게 된 계기는 뭘까. 그는 “자격증에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나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물론 많은 자격증들이 취업이나 승진에 도움이 됐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러 분야의 시험에 도전하게 된 건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에요. 저는 제가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지가 항상 궁금해요. 가장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험’이라는 과정을 통해 이를 확인해 보는 것이죠.”백 과장은 방위산업체에 입사한 1999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프로그램과 관련된 일을 맡아 왔다, 올해로 벌써 8년째다. 이제는 웬만한 일이라면 ‘도’가 통할 만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기술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항상 공부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아무리 뛰어난 엔지니어라도 조금만 게을러지면 밀려나는 게 IT 분야다.“머리가 희끗해질 때까지 엔지니어로 남는 게 꿈”이라는 백 과장은 ‘베테랑’이라는 이유로 게을러질 수 있는 자신을 다잡는 계기로 ‘자격증’을 택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마이크로소프트 인증 자격증이 13개로 불어나게 됐다.하지만 나머지 5개의 자격증은 하드웨어 분야다. 그는 “소프트웨어 분야에만 집중하다 보니 하드웨어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기 힘들었다”며 “진짜 전문가라면 양쪽에 모두 능통해야 됐기에 하드웨어 분야에도 도전했다”고 설명했다.또 명쾌한 것을 좋아하는 그의 성격상 소프트웨어 전문가와 하드웨어 전문가가 문제 발생 시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일도 답답해 보였다고 한다.여기에 그가 가지고 있는 ‘얼리어답터’의 기질도 다양한 자격증에 대한 도전의 계기가 됐다.“저는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요. 그래서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면 항상 찾아보고 공부합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하기 전에도 윈도즈에 관련된 새 기술이 나오면 외국의 웹페이지나 서적을 통해 배웠고, 그것도 부족하다면 미국 본사에 전화를 걸어 직접 담당자에게 물어보기도 했어요. 여러 프로그램들이 정식 출시되기 전에 나오는 베타버전 프로그램의 테스터로 참여한 적도 많습니다.”얼리어답터 백 과장은 18개에 달하는 자격증과 함께 또 하나의 기록도 가지고 있다. MCSE 자격증 ‘윈도즈 서버 2003 부문’ 국내 최초 자격증 보유자라는 기록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증하는 자격증은 한 번 자격증을 땄다고 평생 그 자격이 주어지는 게 아니다. 프로그램이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바뀐 기능들에 대한 학습을 통해 다시 시험에 도전해야만 자격이 이어진다. 즉, 그는 국내에서 누구보다 빨리 ‘윈도즈 서버 2003’의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은 것이다.“‘Why(왜)’를 먼저보고 ‘How(어떻게)’를 생각해야 합니다.”백 과장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하는 일은 쉽게 말해 ‘프로들의 선생님’이다. 새 프로그램의 베타버전이 나올 즈음이면 그 프로그램의 기능을 100% 파악하고 보완점을 제시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정식 출시 단계 이후라면 국내의 누구보다 뛰어난 활용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원리’를 깨우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백 과장은 IT 분야 역시 원리를 깨우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꽤 많은 엔지니어들이 신기술이 나오면 단지 매뉴얼대로 ‘따라하는 법’만 배운다”며 “그렇게 하면 이른바 ‘내공’이 쌓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민하고 연구해 작동하는 ‘원리’를 깨우치고 나면 아무리 복잡한 신기술이 나와도 거기에 ‘덧붙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백 과장은 “IT도 어차피 인간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의 기술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 나올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일에 쫓기는 직장인들이 따로 시간을 내어 공부하기는 힘들겠지요. 외국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들의 자기 계발에 적극적인 편입니다만, 국내 기업들은 아직 ‘공부하는 직장인’에게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내는 경우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IT 분야는 ‘노동 강도’가 높기로 유명한 업종이다. 이 때문에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도 쉽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백 과장은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등 ‘짬시간’을 적극 활용했다. 그는 “자동차 동호회 활동을 오래 했을 만큼 자동차를 좋아하지만 출퇴근 시간을 꼭 대중교통을 활용했다”고 한다. 집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출퇴근 시간에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물론 양껏 공부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다. 그래서 백 과장은 그 시간 동안의 목표량을 확실하게 정해 집중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그는 “컴퓨터에 저장된 문서라면 필요한 부분만을 출력하거나, 책이라면 잘라 내거나 복사해서 들고 다녔다”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밝혔다. 다 읽고 이해하면 바로바로 버렸다. 오늘의 목표를 꼭 채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내일의 목표를 새로 새우기 위함이다. 또 필요하다면 직장인들이 어영부영 넘어가기 쉬운 점심시간 이후 업무에 들어가기 전 15~20분 정도를 스스로 ‘공부시간’으로 정하고 바짝 공부했다.“‘맨파워’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때입니다. 특히 IT 분야에서 자격증은 자신의 경쟁력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죠. 또 자격증을 따고 나면 일종의 ‘커뮤니티’가 형성됩니다. 그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또 다른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거죠.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한 성취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백 과장은 취업만을 위해 IT 자격증의 문제와 답을 달달 외우는 후배들에게 “보다 넓은 안목을 가져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국내 기업들도 ‘공부하는 직장인’을 위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며 “개개인의 경쟁력이 모여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약력: 1978년생. 99년 홍익대 컴퓨터 공학과 3학년 중퇴. 99년 국제전산주식회사. 2001년 MCGlobal Solution 사업부.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 공인 강사 및 XDNSoft 컨설턴트. 2006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IT Pro 전도사(현).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