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시장 예측 낭패 일쑤ㆍㆍㆍ엉덩이 가벼운 펀드 '요주의'

교통 체증이 심할 때 다른 차들이 옆의 빈 차로로 이동하는 광경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참다못해 차로를 바꾸면 이제는 바꾼 차로가 막히고 전 차로에 서 있던 자동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펀드 투자에 있어서도 이 같은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잘나갈 것 같은 펀드를 좇다 보면 갈아타기 전 펀드가 훨씬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갈아타지 않고 그대로 투자한 것보다 좋지 못한 성과를 올리게 된다.최근 여기저기서 하반기에는 대형주 펀드나 정보기술(IT) 펀드가 유망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대형주 펀드나 IT 펀드로 ‘갈아타기’하라고 조언한다. 이러한 주장은 상반기에 대형주나 IT 관련주보다 비교적 중소형주나 산업재, 내수 관련주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즉 상반기에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대형주나 IT 관련 종목들이 하반기에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이 같은 예측이 다행히 맞는다면 높은 성과를 올리겠지만 불행히도 빗나간다면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투자는 1년 중 364일 잘나가다가도 하루 어긋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단기 예측에 근거한 투자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요즘처럼 코스피지수가 2000을 목전에 둔 상승장에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우선 대형주나 IT 관련주 펀드와 같이 펀드를 분류하는 것을 스타일이라고 한다. 즉 같은 주식 펀드라도 주식시장의 상황에 따라 어떤 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반면 다른 펀드는 그렇지 않기도 한다. 이는 펀드마다 투자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펀드의 투자 스타일을 명확하게 판단하고 스타일이 다른 펀드에 고루 나눠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올리는 방법이다.주식 펀드의 투자 스타일은 투자하는 종목의 특성과 시가총액의 크기에 따라 구분한다. 종목의 특성에 따라 가치주와 성장주, 그리고 그 중간 형태인 혼합형으로 나눈다. 또 해당 종목의 시가 총액 크기에 따라 대형주와 중소형주, 그리고 그 중간인 혼합형으로 구분한다. 이 두 가지 기준을 서로 결합해 대형-가치, 대형-성장, 대형-혼합, 중소형-가치, 중소형-성장, 중소형-혼합, 혼합-혼합 등으로 분류한다.가치주는 기업의 이익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으로 저 PER(주가수익률: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 저 PBR(주가순자산배율: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비율)를 나타내므로 장기적으로 높은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가치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를 ‘가치주 펀드’라고 한다. 성장주는 가치주보다 PER와 PBR가 높게 나타나며 미래에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성장할 만한 신기술과 성장 기회를 가지고 있는 유망한 종목을 뜻한다. 성장주에 투자하는 펀드를 ‘성장주 펀드’라고 한다.또 투자 종목의 시장 가치 크기에 따라 대형주와 중소형주로 구분한다. 대형주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과 같이 국내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종목으로 기업 정보가 많이 발표되지만 사업 내용이 복잡해 적정 주가를 평가하기가 어렵다. 대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를 대형주 펀드라고 한다. 중소형주는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수가 많지 않아 매매가 원활하지 않고 애널리스트조차 관심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규모가 작은 종목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를 ‘중소형주 펀드’라고 한다.주식 펀드의 스타일은 펀드 평가 사이트 등에 가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국내 주식 펀드의 경우 대부분 대형-성장주 펀드에 몰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펀드의 92.7%가 성장형(혼합형을 성장형에 포함한 수치임)이며 불과 7.3%만이 가치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크기를 기준으로 할 때는 대형주가 96.8%를 차지한 데 반해 중소형주는 3.2% 비중에 불과했다. 다양한 스타일로 나눠 투자한다는 점이 현실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하지만 펀드 시장이 점차 발전하면서 투자 스타일이나 투자 전략 등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스타일에 따른 펀드 투자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수익률은 어땠을까. 제로인의 분석에 따르면 2005년에는 성장형이, 2006년과 올 상반기에는 가치형이 우수한 성과를 올렸다. 중소형과 대형 기준으로 구분하자면 지난 2005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중소형주 펀드가 131.9%를 올린 데 반해 대형주는 97.6%를 기록했다. 전년도에 걸쳐 중소형주 펀드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긴 했지만 각 분기별로 살펴보면 대형주 펀드가 더 나은 적도 있다.그렇다면 분기마다 스타일을 바꿔서 투자한다면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즉 국면별로 더 우월할 것으로 기대되는 스타일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우월한 스타일을 사전에 안다고 가정할 최선의 경우와 전 분기에 우월했던 스타일을 뒤쫓아 가는 경우를 비교한 결과 가치·성장의 경우 최선의 전략은 120.7%, 뒤쫓는 전략은 103.7%의 성과를 기록했다.중소형·대형 기준의 경우는 최선의 전략이 147.7%, 뒤쫓는 전략이 127.0%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렇게 스타일을 갈아탈 때 잦은 펀드 교체에 따른 적지 않은 비용이 따른다는 단점이 있다. 또 기계적으로 스타일을 교체하는 것이 현실상 말처럼 쉽지 않다. 결국 앞으로 어떤 스타일이 유망할 것이라는 예측 하에 갈아타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올바른 펀드 스타일 투자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투자할 때 해당 펀드나 운용 회사의 운용 스타일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는 점이다. 막연하게 과거 수익률만 보고 펀드를 고르기보다는 주식시장의 움직임과 펀드 성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운용 스타일을 보고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미 자신이 가입하고 있는 펀드가 성장주 펀드라면 새로 가입하려는 펀드는 가치주 펀드인지 확인한 다음 투자해야 분산 투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둘째, 주식시장의 유행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주식 펀드 투자 시 스타일별로 분산 투자해야 한다. 배당주나 가치주 같은 특정 테마의 펀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변할 때 수익률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중소형주나 대형주, 가치주, 성장주에 균형 있게 분산 투자해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셋째, 시장 상황에 따라 스타일이 수시로 변하는 펀드에 대한 투자를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투자설명서나 운용계획서에는 가치 투자를 표명하고선 시장 상황에 따라 성장형과 가치형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펀드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스타일을 변경하는 것보다는 전문화된 스타일을 가진 펀드가 더 좋은 펀드라고 할 수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운용 스타일을 단기적으로 변화시키는 펀드는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단기 수익률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민주영·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