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체중이 6kg이나 내려갔다. 1주일간 단식을 하고 나니 몸만 가벼워지는 게 아니라 머리까지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회사 차원에서 임원들과 함께 단식과 명상 등으로 이루어진 심신 정화 프로그램을 실시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올해 중점 경영 과제인 ‘건강 경영’의 일환이기도 하다.중요한 경영 사항을 결정하고 성과 창출과 기업 문화 구축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의 건강관리는 곧 조직의 건강을 챙기는 일이다. 주말엔 아예 단식원에 단체로 입소해 교육을 받고 매일 업무 종료 후 밤늦게까지 심신 정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며 반응도 좋아 참여 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많은 CEO들이 하루 중 대부분을 회사 일에 대해 생각하며 보낸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년간 합병과 인수라는 거대한 회오리를 거치며 조직 통합과 신사업 구상에 많은 시간을 쏟아 부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판단을 내려야 하는 기업의 대표가 겪는 스트레스와 중압감은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CEO 중 65%가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설문 조사 결과에 놀라기도 했지만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문제는 건강 경영을 실천하려는 노력이다. 지친 몸과 머리에서 좋은 해결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특히 CEO의 건강이 주가까지 움직인다고 하니 건강은 기업의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회사의 성장에 중요한 시점일수록 건강부터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대목이다.CEO 개인 차원의 건강관리를 넘어 최근 많은 기업이 조직 전반에 걸친 ‘건강 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직원의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의 종류도 다양하다. 매일 사무실에서 건강 체조를 실시하기도 하고 금연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필자의 회사에서도 직원들이 스스로 건강관리 및 개인 생활 전반에 걸친 목표를 선정, 실천하는 ‘실천과제’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이렇듯 건강 경영을 계속하면서 요즘 들어 직원들에게 ‘사운드 보디, 사운드 마인드(Sound Body, Sound Mind)’라는 말을 강조하곤 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경영의 효율성을 위해서도 이제 직원의 건강관리는 필수적이다. 직원의 건강과 관련된 각종 지원은 이제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되고 있다. 모 기업체는 회사 차원에서 금연 캠페인을 실시한 결과 3년 뒤 사원의 질병 보유율이 1%가량 떨어졌고, 평균 체력 연령은 4.5세 낮아질 만큼 건강이 좋아졌다고 한다. 같은 기간 해당 기업도 성장을 거듭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건강이 곧 생산성인 셈이다.‘건강 경영’이 어디 직원의 신체적 건강에만 국한되겠는가. 하나의 유기체로서 조직도 건강해야 한다. 건강한 조직과 활기찬 기업 문화를 만드는 건강 경영이 필요한 시대다. 이는 직원 사기와 직결되고 기업의 성과로 이어진다. 우리 회사가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도입한 ‘체인지 리더(Change Leader)’ 프로그램이 좋은 예다. 각 분야별로 체인지 리더를 선정, 실무진 의견을 수렴해 경영 정책에 반영하는 제도다. 조직의 혈관 역할을 하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화해 건강한 기업을 만들어 내려는 목적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합병 이후 조직 통합과 기업 투명성 강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세계 최고의 부자로 손꼽히던 미국의 석유왕 록펠러는 53세에 치명적인 병에 걸렸다. 사업의 빠른 성장과 더불어 몸과 마음을 혹사한 결과였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한 그는 45년을 더 살았다. 자칫 무너질 수도 있었던 그의 회사도 이전보다 더 큰 성장을 거듭했고 사회에 많은 공헌을 할 수 있었다. 98세로 눈을 감을 때까지 치아와 위장이 여전히 건강했던 록펠러가 남긴 교훈은 조직을 이끄는 CEO로서 다시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변보경 코오롱아이넷 대표이사1953년생. 경기고, 서울대 공대 졸업.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이수. 79년 한국IBM 입사. 2000년 LG IBM PC(주) 대표이사. 02년 코오롱아이넷(옛 코오롱정보통신) 대표이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