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계획 필수…‘지출부터 줄여라’

행복한 가정의 조건 가운데 하나가 경제적 여유다. 돈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인 것은 아니지만 없으면 불편하고 불편하면 각박해지게 마련이다. 풍요롭지는 않아도 최소한 궁핍하지는 않아야 원만한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조기 은퇴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무 설계를 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가계부, 지출 관리의 ‘왕도’예나 지금이나 재테크의 최선책은 덜 쓰는 것이다. 월 소득이 300만 원인 가구의 경우 투자를 통해 매월 30만 원을 벌기보다 30만 원을 절약하는 편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월 소득을 모두 투자한다 해도 30만 원의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10%의 수익률을 기록해야 하는데 월 수익률 10%를 장담할 수 있는 투자법은 없다. 반면 외식을 줄이거나 옷 한 벌 덜 사면 30만 원 정도는 얼마든지 절약할 수 있다.지출을 줄이기 위해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신의 지출 내역을 조사하는 것이다. 어디에서 얼마를 절약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계부를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콩나물 값이나 버스비처럼 소소한 것들까지 기록할 필요도 없다. 언제 어느 마트에서 얼마나 지출했는지 정도만 적어도 지출 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정도로도 필수적인 소비와 비필수적인 소비를 구분하는 데 충분하다.가계부 작성을 통해 한 달 생활비를 정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식료품이나 교통비처럼 매월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비용 외에도 경조사비, 명절 비용, 의류비, 휴가비, 의료비 등 비정기적인 지출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필수적인 지출 외의 모든 비용을 적금이나 펀드에 투자하면 예상치 못한 지출 사항이 발생했을 때 낭패를 당할 수 있다.최성우 포도에셋 강남지점 팀장은 목적 별로 여러 개의 통장을 가지고 있으면 이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비정기적인 지출을 위한 자산 관리용 통장을 반드시 보유하라고 강조한다. 최 팀장은 “필요할 때 쓰고 여유 있을 때 다시 채울 수 있는, 저수지 역할을 하는 통장이 요긴하다”며 “CMA 통장은 연이율이 높은 데다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수지 통장으로서 그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팀장은 “저수지 통장의 잔액은 월 생활비의 3배 또는 월 소득의 1.5배 정도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요즘 직장인들의 지출 내역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주택 대출금 상환이다. 못해도 수천만 원에 이르는 대출금의 이자만도 한 달에 수십만 원에 달한다. 조금 무리해서 내 집을 마련한 경우엔 이자만 월 100만 원을 넘나들기 십상이다. 여기에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면 고통스러운 허리띠 조이기를 해야 한다.전문가들은 대출금을 상환할 때 지나치게 기간을 짧게 가지지 말라고 권한다. 대출금 상환 액수를 조금 줄이는 대신 펀드 등에 투자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35세의 직장인이 1억600만 원을 연 6.5%의 금리로 대출받았을 때 월 207만 원씩 대출을 상환한 후 50만 원씩 투자한 경우와 이보다 50만 원이 적은 157만 원을 상환하는 대신 50만 원씩 연 5%의 복리상품에 투자했을 때를 비교해 보자. 207만 원씩 상환한 경우 65세 이후의 노후 자금은 2억9000만 원이지만 157만 원씩 상환했을 때는 4억1000만 원이 된다. 무려 1억2000만 원의 차액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자를 조금 더 내더라도 일찌감치 장기 투자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론이다.자녀의 사교육비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월 소득 300만 원 중 100만 원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한다면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꿈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노후를 자식에 기대 살지 않으려면 사교육비를 줄여야 하는 이유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다.내 집 마련 최상책은 ‘청약’적정한 생활비가 결정됐다면 다음 단계는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자금을 운용할지 따져봐야 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노후 자금을 계산한 후에 이를 달성하기 위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내 집을 아직 장만하지 못한 경우 먼저 주택 마련 전략을 세운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성급하게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자제하는 게 현명하다. 그보다는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본격화돼 미국 금융사가 국내에 진출을 하면 현 시중금리보다 저렴한 대출 상품을 만날 공산이 크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후분양제,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새집을 구할 수도 있다.특히 월 소득이 250만 원 이하인 경우엔 무리해서 주택을 매수하기보다 임대주택을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 대출금을 상환하느라 삶의 질이 크게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팀장은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투자 실패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부동산 투자는 주식 투자에 비해 실패해도 손실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목돈이 물려 옴짝달싹 못하게 되는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투자는 기본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정해야 한다. 복리의 마술이 힘을 발휘하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후 자금이나 아직 어린 자녀의 교육비 마련을 위한 것이라면 장기 투자가 제격이다. 장기 투자를 할 경우엔 예금보다는 펀드나 변액보험이 유리하다. 변액보험은 최소 10년은 유지한다는 자세로 가입하는 것이 좋다. 그 정도는 돼야 만족할만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또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가 되기 때문에 수익률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펀드든 변액상품이든 분산 투자라는 투자의 대원칙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유행 따라 특정한 상품에 ‘올인’하는 투자는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펀드의 경우 우선 국내 펀드와 해외 펀드의 비율을 정한다. 비율은 시장에 대한 판단에 따라 가변적이지만 해외 펀드의 비율을 50% 이상 잡지 않는 것이 좋다. 정보 부족으로 인한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국내 펀드든 해외 펀드든 성장형과 가치형에 고르게 투자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투자 기간은 최소 3년 이상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시장 변화에 따른 단기적 수익률에 일희일비하면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재무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애초에 포트폴리오 구성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이것만 되면 별다른 관리를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인 것이 현실이다. 이럴 때엔 과감한 자산 리모델링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보험의 경우 본전 생각 때문에 해약하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의 투자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손해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보장 범위가 동일하다면 하나를 해약하고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여러 모로 유익하다. 펀드의 경우도 하나의 유형에 투자가 집중돼 있다면 수수료 부담이 있더라도 분산 투자의 원칙에 따라 재구성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