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휘파람’, 특급 호텔 ‘한숨’

여행 업계는 요즘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매출이 전년에 비해 수십%씩 뛰어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반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여행사들이 유치한 내국인 해외 관광객은 112만196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6.8%나 늘었다. 매출액도 37% 불어났다. 특히 세중나모여행, 여행박사, 보물섬투어, 호도투어 등은 100%가 넘는 매출 신장률을 나타냈다. 업계 1, 2위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매출액은 각각 48.8%, 68.8% 증가했다.3월 이후에도 여행업의 약진은 계속되고 있다. 하나투어의 정기윤 대리는 “여행업의 비수기인 4~6월에 예년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떠나고 있다”며 “5월 매출은 지난해보다 약 50% 증가한 상태”라고 전했다.주말 낀 단기여행 ‘인기몰이’인터넷 쇼핑몰의 여행 상품도 큰 폭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파크의 경우 지난 1분기의 거래 총액이 전년 대비 약 50% 성장했다. 인터파크 측은 “해외여행 고객 증가가 여행 부문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베트남 캄보디아 등 물가가 저렴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이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해외여행객이 증가하면서 항공업계도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1분기 매출이 2조30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7% 늘어났다. 여객 부문만 따로 떼어내면 성장률은 더욱 높아진다. 지난해에 비해 무려 19.3%나 증가한 것이다. 대한항공의 이승열 차장은 “여객의 경우 3%의 가격 인상 효과를 훌쩍 뛰어넘는 매출을 올렸다”며 “중국과 유럽으로 가는 여행객 증가가 매출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여행업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이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금방 표가 난다. 이렇게 보면 여행업의 ‘활황’은 경기 회복의 증거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다르게 해석한다. 경기 회복보다는 주5일제의 본격화, 원화 강세 등의 요인이 해외 여행업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다.이와 관련, 하나투어의 정 대리는 “주 5일제가 정착하면서 주말 전후로 하루나 이틀을 붙여 일본과 중국 등 가까운 곳으로 단기 해외여행을 가는 고객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성수기와 비수기의 차이도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같은 곳을 여러 번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해외여행 증가를 유도하고 있다. 해외여행이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에서 일반 서민들에게까지 일반화되면서 생긴 현상이다.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해외여행을 떠난 사람 가운데 절반 이상이 2회 이상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또 향후 1년 동안 해외여행을 떠날 의향이 있느냐는 조사에선 65.6%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2005년 45.5%, 2006년 49.1%에 비해 큰 폭의 성장을 한 것이다. 앞으로도 해외여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셈이다.해외여행의 빈도가 잦아지면서 여행 상품의 특징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동남아 5개국, 유럽 7개국 패키지처럼 한 번에 여러 나라를 둘러보는 상품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한곳에 오래 머무르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기회가 많은 만큼 주마간산식으로 여행을 할 이유가 적어진 것이다.해외여행뿐만 아니라 국내여행도 활기를 띠고 있다. 여행 업계의 관계자들은 국내여행은 해외여행처럼 믿을 만한 통계를 만들기 어렵지만 증가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한다. 대한항공의 이승열 차장은 “최근 제주도 취항을 늘렸음에도 빈 좌석을 찾기 힘들다”며 “저가 항공사들까지 더하면 제주도로 떠나는 여행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국내여행의 활성화는 콘도 이용자들의 증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대표적인 리조트 사업자인 한화리조트의 지난 5월 14일까지 콘도 객실 판매 수는 지난해에 비해 15% 증가한 상태다. 한화리조트의 한 관계자는 “주말의 경우엔 올해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도 거의 만원이었다”며 “올해엔 주중 이용자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콘도 분양도 잘 되고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10% 정도 콘도 분양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콘도 분양 실적이 경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대체로 경기에 따라 분양 속도에서 다소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여행 업계가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반면 호텔 업계는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도심은 물론 제주 등 관광지의 특급 호텔들의 이용객은 증가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도심 호텔은 원화 강세로 외국인 숙박객이 감소했고 관광지의 경우엔 골프텔이나 펜션 등 호텔을 대체하는 숙박 형태가 인기를 끌면서 상대적으로 호텔 이용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호텔신라의 김보균 과장은 “관광지 특급호텔의 부진은 내수 경기보다는 경쟁적인 숙박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며 “하지만 내국인의 이용 빈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소폭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제주도행 비행기 ‘연일 만원’롯데호텔은 원화 강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케이스다. 투숙객의 절반 이상이 일본인들인데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가 맞물려 투숙객이 적지 않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울산 롯데호텔 등 일부 지방 호텔들의 경우 이용객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롯데호텔의 이용재 실장은 “1000억 원 정도 규모의 리노베이션이 예정돼 있다”며 “상품과 서비스의 향상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고 다짐했다.특급호텔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중저가 호텔들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이 저렴해 특급호텔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대거 중저가 호텔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주중에도 90% 안팎의 높은 객실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가격은 특급호텔의 절반 정도에 그치지만 특급호텔 못지않은 접근성과 시설이 매력으로 꼽힌다.공연 산업도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티켓링크와 인터파크 등 공연 티켓을 판매하는 업체들의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터파크 측은 “지난 1분기 공연 상품의 티켓 판매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정도 증가했다”며 “문화 상품이 경기에 민감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연 판매 증가를 경기 회복의 조짐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