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의 용도는 무엇일까. 지금부터 150여 년 전 약현에 살던 고산자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던 시절에는 길 찾기나 국방 분야에 머물렀다.하지만 요즘엔 내비게이션 지능형교통통제, 국토 및 부동산정보관리, 행정, 재난방지, 안전, 기업체 자산관리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 항공기나 인공위성을 통한 촬영이 일반화되고 여기에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되면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른바 지리정보시스템(GIS) 덕이다. 선진국의 경우 지리정보시스템과 관련한 국부의 창출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3%에 이른다는 추산까지 나올 정도다. 수백 가지 영역에서 지도와 지리정보 시스템은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지리정보 시스템 업체인 한국공간정보통신의 업무를 살펴보면 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회사의 컴퓨터엔 재미있는 화면이 많이 등장한다.예컨대 현대중공업의 지리공간관리 시스템을 보자. 이 회사가 구축한 이 시스템을 켜면 울산 현대중공업의 현장 모습이 3차원 영상으로 나온다. 이를 전후좌우로 이동해 가며 볼 수 있고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의 자랑거리인 선박 육상 건조 시스템은 배를 여러 개의 블록으로 나눠 건조한 뒤 나중에 조립하는 방식이다. 그러기 위해선 각각의 블록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어떤 경로로 옮겨 조립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지를 한눈에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이 같은 시스템을 한국공간정보통신이 구축해 서비스하고 있다.이 회사는 또 어느 원자력발전소에서 만약 사고가 발생해 방사능이 누출될 경우 바람의 방향을 감안해 어느 지역으로 얼마나 피해가 생길지 예측하는 시스템도 개발해 놓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능형교통관리시스템 유비쿼터스시티(U시티) 사업 등 수십 가지 사업을 벌이고 있다.이를 사업본부별로 살펴보자. 이 회사는 5개 사업본부를 두고 있다. U시티 사업본부는 물류유통 통신인프라 재난관리 웹포털정보관리 등의 사업을 한다. 솔루션사업본부는 본연의 지리 정보 사업을 하는 곳이다. 여기선 국토정보 도시관리 해양정보 자원지질정보에 관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한다.첨단교통물류사업본부에선 교통정보서비스 교통시설관리 스마트카드 등의 사업을 한다. 국토도시정보화사업본부는 도시지역정보화와 토지적성평가 데이터베이스사업 등을 담당한다. 이 밖에 미래콘텐츠사업본부는 내비게이션과 GIS포털 전자지도 구축 등을 하고 있다.인간과 기업의 공간적 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들 사업은 지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하에 매설된 가스관 통신관 상하수도관 등에 관한 정보도 구축한다.이곳에는 지리 정보 분야의 고급 인력 160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의 학력만을 놓고 보면 이 회사가 기업체인지 연구소인지 잘 모를 정도다. 전체 임직원 160명 가운데 74%인 119명이 연구개발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 중 3분의 1 이상이 석사 및 박사 출신이다.김인현 사장(40)은 대구대 조경학과를 나와 한양대에서 도시공학 박사 과정을 마쳤고 채영식 전무는 한양대 도시공학 박사 출신이다. 대한지적공사의 GPS추진단장을 지낸 김상수 고문은 일본 나고야대 지적정보 분야의 공학박사다.유진수 상무는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교통 분야에 대한 GIS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영국 노팅햄대에서 연구원을 지냈다. 최고전략담당임원인 장은미 상무는 서울대에서 지리학 석사, 미국 캔자스대에서 지리학 박사학위를 땄다.회사 부설 한국공간정보연구소의 소장(전무급)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텔레매틱스연구단장이었던 이종훈 박사가 맡고 있다. 이 박사는 미국 코넬대에서 원격 탐사 및 GIS 분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김 사장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연구원으로 재직하다가 창업했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연구 인력의 일부를 감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먼저 사표를 내고 뜻이 맞는 5명과 함께 1998년 회사를 만들었다. 사무실은 책상 5개를 놓을 수있는 공간이 전부였다. 창업자금은 퇴직금과 약간의 엔젤 자금으로 충당했다.그는 비록 경제적으로 암울한 시기에 창업했지만 꿈만은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었다. 창업 첫해 세계 최초로 3차원 지하매설물관리시스템(3D 인트라맵)을 개발했다. 순수 자체 기술로 만든 GIS 엔진인 인트라맵을 기반으로 국가 주요 프로젝트에서부터 일반 산업부문에 이르기까지 국토, 행정, 교통, 방재, 안전, 자산 관리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갔다. GIS 애플리케이션을 비롯해 △위성측위시스템(GPS)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위치기반서비스(LBS) △모바일 GIS △웹 GIS △자동차 운행관리시스템(CNS) 등을 속속 개발하고 시스템을 구축했다.김 사장은 “특히 웹기반의 3차원 지리정보시스템을 비롯해 4차원(3차원에 이동 개념을 포함한 것)의 인트라맵, 병렬 처리 지리정보시스템 등 해마다 한 가지 이상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고 설명한다. 그는 “4차원 유비쿼터스 지리정보시스템, 모바일 3차원 지리정보시스템, 64비트 공간 지리정보시스템, 메인메모리 지리정보시스템 역시 세계에서 처음 개발한 것들”이라고 덧붙인다.아울러 웹 GIS를 이용한 건설교통부 건설교통종합정보센터의 인터넷 교통정보 서비스, 서울시 버스관리시스템(BMS) 구축 사업, 수도권 대중교통이용정보시스템인 ‘알고가(www.algoga.go.kr)’ 등 교통정보화 분야에도 진출했다.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선수단 및 요인들을 경호하기 위한 GPS 기반 경호 시스템을 선보여 국내 GIS 기술력을 대외에 알리기도 했다. 건교부 지리정보유통시스템, 건교부·행자부의 한국토지관리시스템(KLIS)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한국공간정보통신은 지난해 124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매출 목표는 200억 원으로 세워놓고 있다.한국공간정보통신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GIS 기술표준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로 국제표준화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01년에는 국제표준화기구(ISO) 산하 개방형 GIS컨소시엄으로부터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위치기반서비스 국제표준화 시범기업으로 선정됐다. ISO 지리정보분과의 위치기반서비스 분야의 표준화 과제에도 참여하고 있다.이 회사는 지난 6월에는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와 국가과학기술지원 활용과 연구 성과 극대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남극 세종기지에 지리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기지의 안전과 기상정보를 관리 하는 한편 각종 탐사조사 활동의 결과물들을 디지털 형태로 보존해 성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각종 지리정보시스템 관련 장비들이 극한 상황에서 얼마나 유지되는지 실험도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극지연구소에 극지지리정보센터(polar-GIS Center)를 설립할 계획이다.김 사장은 “남극의 변화무쌍한 자연환경때문에 기지 내 시설물과 대원들의 안전, 지반 정보 등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의 뛰어난 지리정보기술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한국공간정보통신은 일본과 중국 동남아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김 사장은 “세계적인 기업인 구글이 GIS 분야를 강화하고 있으나 이 분야만큼은 우리가 한 수 위”라며 “우수한 인력과 그동안 구축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지리 정보 시스템 업체를 일궈내겠다”고 밝혔다.약력:1967년생. 93년 대구대 조경학과 졸업. 95년 한양대 대학원 졸업(지역정보체계 전공) 및 건설기술연구원 입사. 98년 한국공간정보통신 창업 및 대표(현). 2000년 한양대 박사과정 수료(도시공학 전공). 2001년 건설교통부 국토정보기획팀 자문위원(현). 2007년 IT벤처기업연합회 부회장(현).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