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밑도는 알짜 아파트 ‘줄줄이’

부동산 시장이 가격 하락·거래 실종의 침체에 빠진 가운데 새삼스레 법원경매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고공 행진하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이 낮아진 것은 물론 불패 신화의 강남 아파트들도 대거 유찰의 서러움을 맛보며 줄줄이 경매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따라서 평소 강남 입성을 꿈꿔 온 사람이나 시세보다 싼 값에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라면 경매를 통해 ‘기회’를 잡아 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비록 시장 전반이 침체돼 있긴 하지만 경매 시장엔 그 어느 때보다 우량 매물이 많고 가격도 하락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옥션 박경원 씨는 “2번 유찰돼 감정가의 64% 선으로 최저 경매가가 떨어진 아파트가 적지 않다”면서 “실수요자라면 근래 경매 시장에서 보기 드물었던 입지 좋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선별 입찰을 시도해 볼만하다”고 밝혔다.입찰경쟁률·낙찰률 하락경매 시장은 부동산 시장의 한 파트이지만 성격은 반대에 가깝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이 늘어나 경매 시장의 볼륨이 커진다. 또 경매 물건이 늘어나면 투자 대상이 많아져 실수요자에게 유리한 시장이 형성된다. 최근 몇 달 사이 경매 시장이 이런 분위기로 바뀌었다.우선, 과거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서울 강남의 인기 아파트들이 물건 리스트에 대거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입찰자가 거의 없어 1~2회 유찰되는 일이 다반사다. 지난 5월 1일 경매에 부쳐진 서울 서초구 잠원동 대림아파트 49평형의 경우 2번째 입찰이었지만 응찰자가 없어 6월 초 재입찰에 부쳐지게 됐다. 감정가 16억 원, 공시가격 12억 원의 대형 물건이지만 2번 유찰되는 바람에 최저가가 쑥 내려갔다. 3차 경매의 최저가는 감정가의 64%인 10억2400만 원이다. 공시가격보다 2억 원 가까이 싼 셈이다.강남 아파트 값의 바로미터라는 은마아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4월 17일 감정가 10억9000만 원, 공시가격 9억3600만 원인 은마아파트 34평형은 주인을 찾지 못해 유찰됐다. 5월 22일 부쳐지는 재경매에선 감정가에서 20% 하락한 8억7200만 원에 최저가가 결정됐다. 하지만 최근 은마 34평형 평균 매매가가 10억 원 이하로 내려간 상태여서 낙찰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만일 한 번 더 유찰되면 최저가가 다시 20% 하락, 6억9800만 원으로 내려앉게 돼 강남 부동산 시장 전체에 큰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이처럼 요즘 경매 시장의 특징은 그 어느 때보다 매물이 풍성하지만 수요는커녕 입질조차 많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강남권 아파트가 그렇다. 각종 부동산 규제로 거래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경매 시장 역시 한파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매 시장의 좌표나 다름없는 낙찰가율이 뚝 떨어진 데서 분위기가 그대로 읽힌다. 서울지역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지난해 12월 101.68%에서 4월 95.83%로 낮아졌다. 강남 3구인 강남 서초 강동구의 30평형 이상 중대형 아파트는 더 심해 지난해 11월 102.69%에서 3월 91.36%로 떨어졌다.입찰 경쟁률과 낙찰률 역시 동반 하락하는 추세다. 입찰 경쟁률은 아파트 값이 급등했던 지난해 11월 7.98 대 1에서 지난 4월엔 5.16 대 1로 떨어졌다. 또 최근 강남권의 낙찰률은 20% 안팎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지역 전체 낙찰률도 지난해 11월 52.54%에서 4월 39.28%로 크게 떨어졌다. 여느 부동산 종목과 마찬가지로 법원경매 역시 참여자가 줄고 거래 성사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는 이야기다.상황이 이런 만큼 투자 목적의 경매 참여는 크게 줄었다. 경매 역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2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적용돼 투자 목적으로는 접근하기엔 난관이 많기 때문이다. 상승기에서처럼 공격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가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에 입찰 경쟁률 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이 때문에 최근 경매 시장의 주도권은 실수요자가 쥐게 됐다. 투자자 그룹이 묶인 만큼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 볼만한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그렇다면 최근 경매 시장에서 실속을 차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몇 번 유찰돼 최저가가 공시가격보다 낮아진 인기 지역 아파트를 물망에 올릴 만하다. 한강 조망권으로 인기가 많은 성동구 옥수동 삼성아파트 44평형은 공시가격 5억3200만 원이지만 5월 21일 최저가 4억8400만 원에 입찰에 부쳐진다. 다만 이 아파트는 2층이어서 조망권 혜택은 기대하기 힘들다. 강남권에서는 서초동 삼풍 50평형(공시가격 12억3200만 원, 최저가 10억8800만 원), 잠원동 대림 49평형(공시가격 12억 원, 최저가 10억2400만 원)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1억~2억 원대에 낙찰을 기대할 수 있는 물건도 있다. 동대문구 제기동 안암골벽산 43평형(공시가격 3억1200만 원, 최저가 2억8160만 원), 마포구 염리동 우공 29평형(공시가격 1억6100만 원, 최저가 1억6000만 원) 등이 있다.목돈 필요…자금계획 ‘꼼꼼히’실수요자가 경매에 참여할 때는 자금 조달 계획, 현장 실사 등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우선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면 현장으로 가야 한다. 해당 물건 주변 중개업소를 여러 곳 들러 시세를 확인하면서 현장 분위기, 거래 동향 등을 살필 필요가 있다. 해당 동호수, 층, 방향 등이 어떤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관리 사무소에서 관리비 연체 유무를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보통 낙찰 받는 사람이 관리비 문제까지 책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특히 최근 나오는 물건들 중에는 지난해 말 급등한 시세가 반영돼 있는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해야 한다. 시세보다 감정가가 높은 경우가 꽤 많아 현재 시세와 입찰 예정가를 비교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자금 계획은 빈틈없이 세워야 한다. 강남권 아파트의 시세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해 경매에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입찰에 앞서 금융사를 먼저 찾는 게 현명하다. 사건번호와 입찰 예정 가격을 가지고 금융사에서 대출 가능한 자금을 상담한다. 이때 연봉과 시세에 따라 대출 규모 상담이 이뤄지는데 이 역시 DTI 규제의 적용을 받는다.경매는 아파트 분양과 달라서 목돈이 필요하다. 먼저 입찰할 때는 최저 매각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매각 보증금이 있어야 한다. 낙찰 받았을 때는 40~45일 안에 잔금을 납부해야 한다. 중도금 제도가 없기 때문에 분납이 불가능하다. 만일 낙찰자가 납부 기일까지 잔금을 내지 못하면 재매각 기일 전까지 고율의 연체료를 내야 한다. 또 보통 한 달 뒤로 정해지는 매각 기일을 넘기면 미리 낸 보증금마저 몰수당하므로 주의해야 한다.정상적으로 절차를 거치더라도 부대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통 취득·등록세 등 제세공과금이 2.5~3%, 이사비라고 불리는 명도비 0.5~1% 정도가 필요하다. 경매 컨설팅업체를 이용했을 경우엔 컨설팅 수수료가 1~1.5%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