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기업이익·주가 ‘좋아질 일만 남아’

2004년 하반기 이후 코스피(KOSPI) 지수가 추세적인 상승을 보이면서 주식시장에는 “더 이상 경기가 주가를 설명 못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2004년 3분기부터 2005년 1분기까지 경기가 하강하고 있는 데도 주가는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2004년 하반기 이전까지 코스피 지수와 움직임이 매우 유사했던 거시경제 지표인 산업생산, 수출, 순상품교역조건지수, 재고순환지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경기선행지수 증가율 등에도 나타났다. 한국 시장에서 이렇게 주가와 경기의 방향이 다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2006년 1분기부터 2007년 1분기까지(현재 시장 컨센서스는 경기 저점을 1분기로 보고 있음)의 경기 하강기 또한 경기는 나빠지는 데 주가는 오른 예가 된다. 이러한 현상들을 일부에서는 “수급의 힘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주가가 경기 방향과 무관해졌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주식시장의 수급이 주가 상승의 커다란 동력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과연 경기와 주가 방향이 무관한 것인가.경기·주가 함께 움직여경기와 주가는 같이 움직인다. 이것은 과거 2004년 하반기 이후나 2006년 1분기 이후의 경우에도 그러했다. 다만 앞의 예는 비교 대상이 잘못 됐기 때문에 마치 경기와 주가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표2〉는 〈표1〉과 같은 그림이지만 주가를 전년 동기비로 나타낸 것이다. 경제성장률, 기업 이익 증가율 모두 전년 동기비이기 때문에 주가 또한 전년 동기비로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 경기와 주가의 연결고리를 끊기보다는 차라리 코스피를 순환적 측면(전년 동기비 증감률)에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비교할 때 〈표2〉와 같이 경기, 기업 이익, 주가는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국제 경기는 국내 경기 사이클에 영향을 미치고 기업들의 이익은 국내외 경기 사이클과 동행하게 된다. 이익의 그림자라는 점에서 주가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경제성장률 컨센서스에 따르면 경기는 2007년 1분기를 저점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컨센서스 이코노믹스(Consensus Economics) 전망에 따르면 분기별 경제성장률 전망은 1분기 3.9%, 2분기 4.3%, 3분기 4.7%, 4분기 5.1%이다.기업 이익(주요 기업 영업이익 증가율) 역시 2006년 4분기를 바닥으로 개선되고 하반기로 갈수록 그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상장사 주요 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한국 기업 영업이익 증가율은 2006년 4분기 -7%, 2007년 1분기 12%, 2분기 9%, 3분기 17%, 4분기 29%이다. 주가 역시 현재의 전망대로라면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 모멘텀이 강해질 것이다.경기 전망이나 기업 이익 전망 모두 전망의 오차는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현 시점은 경기의 경우 2006년 4분기와 2007년 1분기, 기업 이익의 경우 2006년 3분기와 4분기 낮은 수치로 인해(base effect) 이미 바닥을 지났을 것이라는 확신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보인다. 따라서 주가 측면에서는 경기와 기업 이익 전망의 오차가 다소 발생한다 할지라도 이러한 기대감의 반영은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과 더불어, 경제 성장의 내수의 기여도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수출 증가율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부에서는 ‘수출주보다는 내수주 선택’을 권유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내수주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수익률을 보여 왔다는 측면에서 타당성 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경기민감소비재 업종(세계산업분류체계 GICS에 따름)은 2000년 이후 경기 회복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기(2002년 1분기, 2003년 4분기, 2005년 3분기)에 매번 초과수익을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고 2007년 1분기 경기 바닥이라면 경기민감소비재 업종은 올 3분기에 초과 수익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기민감소비재 업종에는 자동차와 유통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반기 이후에는 자동차 업종에 대한 관심을 늘려야 할 것이다.경기민감소비재 이외에 내수주 중 비중이 큰 업종이 금융업이다. 따라서 경기 회복과 내수 기여도 증가 측면에서 금융주 투자를 권유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 업종에서 가장 투자 유망한 업종으로 생각하는 증권업을 예로 들면 증권 업종의 이익 개선(가능성)은 경기 회복, 혹은 내수 기여도 증가라는 측면보다는 주가 상승, 증시 활황, 결국 거래대금 증가라는 직접적인 이유 때문이다. 금융업 전체를 경기 회복의 논리로 접근해 내수주로 묶어내는 것보다는 업종별로 이익 개선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투자 유망 업종의 선별에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것이다. 사실 내수 소비 증가는 전 업종에 걸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보편적으로 수출주로 인식되는 종목들도 매출액 기준의 구분으로는 내수주에 속하는 경우도 많다(예로 수출을 위주로 하는 국내 기업에 중간재를 납품하는 기업). 덧붙여 코스피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을 살펴보면 자동차와 금융업을 제외하고는 내수 회복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업종·종목들이 시가총액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 코스피 지수의 상승을 견인할 힘이 크지 않다.유틸리티와 통신 서비스와 같은 시가총액 비중이 큰 내수 업종 또한 상대 수익률 측면에서는 매력적이나(주가가 오르지 못했다는 뜻) 이익 모멘텀 측면에서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더구나 유틸리티와 통신 서비스는 현재 시장의 상승 동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업종이기도 하다.내수와 수출의 구분보다는 오히려 업종별 경기나 이익 개선 전망으로 유망 업종을 고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경기, 기업 이익, 주가의 상승 전환 혹은 개선 모멘텀은 크게 순환적 측면(2006년이 상대적으로 안 좋았다는 것)과 정보기술(IT)과 자동차의 부진, 그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 경제의 고성장 수혜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IT와 자동차는 부진한 업황으로 인한 기저 효과가 반영돼(순환적 측면) 올 하반기부터 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시장(컨센서스)은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실패의 경험(IT와 자동차 업종의 이익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되지 못했다)으로 볼 때 이러한 이익 개선 전망이 확고한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아직은 IT와 자동차의 경우 적극적인 투자 보다는 관찰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투자 시기를 하반기 이후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 경제의 성장이 세계 증시의 주된 상승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시장의 상승을 견인해 온 건설 조선 기계 해운 항공 등 산업재 업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중 하반기에도 이익 개선의 가시성이 높은 조선 기계 해운 항공 업종이 투자 유망하다. 또한 2007년 이익 개선이 확실시되는 증권 업종 또한 현시점에서 투자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시장 거래 대금의 증가, 영업이익 증가라는 증시 활황의 수혜를 직접 받고 있기 때문이다. 조윤남·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 yunnamcho@daish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