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개성 살린 콘텐츠로 차별화할 터’

‘15초 마술사’의 손길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닿았다.송성각 도너츠미디어 사장(49)은 국내 최대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에서 25년간 활약해 왔다. 제일기획의 단 1명뿐인 제작본부장(상무)으로 일한 뒤 지난 2월 도너츠미디어(옛 팝콘필름)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도너츠미디어의 최대 주주는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이다. 도너츠미디어는 최근 신동엽 유재석 김용만 노홍철이 소속돼 있는 DY엔터테인먼트를 202억 원에 인수해 화제에 올랐다.송 사장의 이동은 엔터테인먼트 업계 ‘우수 인력 스카우트’의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제일기획 시절 그는 ‘히트 광고 제조기’로 불렸다. 클리오, IBA, 뉴욕 페스티벌 등 주요 국제 광고제에서 숱한 상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애니콜 지펠 파브 센스 옙(Yepp) 등 주요 제품의 광고 전략을 10년간 책임져 온 전문가다. 특히 냉장고 지펠과 TV 파브는 런칭부터 1위에 오를 때까지 줄곧 담당했다. ‘아이디어 뱅크’로 통하는 그의 집에는 LP만 800장, CD와 DVD는 각각 4000장이 있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며 ‘건질 게 있는지’ 골몰한다.송 사장은 “정비된 조직과 시스템, 인적 자원을 갖춘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만들어 한국 영상 콘텐츠의 메카로 떠오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팝콘필름에서 도너츠미디어로 회사 이름을 바꾼 이유는 무엇입니까.제가 대표이사로 취임했던 지난 2월 회사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극장에서 먹는 ‘팝콘’이라는 이름은 영화 위주의 제작사라는 이미지를 줍니다. 영화라는 한정적인 범위에서 벗어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제작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게 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인이 즐겨먹는 달콤한 ‘도너츠’를 회사 이름에 넣게 됐습니다.광고인에서 엔터테인먼트 기업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계기가 궁금합니다.광고와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은 장르는 다르지만 같은 영상매체입니다. 광고를 보는 대상을 ‘소비자’로 잡았다면 드라마와 영화의 타깃은 ‘시청자’입니다. 사람 마음을 읽는다는 공통점을 지녔습니다. 소규모로 운영돼 오던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붐업을 일으켜 산업화되고 있습니다. 제일기획에서 25년간 익혀 온 조직 운영력과 팀워크 창출 노하우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접목할 계획입니다.앞으로 전개할 사업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도너츠미디어는 드라마본부 영화본부 예능본부 등 3개의 사업 영역으로 나눴습니다. 드라마본부에서는 김사랑 김태우, 가수 아이비가 출연하는 ‘도쿄, 여우비’ 등 2편의 드라마를 사전 제작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올로케로 진행되는 대작입니다. 영화는 올해 6편 개봉이 목표입니다. 투자를 완료해 개봉하는 영화가 6편 정도면 업계에서는 공격적인 행보로 받아들입니다. 예능본부는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과 DY엔터테인먼트 등 계열사에 소속된 MC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곳입니다.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체계화되면서 내부 인적자원 관리도 중요해졌습니다.도너츠미디어를 제작·기획 전문 집단으로 키우려면 인사 전략도 남달라야 합니다. 일단 대표이사인 제가 내부 직원에게 귀감이 돼야 합니다. 직원 입장에서 일하는 일터에 대한 신뢰(Trust)와 자부심(Pride), 재미(Fun), 이들 세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좋은 직장입니다. 좋은 인재를 갖춰야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개인 비전과 회사 비전이 한곳에서 만나야 하는 겁니다.계열사에 대거 포진해 있는 유명 MC를 어떻게 활용할 방안인지요.오락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 분야로까지 확대할 예정입니다. MC들의 고유 개성을 살리겠습니다. 뉴욕유학을 다녀온 박경림은 ‘뉴욕 잉글리시’, 지적 이미지가 강한 유정현은 ‘논술 따라잡기’, 신동엽은 ‘경제야 놀자’ 등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 지상파 방송국 아나운서에서 소속을 옮긴 강수정에게는 ‘MC아카데미’, 김성주에게는 ‘스포츠중계’ 등을 맡긴다는 구상입니다. 각 MC의 캐릭터에 맞는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화면에서 보이는 연예인 이면의 하루를 집중 취재하는 ‘리얼X맨(가칭)’ 등의 프로그램 제작에도 뛰어들 생각입니다. 기존 정규 프로그램 제작과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시도입니다.연기자 겸 MC 등 만능 엔터테이너가 늘어갑니다.컨버전스 시대에는 인프라만 융복합되는 게 아닙니다. 가수와 배우, MC의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다는 인적 자원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보유한 MC 가운데 이와 같은 컨버전스 엔터테이너가 적지 않습니다. 윤종신의 경우 가수가 아닌 MC로 영입했습니다.뉴미디어 활용 방안이 궁금합니다.모바일 화상 통화의 개시와 함께 와이브로, IPTV(인터넷 TV) 등 첨단 영상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최근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시장이 커지듯이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도너츠미디어는 최근 인수한 DY엔터테인먼트의 100% 완전 자회사인 TS컴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TS컴은 모바일, 인터넷 스포츠 중계 업체입니다. 아울러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와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 하나로TV 등의 IPTV를 통해 동영상 콘텐츠를 서비스하겠습니다.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가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이 궁금합니다.과거에는 한 개인의 노력과 역량에 좌우되는 소규모 영세성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반면 최근에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콘텐츠를 제공하도록 기업들이 시스템화, 조직화되고 있습니다. 전략적인 접근 방식을 갖게 된 겁니다. 미래를 위한 인적, 물적 역량이 배가될 수 있는 겁니다.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현재 이슈는 무엇입니까.예전에는 드라마, 영화, 음악 등 각 분야로 분열됐던 기업들이 통합되는 추세입니다. 이런 트렌드로 전문성이 강화됐다는 것을 첫 번째로 손꼽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 있던 소규모 기업들끼리 통합되면서 마케팅 비용도 효율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인적 자원 양성에도 유리합니다.해외와 비교한다면, 국내 연예 산업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어떻게 보십니까.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미국 일본 등과는 다소 다른 양상과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유수 기업의 규모와 시스템, 조직력과 자금 동원력 등에는 많이 못 미치는 게 현 상황입니다. 국내 기업들도 어느 정도 양적인 규모는 이제 갖추게 됐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좀더 유기적인 조직으로 정비해 나가야 합니다. 기업으로서 양질의 수익 모델 개발이 뒷받침돼야 외형만 커지는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엔터테인먼트 업계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개미처럼 살지 말고, 거미처럼 살아라’는 말을 늘 마음에 품고 있습니다. 개미 100마리가 떼를 지어 간다면, 그 가운데 밥풀을 실제로 옮기는 개미는 20마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머지 80마리는 왜 바쁜지 그 이유도 모른 채로 분주히 움직일 뿐입니다. 반면 거미는 1마리 단위로 움직여도, 먹이가 지나갈 길을 미리 알고 거미줄을 쳐놓는다고 합니다. 전략적 생활 방식이 거미의 생존 본능에 녹아든 겁니다. 이미 떨어져 있는 밥풀을 주우러 다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수익이 날지 미리 예측하고 대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