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사람’이야말로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이야기하며, 인재가 기업의 전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사부서가 가장 중요한 부서라고 말하는 리더는 만나보기 힘들다. 아마도 경영자의 가장 큰 고민일 수 있는 ‘사람 관리’에 대해 직접 도움을 요청하기에는 인사부서의 능력과 고민의 깊이가 충분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잠시 미국 기업 역사에서 인사부서의 변천사를 살펴보자. 1930년대를 거치면서 사람은 기계와 달리 인간적인 관계와 자극을 통해 생산성이 증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동기부여’와 ‘근무환경’이라는 말들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이후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고 인권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근무 현장의 인력 구성이 다양해졌다. 더 많은 유색인종과 여성 인력이 기업 세계에 진입했고, 공정한 기회 부여가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 자연스럽게 인사부서는 이제 ‘하나쯤 있으면 보기 좋은’ 부서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부서로 격상됐다.1980년대 미국 기업들은 품질 혁신과 고객 지향이라는 주제에 몰입하게 된다. 인수와 합병을 통한 대규모 구조조정의 풍랑 속에서 인사부서는 더 이상 직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만 있을 수 없게 됐다. 인사부서의 역할이 새롭게 정의되고, 사람 및 조직 관리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영진의 대리자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인사부서는 최고경영회의에 참여해 경영자에게 조언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자리 잡게 됐다.21세기 들어 미국 등 경제 선진국에서는 인재 경영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인사 담당자는 사람에 관한 경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 해결 능력을 뛰어 넘어 비즈니스의 핵심 동력으로서 역할을 요구받기 시작했다.50여 개의 글로벌 기업과의 연구를 통해 CEO가 기대하는 HR(인적자원)가 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사업 전략을 수행해 얻게 될 성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의한다. 둘째, 이 전제조건으로서 인사 관리상의 성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의한다. 셋째, 인사 관리상의 성과 목표를 얻기 위해 필요한 프로세스를 정의하고, 이것을 위해 조직의 벽을 넘어선 프로세스 팀을 만들어 운영한다. 마지막으로 프로세스팀의 성과 목표가 가능하도록 인사부서의 목표 설정, 조정 및 협상 능력을 기른다.이렇게 하면 목적에 맞게 진화하는 유연한 프로세스 조직이 만들어지며, 이 조직은 구체적인 성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활동하게 되고 여기에 맞추어 역량을 개발하게 된다. 만들어진 프로세스 중 어떤 것은 별도의 조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혁신 경영과 글로벌 경영에 사활을 걸고 있는 포스코의 경우, 이미 HR 부서에서 팀이 사라지고 탤런트 풀(Talent Pool) 방식의 워크 그룹(Work Group)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는 기능 조직의 약점인 사일로(Silo: 한정된 분야에서 좁은 시야를 가진 채 일하는 방식)의 폐해를 막기 위해 팀 단위 조직을 통합해 다양한 경험자로 구성된 탤런트 풀을 운영한다.금융권의 주요 인수·합병(M&A)을 지켜보면 HR 부서가 사업을 주도하는 핵심 동력이 돼야 함이 더욱 절실해진다. SC제일은행의 HR 부서는 통합 과정에서 양행간의 제도적 정서적 통합을 위해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모든 부서에 필요하지만 어느 부서도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려운데, 이를 HR가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현명한 HR 부서장과 CEO는 선진 기업의 조직이나 제도를 보고 배울 때, 왜 그런 조직과 제도를 갖게 됐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프로세스 중심으로 조직을 변화시키면, 또 다른 형태의 조직 개편에 그치기 쉽다. 부디 선진 기업의 겉모습이 아닌, 고민 그 자체를 벤치마킹하길 권하고 싶다.박경미휴잇어소시엇츠 한국지사장약력: 1963년생. 86년 이화여대 영문학과 졸업. 2005년 호주 AGSM 경영대학원 경영자과정 수료. 2000년 휴잇어소시엇츠 인사조직컨설팅부문 이사. 2004년 휴잇어소시엇츠 한국지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