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다음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에요’
“마음에 드시면 들어와서 입어보세요.”“마네킹에 입혀 놓은 그 옷은 안에 다른 컬러도 있어요.”경쾌한 음색의 목소리에 지나가던 사람들은 발길을 멈추고 매장 안을 기웃거린다. 매장 안을 들여다보던 사람들이 놀라 서로 소곤거리며 말을 주고받는다.“영화배우 최은주 아냐? 영화 ‘조폭 마누라’에 나왔던 그 배우 맞지?”복합 엔터테인먼트 상가 신촌 M밀리오레 3층에는 탤런트 최은주(29)가 운영하는 패션숍이 있다. 작년 9월 오픈한 M밀리오레 3층에 있는 스타숍에는 최은주를 비롯해 가수 백지영, 배우 정태우, 최윤영 등이 의류 매장을 오픈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최은주 스타숍’은 작년 12월 8일 오픈, 이제 두 달 남짓 된 따끈따끈한 매장이다. 매장 오픈 제의를 받은 건 작년 9월이었다. 사실 이런 제안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의류 매장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다. 그 당시 그녀에게 제안한 조건은 얼굴마담 형식으로 이름만 빌리는 것이었고 그 대가로 수익의 50%를 준다고 했다.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수익의 50%를 가져간다는 것은 매력적인 제안처럼 보이지만 한 번 뒤집어 생각하면 이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연예인의 이름을 걸고 하는 사업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 모두 연예인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운영이나 제반 사항에 대해 알지 못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 시스템인 것.M밀리오레의 제안을 받아들여 ‘최은주 스타숍’을 오픈한 건 100% ‘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네킹에 옷을 입히는 사소한 일까지 모두 그녀의 손을 거친다. 의류 도매상, 인터넷 쇼핑몰, 의류 공장 등 주변에 패션 사업을 하는 지인들이 많아 처음부터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이들은 준비 과정에서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초기 투자 비용 1000만 원모던하면서도 개성 강한 인테리어가 시선을 끄는 최은주 스타숍에는 자체 제작한 옷들과 유럽에서 들여온 ‘ZARA’ ‘H&M’의 제품들이 디스플레이돼 있다. 매장 오픈을 준비하며 가장 오랫동안 고민한 것은 매장 콘셉트와 다른 매장들과의 차별화 전략이었다.“주변에서 매장 콘셉트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하시더라고요. 일단 다른 매장들과 아이템에 차별화를 많이 두었어요. 자체 디자인한 제품에 ZARA와 H&M의 제품들을 외국에서 직접 구입해 와 판매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외국 브랜드와 자체 디자인한 제품의 비율이 7 대 3 정도였어요. 막상 오픈하고 보니 가격이 저렴해서 그런지 자체 디자인한 제품의 반응이 좋더라고요. 최근에는 5 대 5 정도예요.”초기 투자비용은 1000만 원 정도 들었다. 처음 예상한 비용은 500만 원 정도였다고. 그러나 12~13평 정도 되는 매장에 옷을 가득 들어놓다 보니 500만 원으로는 턱 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ZARA와 H&M의 옷들을 외국에서 구입해 오다 보니 예상보다 2배는 많은 비용이 들었다. 그 대신 인테리어 비용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M밀리오레는 다른 쇼핑몰들과 달리 각 매장마다 각기 다른 콘셉트로 미리 인테리어 공사를 끝냈던 것. 매장 인테리어에 맞게 행어까지 준비돼 있었던 상태다. 옷만 가지고 들어가면 되는 조건이었으니 인테리어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사실 이런 유리한 제반 조건 때문에 M밀리오레에 입점한 것이기도 했다.오픈하며 한 달에 30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했으나 두 달 정도 지난 현재 아직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M밀리오레 자체가 아직 덜 알려져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이 지역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신촌역에 밀리오레가 오픈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유동 인구가 적다 보니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패션계의 불경기라는 12월에 매장을 오픈한 것 역시 악재로 작용했다. 이런 이유로 지난 두 달간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많이 거쳤고 짧은 기간이지만 제법 노하우가 쌓였다. 잘 팔릴만한 아이템을 보는 눈에서부터 시작해 직원 관리하는 방법, 숍 운영자로서 가져야 할 마인드까지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노하우를 직접 체험을 통해 몸으로 느낀 셈이다.‘100% 오너 마인드를 갖춰라’주말 이곳을 찾으면 백발백중 그녀를 만날 수 있다. 평일도 스케줄이 없을 때는 거의 매장에 나와 있다. 이것이 운영상의 가장 큰 원칙이다. 그녀가 매장에 있을 때와 없을 때 매출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매장에 관련된 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제 손을 거쳐요. 당연하죠. 제 매장이니까요. 사장이 관심 갖고 체크할 때와 나 몰라라 하고 신경 안 쓸 때 매출 차이는 하늘과 땅이에요. 손님이 많은 주말에는 꼭 매장을 지켜요. 매장에 들르지 못할 때는 꼭 전화 통화로 재고를 확인하고 장부를 체크하죠. 처음에 매장이 넓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와서 보다 보니 옷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근 1000만 원어치의 옷이 있는 데도 말이에요. 모든 옷들이 하나하나 제 머릿속에 저장돼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이렇게 신경 쓰니 비교적 매출은 안정적인 편이다. 여기에 사근사근하고 시원시원한 그녀의 성격이 플러스로 작용한다. 새침할 것 같은 생김새와 달리 손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직접 손님들에게 옷을 입혀주기도 한다. 평소 사람 좋아하는 그녀의 성격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운영 두 달 만에 깨달은 재미있는 원칙이 하나 있다고 한다.“저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신 손님들은 꼭 물건을 구입하세요. 지나가다 저와 눈이 마주쳐 매장에 들어온 손님들도 마찬가지고요. 옷만 휙 보고 지나가다가 제가 있는 것을 보고 얼굴 보려고 들어왔다가 민망해서 그러신지 티셔츠 하나라도 사가지고 가시더라고요(웃음).”동대문시장처럼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라 단골손님을 확보하는 게 중요했다. 단골을 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싸고 예쁜 디자인의 옷을 구비하는 것. ZARA나 H&M의 옷의 경우 다른 매장이나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이윤을 조금 남기더라도 손님이 두 번 찾아오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소매를 하는 매장은 동대문시장의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해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매시장은 공장에서 물건을 구입해 소매상에게 판매한다. 소비자의 손에 오기까지 공장, 도매상, 소매상의 유통 단계를 거치게 된다. 반면 그녀는 공장에서 직접 물건을 가져와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했다. 이는 직접 공장을 운영하는 지인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여기에 디스플레이의 힘이 더해졌다. 손님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건 마네킹에 입혀져 있는 옷들이다. 행어에 걸려 있을 때 눈에 띄지 않던 옷들도 마네킹에 입혀두면 반응이 달라진다고.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다. 그동안 스타일리스트들이 입혀준 옷을 많이 입다보니 어느덧 스타일리스트 못지않은 안목을 갖게 됐고, 따라서 직접 옷을 코디해 마네킹에 옷을 입힌다.이런 그녀의 노하우들이 조화를 이뤄 매출 목표를 초과 달성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인터뷰하는 중간에도 매장에 들어온 손님들 하나하나 신경 쓰며 이것저것 조언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열정과 욕심을 읽어낼 수 있었다. 매장이 자리 잡고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자신의 이름 건 브랜드를 런칭하고 싶다는 그녀의 꿈이 곧 현실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