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에 발표된 ‘2006년 세계 100대 브랜드’에 따르면 세계 최고의 브랜드인 코카콜라의 가치는 67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국내 기업의 경우는 삼성전자가 161억 달러로 20위를 차지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 52개, 독일 9개, 일본 8개, 프랑스 7개, 영국이 5개의 100대 브랜드에 포함됐으며 우리나라는 삼성전자가 20위, 현대자동차가 75위, LG전자가 94위에 랭크돼 3개의 100대 브랜드를 가진 국가로 기록됐다.이제는 국가의 경쟁력이나 기업의 경쟁력 기준이 브랜드로 평가되는 시대가 됐다. 경쟁력 있는 브랜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잘 자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필요하다. 즉, 브랜드를 기업 재산권으로 보는 인식을 마련하기 위한 활동이 절실하다.사람 빼고 모든 것을 복제할 수 있다는 중국 못지않게 우리나라 역시 유난히 짝퉁 제품이 범람하고 있고 이에 대한 단속과 제재는 미약하다. 짝퉁 및 유사 상품은 대부분 품질이 떨어지고 조잡해 브랜드 이미지를 심각하게 손상시킨다. 이는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게 되고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 양성 의지가 꺾여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쟁력 있는 명품 브랜드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기업이 직접적인 제재를 위해 나선다 하더라도 고소 등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유사 상표의 경우에는 이를 무효화하기 위해 이의신청과 무효심판, 무효소송 등 복잡한 과정을 순차적으로 거쳐야 되는데 이런 과정 속에서 수십 년 쌓아온 회사의 브랜드 가치는 떨어져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곤 한다.필자가 운영하는 회사 역시 비록 복잡하고 소모적이긴 하지만 수십여 개에 이르는 유사 상표로부터 자체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 및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이런 환경 속에서 개별 회사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브랜드 보호에 나서는 외국 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국내 기업이 브랜드 경쟁력을 키워가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지 모른다.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행정기관 간의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행정 절차상 아쉬울 때가 종종 있다.실제로 유사 상품이나 짝퉁 제품의 경우 매장을 임차해 단기간에 할인 행사라는 명목으로 치고 빠지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소송 절차에 따라 판결을 받고 단속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언젠가 모 회사 상표를 변형 사용한 업체가 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 나오면서 “술 한잔 마셨다 생각하면 되겠네”라며 브랜드를 도용당한 기업에 냉소를 보냈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당시 고발했던 원조 기업 사장의 씁쓸한 미소 속의 허탈함이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이렇다 보니 재발 방지를 위한 위력도 떨어지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더라도 대부분의 짝퉁, 유사 상표 업자들은 재산을 모두 타인의 명의로 해둬 손해배상 역시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특히 처벌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또다시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다시 고소를 당하더라도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렸기 때문에 가중 처벌도 피하곤 한다.단순히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자유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한 사람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제품의 질을 향상시키고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현실적인 짝퉁, 유사 상품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돋보이게 할 우리만의 브랜드가 머지않아 사라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정영훈케이투코리아 대표약력: 1969년생. 중동고,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97년 케이투코리아 입사. 99년 케이투코리아 전무이사. 2003년 케이투코리아 대표이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