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철 기업하기 좋은 나라 운동본부 추진단장

감시와 규제의 대명사인 공무원이 감시와 규제 철폐에 발 벗고 나섰다. 올해 9월 사단법인 창립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운동본부’ 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최상철 전 감사관이 그 주인공이다. 최 단장은 20년 넘게 노동부에서 근로감독관을 지낸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근로감독관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기업주와는 상극의 관계이기도 하다.근로감독관은 노동자들의 억울함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기업인의 입장도 함께 들으면서 균형을 잡지 않으면 안 되는 중간 조정자의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불합리한 법규와 제도로 억울함을 당하는 기업인이 많다는 것을 차츰 알게 됐다. 불합리한 법규와 제도를 안고 기업을 이끌어 나가자니 이를 감시하는 공무원과의 뒷거래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신입 공무원 시절 관할 지역의 한 기업을 방문했을 때다. 그 기업의 근로 조건에 대해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하자 기업주가 대뜸 “나, 회사 않겠소! 노동부 감독관뿐만 아니고 다른 공무원들도 안 왔으면 좋겠소. 우린 당신들 뒷바라지하다 죽으라는 소리요 뭐요?”라는 말을 듣고는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같은 공무원이지만 부끄러움을 느꼈지요. 공무원이 공무원다울 수 있다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기업이 잘돼야 그곳에 몸담고 있는 노동자들의 처우도 개선되는 것 아니겠습니까.”최 단장은 이런 제도상의 불합리함을 ‘최상철 감독관입니다’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고쳐나가자고 외쳤다. 중소 규모 기업인들이 이 홈페이지를 통해 울분을 토했고, 이 소문이 차츰 퍼져 회원들이 15만 명이 되기도 했다. 웬만한 100인 이상 사업장의 기업주 치고 최 단장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이런 활동이 알려지면서 최 단장은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만들어진 감사원 ‘기업불편 신고센터’에 발령받았다.최 단장이 무조건 기업의 편을 들겠다고 나선 것은 아니었다. 너무 오래돼 시대에 뒤떨어진 법규 때문에 기업인들은 이를 지키기 힘들고 공무원은 이를 감독해야 하는 모순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판단했다. 법은 멀고 공무원 감시는 가깝다고나 할까. 나아가 최 단장은 공무원도 보신주의에서 벗어나 기업이 잘 되도록 지원해 주는 서비스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얘기한다.“중국이나 베트남으로 기업들이 옮겨가고 있고, 한 개의 공장이라도 유치해야 할 판에 작은 규제 하나에 얽매이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기업이 신규 사업을 할 때 원스톱 서비스로 한꺼번에 모든 업무를 지원해 주는 곳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창원인데, 그런 지자체일수록 살기도 좋아지고 세수(稅收)도 늘어납니다.”최 단장은 올해 2월 다시 노동부로 복귀해 서울지방노동청에서 근무하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운동본부를 이끌고 있다. 노동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자 새벽부터 지방에 내려가 조찬 강연을 하고 출근할 정도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이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추후 사단법인 기업하기 좋은 나라 운동본부에서 요직을 맡을 수도 있겠다 싶어 슬쩍 물어보기도 했지만 본인은 “저보다 경제 분야에 해박한 교수님들에게 맡기고 뒤로 물러날 생각입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욕심 없이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가는 최 단장에게서 독야청청(獨也靑靑) 청백리의 모습과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한 실학자의 모습이 동시에 보이는 듯했다.약력: 1955년생. 세종대 영문학과 졸업. 고려대 노동대학원 석사. 74년 노동부. 서울지방노동청, 광주지방노동청 근무. 2004년 감사원 기업불편신고센터 감사관. 07년 노동부 서울지방노동청 남부지청 과장(현).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