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잉글랜드 타워스 페린 부회장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깜짝 놀랄 만큼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은 항상 뜨거운 논란을 부른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경영진과 직원의 급여 격차는 20 대 1을 넘지 말라’고 충고했지만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에서 CEO와 일반 직원 간 평균 임금 격차는 이미 500배를 훌쩍 넘어섰다. 미 의회가 주주들에게 경영진의 보수에 대한 찬반 투표권을 부여하는 ‘세이 온 페이(Say on Pay)’ 법안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과연 경영진의 천문학적인 보수는 합당할까.“CEO와 일반 직원의 임금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요. 유능한 CEO는 항상 스카우트의 표적이 되지요. 능력 있는 CEO를 고용하고 싶어 하는 회사는 다른 곳보다 많은 보수를 지급해야만 해요. 또 CEO는 보수 구조가 아주 달라요. 일반 직원들은 보수를 대부분 고정급으로 받지만 미국 주요 기업 CEO의 보수 중 고정급은 17%에 불과해요. 나머지 83%는 성과에 확실하게 연동되는 거지요.”최근 방한한 존 잉글랜드 타워스 페린 부회장(50)은 경영진의 보수 문제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다. 글로벌 인사 관리(HR) 컨설팅 회사인 타워스 페린의 경영자 보상 분야 대표로 타임워너를 비롯해 페덱스, 메릴린치, 네슬레, 월트디즈니, 글락소스미스클라인 같은 세계 주요 기업 이사회에 경영자 성과 측정과 보상 패키지 설계에 대해 조언해 준다. 그의 고객 명단에는 CJ, LS, 아모레퍼시픽, 농심, 오리온, 삼양사 등 한국 기업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존 잉글랜드 부회장은 ‘세이 온 페이’ 법안에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찬반 투표 방식이 경영진 보수 문제를 감정적인 이슈로 변질시킨다는 우려 때문이다. 오히려 경영진이 받는 보수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올해부터 상장사 임원 보수 상위 5명의 개별 보수 내역 공개 규정을 한층 강화했다.대개 경영진의 보수는 ‘패키지’ 형태로 구성된다. 기본급과 보너스에 스톡옵션 등 장기 인센티브를 적정 비율로 섞는다. 타워스 페린이 올해 미국 27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본급에 보너스를 합한 현금 보상은 증가하고 장기 인센티브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장기 인센티브 형태의 변화다. 스톡옵션,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 성과 플랜 중 스톡옵션 비중은 크게 준 반면, 3년 이상의 기간 성과에 따라 현금이나 주식을 주는 ‘성과 플랜’을 도입한 기업이 급증했다.미국에 비하면 아시아나 유럽 지역 CEO들의 보수 수준은 아직 낮은 편이다. 이는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미국과 개인보다는 팀을 중시하는 아시아, 유럽의 문화적 차이로 설명되기도 한다. 존 잉글랜드 부회장은 여기에 “아시아의 보수 수준이 낮은 것은 기업에 대한 경영자들의 충성심이 높기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해석을 덧붙인다. 미국 CEO들은 여러 기업을 옮겨 다니지만 아시아에서는 그런 일이 드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지역별 경영자 보수 수준과 보상 체계의 차이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전 세계 기업들이 ‘주가 연동, 성과급 위주, 고정급보다 변동급 중심’인 미국식 보상 시스템을 앞 다퉈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 기업들도 과거처럼 경영진에게 단순히 월급만 주는 형태에서 벗어나 성과와 보상의 연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어요. 이미 한국이나 아시아가 아닌, 세계 무대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지요.”약력: 1957년 미국 매사추세츠 출생. 코네티컷대 졸업. 83년 타워스 페린 입사. 84년 다트머스 대학 MBA. 미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 주식 보수 프로젝트 멤버. 타워스 페린 부회장(현).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