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스튜디오' 입지 선정 중 ㆍㆍㆍ파라마운트는 송도 '눈독'

한국이 세계적인 테마파크 업체들의 격전장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년 전부터 한국 시장을 호시탐탐 노려오던 유명 테마파크들이 잇달아 국내 진출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유니버설 스튜디오’다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쥬라기공원〉 〈슈렉〉 등 할리우드 영화라는 강력한 테마를 바탕으로 2006년 기준 연간 4000만 명 이상의 입장객이 방문하는 글로벌 테마파크다. 지난 1964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를 개장한데 이어 1990년 플로리다 주 올랜도, 2001년 일본 오사카에 개장했다. 현재 싱가포르와 두바이에도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건설하고 있다.지난 5월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 유니버설 측이 한국을 새 사업 후보지로 노리고 있는 이유는 한국의 높은 시장 잠재력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인구 2500만 명이 집중해 있는 수도권 지역의 풍부한 시장성과 함께 중국 등 인근 아시아 국가의 관광객을 흡수하는 데 알맞은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게 유니버설 측의 분석이다.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운영사인 UPR의 토머스 윌리엄스 회장은 이 자리에서 “2012년까지 한국 수도권에 영상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한국은 소득, 인구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관심 고조 등 테마파크 개발의 필수 요소를 갖춘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세계 최고의 테마파크 운영 능력을 한국에 접목해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자신이 있다”며 “반드시 한국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현실이 되도록 하겠다”는 희망을 밝혔다.한국 시장을 노리는 테마파크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뿐만이 아니다. 파라마운트는 대우자동차판매와 컨소시엄을 맺고 테마파크를 건립할 계획이다. 대우자판이 소유하고 있는 인천 송도유원지 부지 51만8000㎡에 인천 아시안 게임이 열리기 전인 2013년 무렵 개장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95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테마파크는 파라마운드 플라자와 게이트웨이, 키즈 스튜디오, 스튜디오 센트럴, 워터파크 등 8개 구역으로 구성될 예정이다.양사는 본격적인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기본 설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대우자판 관계자는 “아직 가시화된 것은 없지만 물밑 작업이 활발히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부터 해당 부지에 대한 활용을 추진하다 굴곡을 겪어온 대우자판은 테마파크 건립에 올인하겠다는 태세다.세계 최고의 인지도와 경쟁력을 갖춘 디즈니랜드도 수년 전부터 한국 진출을 시도해 오고 있다. 디즈니랜드는 서울 인근에 테마파크를 열겠다는 계획을 갖고 오랫동안 서울시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때 디즈니랜드는 중국 쪽으로 눈을 돌렸으나 여의치 않자 다시 우리나라 수도권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디즈니랜드가 입성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양측이 사업 조건에 대해 적지 않은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이처럼 미국계 거대 테마파크의 공세가 가열되고 있지만 한국 시장의 빗장이 그리 쉽게 풀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부지 확보 문제다. 테마파크의 집객 효과를 높이려면 최소 33만5000㎡ 이상의 규모는 확보해야 한다. 가장 큰 시장인 수도권에서 이만한 규모의 부지를 마련하는 건 높은 지가와 각종 규제로 그리 쉽지 않은 상황이다.하지만 최근 유니버설 스튜디오 국내 진출 선언과 맞물려 정부 내에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은 주목할 만하다. 한 총리는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에 대한 규제의 대폭 완화가 필요하다”면서 “과거 덴마크 레고나 미국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이 많은 규제 때문에 한국에 진출하지 못했는데 이런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테마파크 사업 추진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