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환자의 쾌적함을 위해 냉난방으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병원, 그것도 진료실에서 하루 종일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사실 바깥의 날씨가 어떤지 체감하지 못하고 지나칠 때가 종종 있다. 오히려 환자들의 상담이나 피부를 통해서야 사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러기에 요즘은 확실히 여름이다. 병원을 찾는 남성 중 많은 사람이 바로 자신의 ‘두 번째 눈물’ 때문에 괴로워한다. 아니 안과도 아닌 피부과에서 무슨 남성의 눈물이냐고? 물론 이 두 번째 눈물은 심리적 고통으로 인해 눈물샘이 자극돼 생기는 진짜 눈물이 아니라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과 밀접한 영향으로 피부에서 샘솟는 피지, 즉 ‘개기름’이다.조금 지난 광고이지만, 배우 조인성이 ‘남자의 두 번째 눈물’이란 카피와 함께 멋진 모습으로 눈물을 닦는데 그것이 사실은 ‘개기름’이었다는 것. 남성 전용 화장품 광고였기에 ‘인간의 두 번째 눈물’이 아니라 남성의 그것이 되었지만, 의학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피지는 남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은 피지 샘을 발달시켜 피지 생성을 촉진한다. 그러므로 남성은 호르몬이 나올 때까지 좋든 싫든 피지와 함께 하며 오히려 남성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속 편할지 모른다. 적당한 피지는 지방산을 함유해 항균 작용을 하고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피지가 과다하게 분비되면 외관적으로 흉한 것은 물론이요, 오염 물질과 뭉쳐 모공 내의 세균 번식으로 여드름, 지루성 피부염을 일으키기도 한다.특히 여름철에는 기온과 습도가 높아져 피지 분비가 더욱 왕성해지고 땀을 많이 흘려 피부 노폐물 형성이 많아질 뿐만 아니라 선크림과 같은 유분기 많은 화장 제품 사용으로 표피 내 잡균 기생이 쉬워지는 환경이므로 여드름, 모낭염, 땀띠와 같은 피부 질환이 잘 생기고 결과적으로 여름이 끝날 즈음에는 피부가 한층 더 노화된다.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청춘의 심벌 같던, 나름대로 귀염성(?) 있던 잔 여드름도 곧 폭발한 것 같은 화농성 여드름이 되어 고통스러워한다. 조금 보수적인 부모님들은 남학생들이라고 해서 피부과 치료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는데, 청소년기에 적절하게 치료하면 염증으로 인한 고통을 없애 마음을 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흉터 형성도 예방해 향후 자녀들의 삶의 질을 생각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개인차는 있지만, 피지 트러블이 있을 때 피지 분비를 조절하는 약을 처방 받거나, 피지 샘을 파괴하고 모공을 축소하는 레이저 시술, 피지 제거 케어, 피지 억제 화장품 등을 사용하면 같은 얼굴이라도 훨씬 깨끗한 인상을 만들 수 있다.물론 가정에서 실천하는 방법도 있다. 우선 ‘잘’ 씻는 것이다. 너무 자주 씻거나 씻는 방법이 잘못되면 건조증이 유발되거나 피부의 자연 보호막이 사라져 오히려 좋지 않다. 피지를 깨끗이 없애기 위해서는 미지근한 물로 세안하고 찬물로 마무리해 모공을 다시 줄여주는 것이 좋다.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남성과 피지. 남성의 두 번째 눈물을 그나마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절주나 금연 등 피부 스트레스를 줄이는 생활 수칙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것이 현실 속에서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는 것도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임동진 리지엔피부과 원장연세대 의과대 졸업.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전문의 과정. 국군수도병원 피부과장.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임상자문의. 대한피부과학회 정회원. 대한피부연구학회 정회원. 대한피부과 개원의협의회 정회원. 라지엔피부과 원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