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든 싫어하든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와 헤지펀드는 금융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그 힘을 증대시켜 나가고 있다. 사모펀드의 대표적 유형인 바이아웃 펀드만 하더라도 2007년 현재 200개 이상의 펀드들이 활동 중이며, 총 규모는 20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모펀드에 비해 좀 더 긴 역사를 자랑하는 헤지펀드는 1990년에 시장에 등장한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 현재 9500개 정도가 활동 중이고 총 규모는 약 1조40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탐욕스러운 ‘메뚜기 떼’라는 평가에서부터 자본의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자본주의 첨병이라는 평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현재 이들 펀드들이 그렇게 성공적이라고 하기 는 어렵다. 투자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2006년 헤지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은 시장 지수 수익률보다 낮은 13% 수준이었고, 2005년과 2004년에는 10% 이하였다. 더욱이 이제 경제가 금리 상승기에 진입했으니 이들 투자 자본이 장래에 현재보다 훨씬 더 번성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지금이 고비다.한국 기업들은 이들 외국 투자 자본의 주도 하에 전개될 수 있는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을 거론하며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 정책 당국의 보호 조치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세계화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유럽연합과의 FTA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북아 금융 허브를 목표로 삼고 있는 정부가 과연 국제적 정합성을 벗어나는 어떤 추가적 보호 조치를 취해 줄 수 있는지 기업들은 냉정히 반문해 보아야 한다. 한국 기업들이 투자 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대비해 취하는 또 다른 전략은 지분 확보 전략이다. 포스코는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현대중공업 동국제강과 자사주를 맞교환하고, 우리은행 농협에도 주식 매입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백기사’ 표를 모아도 60%를 넘는 외국인 지분에 턱없이 모자란다.그러니 정부의 보호 조치를 기대하거나 우호 지분 확보를 통해 경영권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그다지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자. 사모펀드나 헤지펀드는 거창한 대의명분으로 규합하는 집단이 아니므로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들의 목적은 경영권 그 자체라기보다는 경영정책의 변화를 통한 기업 가치의 증대다. 단순히 경영 정책의 변화로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여지가 있다면 그러한 기업은 이들의 좋은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강한 기업일수록 이들의 좋은 표적이 된다.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기본적으로 경영의 불확실성에 그 연유가 존재할 것이다. 그러므로 포스코의 경영진은 시장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기업 내부와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외부 투자자는 경영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적 소비를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수익성이 불확실한 분야에 투자 규모를 확대해 기업 규모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고 의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불합리하고 무능력한 경영이 전개되고 있다고 오해하고, 경영 정책의 변화를 통해 추가적인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고 믿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의심과 오해는 기업 내부와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 불균형이 심화될수록 더 악화되는 법이다. 그러므로 영업 기밀이 아닌 한, 적극적인 정보 공개를 통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경영진이 지향하는 장기 성장 전략, 배당 정책, 자본 구조 정책, 자사주 매입 정책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시장의 이해를 구하라. 이러한 IR 활동은 기업의 선전 활동이 아니라 경영진이 시장과 교통하는 대화의 과정이다.헤지펀드나 사모펀드의 경영권 위협은 한국 기업에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시장 가치가 2600억 달러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의 금융그룹인 씨티그룹도 헤지펀드의 심각한 압력을 받고 있는 중이다. 헤지펀드들은 공룡 같은 씨티그룹을 국내 소매금융, 국제 소매금융, 투자은행, 자산운용 등 4개 금융사로 분할하는 것이 되레 기업 가치를 높이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찰스 프린스 회장은 씨티그룹의 시너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복안을 설명하며, 시장을 설득하고 있는 중이다. 포스코와는 다른 대응이다.전상경 한양대 경영대 교수 sjun@hanyang.ac.kr1962년생. 85년 서울대 영문학과 졸업. 2000년 뉴욕주립대(버펄로) 경영학 박사. 2002년 한양대 경영대 교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