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우리금융지주 매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년 3월까지인 매각 시한이 자꾸 다가오는데 73%에 이르는 지분을 팔 방법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해당 부서인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과 금융정책국은 공식적으론 “내년 3월까지 매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속으론 시한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우리금융지주 주인 찾아주기가 꼬이고 있는 첫 번째 이유는 그동안 대안으로 부상했던 국민연금 경영권 인수론이 사실상 ‘불가(不可)’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우리금융지주 경영권을 가져가고 싶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해 왔다. 변재진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민연금이 우리금융 인수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며 적극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국민연금의 우리금융지주 투자 방식에 대해서도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 모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재경부는 이에 대해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라는 성격에 비춰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회사가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할 수 없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이때 ‘인수’는 금융지주회사 지분 30% 이상을 가져가거나, 30% 이하를 인수한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를 말한다. 국민연금은 좁게는 연금업, 넓게는 금융업을 영위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금융회사로 분류돼 우리금융지주의 경영권을 이전받을 수 없다는 게 재경부 설명이다.재경부는 더불어 “연기금은 자산운용을 하는 곳이지 회사를 경영하는 곳이 아니며 연기금이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로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재경부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국민연금의 지배 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두 번째 블록 세일 방식으로 지분을 매각, 시장에서 제3자가 경영권을 가져가는 방안도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달 21일 5%의 지분을 블록 세일로 여러 기관투자가에 매각했을 때 ‘향후 3개월간 추가 매각을 하지 않는다’는 협정을 매각 주간사와 맺었다. 증권시장의 관행이 적용된 것으로 앞으로 매각한다 하더라도 이런 단서가 붙는다. 이 때문에 3개월마다 한 번에 5%씩 팔아도 내년 3월까지 3차례, 15% 남짓밖에 팔지 못한다. 이 경우 예보 지분은 73%에서 58%로 낮아지는데 그쳐 여전히 정부가 최대주주로 남는다. 공자위 관계자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쳐서 받아야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 방법을 계속 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한다.경영권을 매각하려면 결국 전략적 투자자를 정하는 방법 밖에 없는데 현재 전략적 투자자 후보가 없다는 것이 재경부 당국자로 하여금 머리를 싸매게 하는 세 번째이자 가장 큰 문제다. 외국계 은행에 경영권을 넘긴다고 하면 그렇지 않아도 주요 은행의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기 때문에 금융주권이 완전히 상실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국내 은행도 여의치 않다. 국민은행은 금융회사인 데다 독과점 문제로 힘들다. 신한지주도 독과점 문제가 걸릴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자금 여력이 될지 재경부가 의심하고 있다. 자금이 없으면 주식 스와프를 해야 하는데 이 경우 민간 은행이 오히려 정부은행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산업자본은 금·산 분리 원칙에 따라 지분을 4%밖에 보유하지 못한다.이처럼 우리금융지주 매각이 장기 표류할 공산이 커지자 재경부 내부에선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의 지론을 본격 연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윤 위원장은 최근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으로 옮겨가지 못하도록 대못질을 한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라며 금·산 분리 원칙을 질타한 적이 있다. 재경부의 한 중간간부는 “마땅한 해법이 없는 데다 이제 시대가 바뀐 만큼 사고방식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금·산 분리를 허무는 대신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도록 보완 장치를 철저히 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준동·한국경제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