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박이 e메일, 파트너 마음에 빗장 건다

지난 5년간 국내 마케팅 파트에 근무했던 송훈석 과장(36· IT 관련 벤처 업체 근무 중)이 해외 수출 본부로 전격 합류하게 된 건 지난 12월 초. 환율 문제로 수출 라인에 비상이 걸리자 전사적 차원에서 수출 업무를 집중 지원하는 TFT(Task Force Team)가 전격 결성됐고, 자의 반 타의 반 자리를 옮기게 됐다.평소 해외 마케팅 업무에 욕심이 없지 않았지만 영어 구사 능력에 자신감이 없어 망설이던 그의 마음을 붙든 건 TFT 본부장이자 대학 선배인 김모 상무였다. 지난 수년간 정리해둔 각종 영문 문서 DB가 있기 때문에, 영문 e메일부터 각종 비즈니스 문건 작성쯤은 사람 이름과 숫자 정도만 바꾸면 전혀 어려움이 없다는 김 상무의 호언장담이 송 과장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요즘, 그의 심경을 표현하자면 한마디로 ‘좌불안석’이다. 신규 수출 라인 확보는 고사하고 기존 파트너를 통한 오더 수주조차 미미한 까닭이다. 그렇다면 송 과장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사내 영문 문서 DB’에는 문제가 없는지, 지난 주 송 과장이 자신의 파트너인 레이몬드(Mr. Raymond)에게 보낸 독촉 e메일을 그대로 옮겨보자(오른쪽 위).언뜻 보기엔 아무런 하자가 없는 영문 e메일이다. 하지만 제품을 구매하는 바이어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읽어보라. 무미건조하다 못해 ‘까칠’한 분위기마저 물씬 풍길 것이다. 그것도 이제 겨우 거래를 튼 공급 업체 담당자로부터 이런 e메일을 받고 기분이 유쾌하게 오퍼를 낼 성인군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흔치 않은 법이다.이제 문제의 원인이 그 실체를 드러낸 셈이다. 국내 마케팅 시절의 ‘싹싹한 송 과장’을 ‘까칠한 Mr. Song’으로 변신시킨 주범은 다름 아닌 ‘사내 영문 문서 DB’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작 더 중요한 문제는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까칠한 Mr. Song’이 양산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사내 영문 문서 DB’가 ‘판박이 영업 활동’을 양산하게 되고, 이는 장기적 안목에서 업체의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만약 송 과장이 기존의 DB를 활용하되 원래의 ‘싹싹함’을 살려 “Time really flies!(정말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군요!)”나 “I trust this e-mail finds you well.(e메일을 받으시는 시점에 건강히 잘 계시리라 믿습니다)”와 같은 짧은 문장 하나만 앞에 삽입했더라면 어떠했을지 상상해 보라.파트너의 존재감과 기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이런 문장 하나만으로도 ‘까칠한 독촉’이 ‘정당한 요구’로 바뀔 수 있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 세계의 원리다. 그러므로 종류와 성격에 관계없이 ‘Hi!’로 시작해서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판박이’ e메일은 수출 활동의 ‘박제화’를 낳을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그러나 시간과 실적에 늘 쫓겨야 하는 송 과장을 포함한 현업 담당자의 입장에서만 보면 빠른 시간 내에 업무를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내 영문 문서 DB’의 필요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평소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짧고 명쾌한 문장을 꾸준히 ‘나만의 DB’로 소화해 두는 자세가 절실하다.아울러 다양한 주제별로 꼭 필요한 문장과 표현을 클릭 한 번으로 제시해 주고 문법 및 어법 오류까지 수정해 주는 ‘라이팅 머신(Writing Machine, www.ibt-writing.com) 같은 실용적인 업무 지원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시간과 노력을 절감하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A good beginning makes a good ending(시작이 좋으면 결과도 좋다)’이라는 말이 있다. 파트너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첫 단추를 순조로이 꿴다면 마지막에 좋은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게 마련이다.염인호·TG연구소 대표연구원 www.ibt-writ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