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법이 1984년 개정 이후 23년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법무부는 행정소송법 개정 시안을 마련, 올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부터 정부나 지자체 등 행정 당국은 민원인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했을 경우 어떤 이유에서라도 판결의 내용을 거부하지 못하는 ‘의무이행 소송 제도’가 도입된다.지난 5월 24일 법무부가 공개한 행정소송법 개정 시안은 국민의 권익 구제 범위를 확대하고 행정기관이 잘못된 처분을 내리기 전에 미리 개인이 자신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소송 절차를 보완하는 데 주력했다.그러나 대법원도 법원 중심의 행정소송법 개정안을 만들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상태여서 향후 입법 과정에서 법원과 행정기관, 헌법재판소 등 관련 기관 사이에 사법 심사 범위와 행정 자율성 등을 놓고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개인은 지자체 등 행정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해도 행정기관의 ‘행동’을 강제하기 어려웠다. 일례로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한 개인이 행정소송을 벌여 승소해도 지자체가 이를 거부 또는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다.이에 대해 개인은 다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이나 부작위 위법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이 역시 행정기관이 판결 결과에 따른 행동을 하도록 강제하지는 않는다. 또 행정기관은 다른 사유로 재차 거부 처분을 내릴 수 있어 민원인의 권익이 침해받는 일이 많았다.그러나 앞으로 법원은 행정기관이 제시한 모든 거부 처분 이유들을 충분히 심리한 후 기존 처분을 취소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민원인의 신청 내용을 이행하도록 강제하는 의무이행 소송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단 한 번의 소송으로 분쟁을 해결하게 되는 셈이다. 건축 허가의 경우 법원이 “원고에게 건축 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판결하는 식이다. 판결이 나면 행정기관은 이를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 이 역시 국민 권익 구제 확대 차원에서 마련된 안이다. 이 제도는 위법적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고 사후의 구제 방법으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길 것으로 예상될 때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 제기하는 행정소송이다.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의해 발생하는 국민의 피해를 막자는 것이다.이 제도는 그러나 개인 인적 사항이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경우 강제 출국 등으로 그 대상을 제한할 방침이다. 소송 남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사전구제 절차로 마련된 안이다. 개인이 행정소송을 내고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입게 되는 경제적 피해를 구제하는 게 골자다. 예를 들어 어업, 개인택시 면허 등의 갱신을 신청했지만 해당 기관으로부터 거부당해 다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낼 경우 개인은 소송 기간 동안 발생하는 각종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임시로 어업이나 택시운전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현행법상 행정기관의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규정은 개정 시안에서 ‘180일’로 늘어났다. 법률 지식이 부족하거나 변호사 선임으로 소송 제기에 상당한 기일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했다.또 지금까지 민사법원이 담당했던 행정 처분과 관련한 국가배상 소송,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앞으로는 행정법원이 전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