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릴 때부터 ‘공부해서 남 주느냐’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어 왔다.직장 입사 시험을 마지막으로 그 지겨운 공부와 이별한 줄 알았던 직장인들이 몇 해 전부터 다시 공부 삼매경에 빠졌다.공부하는 직장인을 일컫는 ‘샐러던트(Saladent: Salaryman + Student)’라는 말의 유행은 ‘평생 학습 시대’가 왔다는 것을 알린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고용불안을 겪게 된 직장인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계발에 승부를 건다. 경쟁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고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다. 영어, 자격증 등 업무 관련 분야를 공부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주경야독한다.각종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샐러리맨의 ‘스터디 홀릭’ 현상을 엿볼 수 있다. 일자리천국과 아르바이트천국이 지난 4월 4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반 이상이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와 직장인 지식 포털 비즈몬이 펼쳤던 설문에서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샐러던트로 응답했다. 공부를 하는 이유로는 ‘자기 계발을 위해’ ‘낮아지는 정년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기 위해’ ‘승진을 위해’ 순으로 조사됐다. 공부하는 분야에 대한 질문에는 ‘영어’가 58%로 1위, 그 뒤를 이어 전문 자격증, 컴퓨터, 기타 외국어, 비즈니스 실무 관련(마케팅·회계 등), 재테크 관련 순으로 나타났다.김화수 잡코리아 사장은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별 의미 없이 보내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자기 발전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직장인이 공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학원 수강이 보편적인 방법이고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보거나 독학을 하기도 한다. 보다 열성적인 샐러리맨은 스터디 그룹을 결성해 꼬박꼬박 참석한다.업무와 병행해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활용, 즉 시테크가 샐러던트 공부법의 핵심이다. 보다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지난 추석 연휴 이후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온 인물이 있다. 바로 ‘공부의 신’ 강성태 공신 대표(서울대 4학년)다. ‘공부의 신’이라는 말은 직장인에게는 생소할지 몰라도 중고생에게는 익숙한 말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부르는 신조어가 바로 ‘공부의 신’, 약어로 ‘공신’이다. 수학능력시험의 언어영역을 잘하면 ‘언신’, 수리탐구영역의 우등생이면 ‘수신’으로 일컫는다. ‘공부의 신 강성태’는 포털 사이트 엠파스의 9월 20~26일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또 네이버의 9월 넷째 주 검색어에도 7위를 차지했다. MBC 추석특집극 ‘공부의 신’이 방영된 덕이다. 학습 사이트 ‘공신’을 운영 중인 강 대표는 ‘반복 학습’을 강조한다. 직장인에게도 물론 통하는 방법이다. 강 대표는 “심리학자 에빙 하우스의 망각곡선에 따르면 처음 암기한 뒤 9시간이 지나면 외운 내용의 60%가 사라진다”면서 “잊기 전에 복습하면 망각의 속도가 완만해져 나중에 완전히 자기 기억이 된다”고 설명했다.공부 방법론으로 유명한 변호사도 있다. 바로 사법 행정 외무고시에 모두 합격한 고시 3관왕에 최근 펀드매니저 자격증(일반운용전문인력 시험 합격)까지 딴 고승덕 변호사다. 그의 공부 노하우는 인터넷상에서도 유명하다. 고 변호사는 극기상진(克己常進)이란 좌우명을 만들었다. 자신을 이기고 항상 나아간다는 뜻으로, 공부할 때는 자신과 싸워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권화방법론’ 또한 고승덕 표 학습법이다. 처음 대하는 방대한 교과서를 효과적으로 읽기 위해, 책에 인용된 조문은 법전에서 찾아 그 내용을 책의 여백에 옮겨 적었다. 나중에 책을 볼 때 법전을 따로 뒤적일 필요가 없어 ‘단권’ 즉 1권만으로도 복습이 가능하다.아나운서계의 ‘팔방미인’로 통하는 SBS 이혜승 아나운서는 토익 만점자다. SBS에 다니면서 서울대 언론정보 대학원과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을 모두 수료한 ‘철인’이다. 새벽 방송과 주말 근무를 하며 대학원 공부를 병행한 이 아나운서는 “일과 공부를 한꺼번에 하려면 시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다이어리로 하는 스케줄 관리법을 소개했다. 그는 가장 작은 사이즈의 포스트잇을 사용, 우선순위에 있는 일부터 적어놓고 하나씩 다이어리에 붙였다. 그 일이 해결되면 포스트잇을 떼고 다이어리에 볼펜으로 내용을 적어 넣었다. 이처럼 뭐든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메모한 결과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었다.해외 근무는 적지 않은 직장인의 희망이다. 요즘처럼 영어 잘하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는 해외로 파견되기가 더더욱 힘들다. 외국에 거주한 적이 없는 토종에게는 머나먼 꿈이다. 하지만 순수 국내파 박동규 삼일PwC컨설팅 컨설턴트는 곧 미국 뉴욕으로 떠난다. 그의 비결은 ‘확실한 비전’과 ‘선택과 집중’이다. 영어를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목표를 뚜렷이 세운 다음 꼭 필요한 부분만을 골라 공부했다.직장인 가운데 자격증 왕에게도 배울 부분이 많다. 10여개 금융 자격증을 보유한 장찬욱 동부금융센터 대리는 인터넷 강의를 이용했다. 학원 오가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인터넷 강의는 언제든지 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보기를 계속 미루다가 한 번에 몰아서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수강료만 날린다. 장 대리는 “동영상 강의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봐야 한다”고 했다. 정보기술(IT) 자격증 18개를 딴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백승주 과장은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이후 15~20분을 공부 시간으로 정해놓고 집중했다.‘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자본금. 이 자본을 잘 이용한 사람에겐 승리가 있다’는 격언이 있다. 허송세월하지 않고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100% 쓰기 위해 ‘공부의 신’들의 조언을 되새겨보면 어떨까.이효정 기자 jenny@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