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수두룩’…심리적 저항선 ‘우르르’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들어섰다. 지난해에 이어 연초부터 연달아 터져 나온 각종 부동산 대책이 시장을 크게 위축시켰다. 특히 강남지역 재건축 시장에는 심리적인 가격 저항선마저 무너지고 있어 “조정세가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여러 가지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일시적으로 나오는 급매물이 소화가 되면 바로 가격이 오르는 예전과 달리 급매물이 팔리더라도 가격 하락세는 계속된다는 점이 그렇다. 또 버블세븐으로 불리는 블루칩 지역의 우량 아파트 가격이 뚝뚝 떨어지는 반면 강북 주거 밀집지와 수도권 동북부 등 이른바 소외 지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한 상승세 또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이러한 현상 이면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주요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가 지난해 10월 첫째 주부터 2007년 4월 셋째 주까지 주간 매매 가격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11·15대책과 1·11대책 발표가 집값 상승의 주요 변곡점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모양새를 띤 것이다.지난해 추석 이후 급등했던 아파트 값은 11월 11일 최고점을 찍은 후 11·15대책 발표와 함께 수그러들었다. 이어 발표된 1·11대책은 전국 아파트 값 하락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주택 담보대출 요건 강화를 골자로 한 이 대책은 발표 후 매수세를 급격히 위축시켜 전국적으로 가격 하락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또한 3월 29일 청약가점제 공청회가 개최되면서 매매시장은 급속히 위축됐으며 주택법개정안이 4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집값 하락의 쐐기를 박았다.◇ 11·15대책 이후 …재건축 단지 하락 시작= 지난해 추석 이후 본격적인 가을 성수기가 시작되면서 수도권 전체 아파트 값이 과열되기 시작했다. 전세 시장 초강세가 매매시장으로 이어져 강남·북은 물론 경기 전 지역으로 상승세가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10월 27일 검단신도시 발표로 그동안 잠잠했던 인천 집값마저 급상승했다. 11월 11일에는 2006년 들어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때 주간 상승률은 서울 1.45%, 신도시 1.53%, 경기 1.86%, 인천 1.03%였다.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11·15대책을 내놨다. 이 대책은 민간 아파트 분양가상한제와 민간 아파트 원가 공개 등을 담고 있다. 따라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재건축 아파트의 투자 메리트가 상실되자 거침없이 오르던 집값이 일단락됐다. 11월 15일 정부 발표 후 11월 넷째 주인 11월 25일 아파트 값은 전체적인 안정세를 보였다. 서울은 0.57%, 신도시 0.51%, 경기 0.52%, 인천 0.50% 상승해 무섭게 치솟던 10월 아파트 값에 비해 둔화됐다.또한 지방 시장 침체기로 좀처럼 활발하지 않았던 전국 아파트 값 상승률도 대책 발표 전인 11월 11일 0.49% 상승했지만 11월 25일 0.17% 상승하는데 그쳐 부동산 대책의 파장이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매매 시장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1·11대책 발표 … 강남권 냉각= 11·15대책으로 아파트 값이 일시정지 상태였다면 1·11대책으로 본격적인 하락세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 대책은 담보대출 자격 강화를 골자로 한 만큼 매수세를 약화시켰다. 또한 3월 14일 건교부가 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면서 공시가격이 지난해와 비교해 평균 24% 올라 종합부동산세 회피 매물을 등장시켰다.특히 고가 아파트가 포진해 있는 버블세븐 지역의 냉각화가 빠른 속도로 전개됐다.1·11대책을 기준으로 전후 3개월간 아파트 값 상승률을 볼 때 격차는 두드러진다. 1월 11일 대비 4월 14일 현재 송파구가 2.44% 하락했으며 이어 양천구(마이너스 2.19%), 강남구(마이너스 0.86%), 서초구(마이너스 0.28%), 분당(마이너스0.52%), 평촌(마이너스 0.06)이 내림세를 기록했으며 용인은 0.08% 상승하는 데 그쳤다.1·11대책으로 재건축 아파트 값의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1·11대책 발표 직후인 1월 20일 조사에서 서울 평균 재건축 아파트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2006년 8월 이후 약 5개월 만의 하락세를 보였다.월간 재건축 아파트 서울 평균 매매가 상승률을 볼 때 10, 11월은 2.66%, 3.99%를 나타내며 높은 오름세를 보였지만 2월부터 큰 폭으로 꺾인 모습이다. 2, 3, 4월은 각각 마이너스 0.37%, 마이너스 0.25%, 마이너스 1.20%를 보였다.◇ 주택법개정안 통과 … 전국적 침체= 11·15부동산대책의 핵심인 주택법 개정안이 3월 한달간 표류하면서 비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연일 강세를 보였다. 특히 대출 규제로 인해 강남권 및 고가 주택 인기가 시들해지자 강남 대기 수요자들은 관망세를 보였다. 반면 비강남권 실수요자는 전셋값 상승으로 3월까지 매매시장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나타냈다. 따라서 강북권 및 수도권 소외 지역인 경기 동북부 아파트 값이 소리 소문도 없이 올랐다.하지만 3월 29일 청약가점제 공청회 개최와 4월 2일 주택법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로 최근에는 매매시장을 이끌던 실수요자마저 자취를 감췄다. 정부가 발표한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에 따르면 분양가가 기존 시세보다 20% 정도 저렴해 수요자들이 분양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 바뀐 청약제도가 무주택 기간 및 부양가족 수에 따라 가점이, 주택 보유수에 따라 감점이 적용돼 주택 구입을 대거 미루는 추세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4월 들어 매매시장은 올스톱된 상태로 강남권은 물론 수도권 전역에까지 확산됐다.전국 아파트 값 주간 상승률은 4월 7일 0.0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울지역은 3월 31일 0.01% 하락한 데 이어 4월 7일 0.07%, 4월 21일 0.12%로 내림세를 타고 있어 침체의 골은 깊어만 갔다.◇ 정부 대책의 수혜 지역 따로 있다= 수도권 아파트 값 과열 현상을 보인 10월부터 현재까지 6개월여 기간에 뚜렷한 상승세를 보인 곳은 어디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울에서는 강북지역, 경기도에서는 교통 여건이 좋지 않았던 동북부 지역이다.10월 21일 대비 4월 21일 상승률에서는 노원구가 20.28%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중랑구 13.56%, 강북구 12.69%, 광진구 12.59%, 성북구 12.53%로 나타났으며 경기도에서는 광주시 20.24%, 의정부시 20.22%, 구리시 16.03%, 수원시 15.21%, 남양주시 13.91%로 조사됐다. 서울 및 경기도 상승률 상위 5개 지역을 살펴보면 그동안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르지 않았던 소외 지역이다. 아파트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까닭에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상승세를 기록했다.특히 경기지역에서는 광주시가 신도시 조성 열기를 타고 급등했으며 의정부 구리 남양주는 경원선 전철 개통과 더불어 택지지구 조성 등으로 오름폭을 보였다. 조민이·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