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된 일본시장에 투자하세요’
약력: 1964년 미국 출생. 8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 졸업. 93년 미국 미시간대 MBA. 99년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도쿄 애널리스트. 2007년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도쿄 포트폴리오매니저(현).“가치 중심의 투자를 고수합니다. 일본 주식시장에서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피델리티 인터내셔널 도쿄의 론 슬래터리 포트폴리오매니저(43)의 분석이다. 5월 14일 방한한 그는 일본 시장에 정통한 펀드매니저다. 피델리티에서는 펀드매니저를 ‘포트폴리오매니저’라고 부른다.최근 해외 펀드가 인기몰이를 하며 전성시대를 맞았다. 적지 않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해외 펀드 신상품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 가운데 외국계인 피델리티자산운용은 5월 16일 해외 투자 펀드 7종을 동시에 선보였다. 미국·유럽·재팬·차이나·아시아·인디아·월드 빅4 주식형 펀드 등 7종의 펀드는 역내 해외 투자 펀드다.슬래터리 매니저는 이 중에서 재팬 주식형 펀드의 운용을 맡는다. 새 상품 소개를 위해 한국을 찾은 것이다. 그는 일본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일본의 디플레이션 시기는 이제 막을 내렸습니다. 토지 가격은 16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정규직 노동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실업률 또한 낮아졌습니다.”그는 일본 기업들의 대차대조표 등 재무구조를 보고 분석한 결과 투자자의 눈길을 끌만한 매력 포인트를 찾았다. 바로 배당 지급률이다.“일본 기업들은 디플레이션 당시 부채를 줄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지요. 이제는 무차입 경영을 넘어 잉여 현금을 대거 보유하게 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과거에 비해 높은 배당 지급률을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같은 선진 시장이지만 유럽의 배당 지급률은 40%대, 미국은 30%다. 반면 일본은 20%대로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낮다. 배당 지급률이 높아질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21년 전인 1986년 일본에 처음 발을 내디뎠다. 하루 다르게 성장하던 일본 경제를 직접 지켜보기 위해서다. 1989년 일본 후지게이자이에서 일하기 시작한 그는 1990년대 초반 미국으로 다시 건너갔다. 미시간대에서 MBA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서다.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1993년부터 3년간 뉴욕 쿠퍼스&리브랜드에서 일했지만 곧 일본으로 다시 돌아왔다.“1996년에는 일본 드레스드너 클라인워트벤슨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주택과 건설 분야의 애널리스트로 경력을 쌓고, 1999년부터 피델리티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잠깐 갔던 시기를 제외해도 일본에서만 16년을 살았습니다.”일본에서 오랜 기간 일하면서 그는 ‘가치주 투자’에 확신을 가졌다. 1999년 정보기술(IT) 버블 당시를 제외하면 가치주 투자는 일본의 주가지수인 토픽스 지수를 늘 능가하는 수익률을 보여 왔다.“재팬 주식형 펀드를 운용할 때 주가수익률(PER)과 주가순자산배율(PBR)에 의거, 각 주식에 대한 목표 주가를 설정할 겁니다. 목표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은 사고, 목표가에 도달했거나 근접하고 있는 주식은 팔 계획입니다. 내부 리서치를 통해 저평가돼 있는 종목을 파악합니다.”피델리티의 독자적인 리서치 역량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그는 애널리스트 경력을 큰 밑천으로 삼는다.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익힌 모델링 기법이 펀드 운용에 적잖이 기여한다. “피델리티에서 저는 애널리스트로 출발해 펀드매니저가 됐습니다. 개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평균 6~8년 정도의 애널리스트 경력이 있어야 펀드매니저로 일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일본의 주식은 다른 주요 시장과 비교해 저평가돼 있다”면서 ‘재팬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에 자신감을 보였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