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휴대폰 빌링 전문가로 우뚝

<아라비안 나이트>에는 착한 요정 ‘지니’가 나온다. 천년간 갇혀 있던 램프 안에서 해방된 지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재주 덕분에 알라딘이 곤경에 처했을 때마다 그를 구해준다.요즘 세상에 지니처럼 다재다능한 것을 꼽으라면 휴대폰이 그중 하나일 듯하다. 휴대폰은 단순히 전화만 거는 도구가 아니다. 약속 스케줄을 관리하거나 전화번호를 저장한다. 시계기능도 대신한다. 휴대폰 때문에 손목시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을 정도다.TV도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사진촬영 전자수첩 영어사전 MP3 메일송수신 기능도 있다. 친구가 사는 로스앤젤레스의 현지 시각이 궁금할 때는 이를 확인할 수도 있다. 휴대폰을 잃어버리면 꼼짝 못하는 것도 이런 다양한 기능 때문이다.최근 들어서는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살 때 결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신용카드 결제에 비해 간편해서다. 특히 건당 몇 만 원선의 소액 결제의 경우 휴대폰 결제가 급속히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휴대폰 결제 시장은 9600억 원으로 커졌다. 2003년 4700억 원에서 2004년 6300억 원, 2005년 7700억 원으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 최근 3년 새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서울 코엑스 아셈타워에 있는 모빌리언스. 이 회사는 휴대폰 결제 업체다. 작년 매출 390억 원에 영업이익이 57억 원에 달했다. 2005년 301억 원 매출에 영업이익 27억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매출은 29.6%, 영업이익은 111% 증가한 것이다. 이 회사의 매출은 휴대폰 결제를 통해 들어오는 수익금이다. 거래액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이 회사가 처리한 상거래액은 약 4600억 원으로 국내 전체 거래액의 48%에 이른다.모빌리언스의 주요 매출처는 한게임 넥슨 등 인터넷 게임 업체를 비롯한 국내 3000여 개의 온라인 콘텐츠 업체다. 최근 온라인서점 예스24, 최대 극장 체인을 보유한 CGV, 온라인 교육 서비스 제공 업체 메가스터디 등 실물 시장 및 e러닝 시장으로 진출하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모빌리언스는 국내 휴대폰 결제 시장에서 6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가 선두를 달리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첫째 한 우물 경영이다. 창업자인 황창엽 사장(43)은 모빌리언스의 성공 비결에 대해 “회사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다른 사업에 눈 돌리지 않고 한 가지 사업만 벌여 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황 사장은 휴대폰 결제 시장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감지했다. 한솔PCS에 근무할 때 사내 벤처로 모빌리언스를 시작했다. 창업 후에도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분야인 결제 서비스 외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사업 초창기 이동통신사들로부터 제대로 투자를 받지 못해 계획이 당초 구상대로 진행되지 않자 직원들은 물론 투자자들까지 사업 다각화를 권유했다. 하지만 그는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야 좋은 결실을 볼 것”이라는 신념을 꺾지 않았다. 그는 “많은 벤처 기업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 외의 사업에 뛰어들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전문성 부족으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인 것도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한다.둘째는 과감한 기술 개발과 투자다. 그는 전체 직원 75명의 약 40%를 기술개발 부서에 배치해 놓고 있다. 휴대폰 결제는 상품이나 서비스 이용 회사로부터 그 가치에 대한 대가를 지불받는 비즈니스다.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므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을 위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축적된 경험을 기반으로 제휴사별 특성에 최적화된 효율성 높은 위기관리 시스템(Risk Management System)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모빌리언스는 결제 분야 전문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 시스템 투자만큼은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말 5억 원을 투자해 추진하기 시작한 재해복구센터(DR: Disaster Recovery Center)의 구축을 최근 완료했다. 이 센터 구축으로 각종 데이터의 백업과 시스템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차세대 빌링 시스템’이라는 대규모 장기 프로젝트에 착수할 예정이다. 지금은 휴대폰 결제 규모가 연간 1조 원 수준이지만 수년 내 다가올 3조 원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셋째 목표 의식 공유다. 모빌리언스는 설립 초기부터 임직원들이 한 배를 타고 같은 비전과 목표를 갖고 땀 흘리고 있다. 각 이동통신사 출신의 임직원들이 다수 포진, 이통사의 사업 방향과 조직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하는 휴대폰 결제 사업에 있어 또 하나의 경쟁 우위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후 1989년 LG전자를 시작으로 한국통신하이텔, 한솔PCS 등 통신 관련 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황 사장은 한솔PCS의 사내 벤처로 시작해 2000년 3월 독립했다. 첫 해 올린 매출액은 불과 380만 원이었다. 이후 온라인게임 등 온라인 콘텐츠 시장의 확대로 결제 수요가 늘어나면서 매출이 뜀박질했다.일부에서는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확대가 부수적으로 휴대폰 결제 시장을 이끌어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휴대폰 결제가 없었더라면 국내 온라인 콘텐츠 시장이 이처럼 커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모빌리언스는 자부하고 있다. 결국 상호 윈윈 게임이었다는 것이다.미국·중국에서도 결제 서비스 준비황 사장은 2001년 업계 최초로 국내 전 이동통신사에서 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결제 서비스 사업 확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같은 해 하나로텔레콤의 ARS 결제 서비스와 이듬해 KT폰빌(유선전화 결제) 서비스로 유선까지 사업을 확장했다.2002년 ‘단문 메시지를 이용한 휴대폰 결제 서비스’, 2005년 ‘단문 메시지를 이용한 전자결제 승인 방법 및 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얻었다. 올해는 KBS의 모바일 포털 사이트를 구축하고 통신·방송 결제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황 사장은 국내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해외 진출에 대해 “교포들이 한국 기업의 콘텐츠를 구매하기 위한 소액 결제 수단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사업 초기에 교포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이를 바탕으로 차츰 휴대폰 결제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시장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이와 관련, 지난 2월 미국 페이먼트원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6월께 미국 유선전화 결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아직 생소한 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소개함은 물론 우리나라가 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위한 준비 작업 역시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모빌리언스는 해외 진출과 함께 국내 실물 결제 서비스를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초기에는 게임 아이템, 캐릭터 등 콘텐츠 위주의 결제가 이뤄졌다. 하지만 실물 결제 시장이 점차 커져 지난해 휴대폰 결제 시장의 9%를 차지했으며 올해는 20%로 증가할 전망이다.“휴대폰을 이용해 책이나 피자 등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아주 간편하지요. 하지만 혹시라도 이로 인한 부작용은 없는지 검토하고 있습니다.”휴대폰 결제 서비스는 콘텐츠 결제와 실물 결제가 각각 최고 15만 원으로 제한돼 후불 제도의 맹점으로 인한 과다한 지출을 방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고객이 요청하면 휴대폰 결제 서비스 이용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해 부모 명의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의 충동구매를 예방하고 있다.황 사장은 기술 분야는 전공자인 부사장들에게 대부분 위임하고 있다. 자신의 최대 임무는 회사의 리스크 관리라고 못 박는다. 또 고객사와 소비자들과의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 두 가지 일에 전념하고 있다.약력: 1963년생. 82년 명지고 졸업. 89년 LG전자 입사. 90년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95년 한국통신하이텔 입사. 97년 한솔PCS 입사. 2000년 모빌리언스 창업 및 대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