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소비 증가…경기회복 ‘스타트’

한국 경제가 그동안의 겨울잠을 벗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렇게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내수 부문이 회복 조짐을 나타내고 있으며, 경기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던 수출이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어 내수와 외수가 균형 잡힌 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다.우선 내수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 소비가 내구재 부문을 중심으로 빠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소비 회복의 배경에는 부동산, 주식 등 자산 시장에서의 부(富)의 효과(근로 소득이나 이전 소득이 아닌 가계가 소유하고 있는 자산 가치가 상승, 이것이 소비로 이어지는 현상), 그동안의 체감 경기 부진에 따르는 소비자들의 막연한 소비 심리 개선 효과(4월 통계청의 소비자기대지수는 100.1로 기준치를 상회)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둘째, 지난해 4분기에 다소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던 설비 투자도 지난 1분기 들어 다시 회복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며, 건설 투자도 지난해 3분기까지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으나 4분기 이후부터 회복세가 강화되고 있다. 셋째, 수출 경기는 중국, 아세안 등 아시아 지역 수출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2006년의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이러한 내수와 외수의 고른 회복세로 지난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6.3%에서 4분기에 4.0%에 이를 때까지 하락세를 지속했던 경제성장률이 지난 1분기 4.0%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멈추고 경기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특히 경제성장률과 비슷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는 산업 생산 증가율도 지난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2.8%에서 올해 1분기에 3.3%까지 하락했는데, 이는 2001년 이후 두 번의 단기 경기 저점에서의 증가율 수준인 3%대 초반에 해당되고 있어 향후 증가세가 높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아직 경기 회복을 장담할 상황은 아니지만 한국 경제는 현재 경기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설비 투자 회복 ‘주춤 주춤’경기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고 해서 향후 경기 회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흔하지 않지만 경기가 옆으로 횡보하는 L자형 경기 추세나, 잠시 회복되는 듯이 보였다가 다시 침체되는 더블딥 추세의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하고 현재 우리가 이용 가능한 정보들을 고려한다면 올해 한국 경제는 완연한 회복 기조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부문별로는 수출의 성장 견인력은 감소하고, 내수 회복세가 수출의 역할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조심스럽지만 2007년도 성장률은 당초 전망보다 다소 높아질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 북핵 문제가 조기 수습되고 있고 국제 유가도 당초 예상과는 달리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부문별로 볼 경우 올해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주력 엔진은 소비가 될 것이다. 소비 회복세의 강도를 나타내는 선행 지표인 내구재 소비 판매 증가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 현재의 소비 회복은 고용 확대로 인한 전반적인 구매력 확충으로 뒷받침되는 것이 아니라 자산 시장 호황에 따른 부의 효과에 기인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내수 견인 효과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우려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다음으로 설비 투자는 아직 회복 기조를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된다. 설비 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내수 경기 회복의 지속력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설비 투자가 본 궤도에 오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향후 설비 투자의 강도를 나타내주는 설비 투자의 선행 지표인 설비투자조정압력(제조업 생산 증가율에서 제조업 생산 능력 증가율을 차감한 것으로 업종마다 기준치에 차이가 있으나 약 8%포인트 이상에서 향후 설비 투자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본다)은 2006년 3분기 8%포인트대에서 지난 1분기에 2%포인트대로 크게 하락해 있는 상황이다.건설 투자도 부진할 공산이 크다. 건설 투자의 선행 지표인 건축 허가 면적 증가율은 2006년 4분기에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고 건설 수주 증가율도 비록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여전히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지목될 수 있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의 영향으로 민간 건축 부문의 침체가 우려되고 있어 공공 부문에서 대대적인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최근의 건설 경기는 반짝 회복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마지막으로 수출 경기는 주요 수출국들의 경제 상황 악화로 하락세로의 반전이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전망 자료에서 세계 경제성장률은 2006년 5.4%에서 2007년 4.9%로, 세계 교역량증가율도 같은 기간 9.2%에서 7.0%로 둔화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결국 우리 수출 경기의 둔화를 의미한다. 세계 교역량 증가율과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 사이에는 강한 정(positive)의 상관관계가 관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수출 경기의 선행 지표들을 살펴보면 국내 수출 신용장 내도액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지난해 3분기 31.6%에서 지난 1분기 5.7%로 크게 둔화됐고, 수출용 수입액 증가율도 같은 기간 23.4%에서 6.8%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중국 경제가 지난 1분기에도 11% 내외의 기록적인 고성장을 지속, 수출 경기 하강 압력을 다소 완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건설 경기 악화 막아야2007년 국내 경제 상황은 그동안 국내 경기를 지탱해 오던 수출의 성장 견인력 약화가 불가피, 앞으로의 경기 회복 속도는 내수 부문의 성장세가 결정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행히 최근 내수 경기는 자산 시장 호황에 따라 회복되고 있는 소비 부문에서 불씨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와 같은 회복의 불씨가 내수 경기의 본격적인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도록 투자 확대와 고용 촉진을 통해 내수 경기가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내수 선순환 구조 확립’을 올 한해 경제 정책의 중점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구체적으로는 우선 소비 부문의 자생력 복원에 주력해야 한다. 투자의 고용 유발 효과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내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소비 부문에 직접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중소기업 고용 장려금 대폭 확대, 특소세와 저소득층 생필품 부가세 등 소비 관련 세제의 한시적 감면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가계 부채 문제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가계 대출 모니터링 강화, 가계 부채의 만기 구조 장기화 등을 통해 가계 부채가 소비 회복의 발목을 잡는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둘째, 기업 투자 활성화에 경제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개혁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발 더 나아가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획기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창업 지원, 조세 감면, 인·허가 제도 간소화 등 벤처 및 중소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기존 정책들의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셋째, 투자의 또 다른 축인 건설 투자의 침체를 방지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중과세와 재건축 규제 강화 중심의 경직된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보다는 시장 여건에 맞는 탄력적 정책 운용을 통해 민간 건축 시장의 경기 급랭을 막아야 한다.넷째, 수출 경기의 급락을 예방해야 할 것이다. 환율 변동성 완화를 통한 수출 기업 리스크 축소, 통상 마찰 최소화를 위한 정부의 관련 정보 인프라 정비와 무역 분쟁 법적 지원과 같은 대비책 마련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경기 순환을 막고, 경제 주체들의 심리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다시 말해 대선 정국 상황에서의 경제 정책의 중립성과 일관성 확립이 요구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 입안 및 집행 과정의 투명성 확보, 주무 부서인 재경부의 정책 조율 기능 강화 등이 필요하다. 특히 구조조정 완료 기업 매각, 자본시장통합법, 경제특구 관련 규제 개혁 등 표류중인 경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주원·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