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는 신주력 시장’…전자·철강 ‘두각’

“LG전자의 타임머신 TV는 멕시코에서 유일한 제품이라 인기가 많아요. 40인치, 42인치 등 제품군도 다양해 다른 경쟁 브랜드들이 쉽게 쫓아오지 못하죠.”멕시코시티 북쪽 중산층 거주지로 유명한 사텔리테의 커머셜센터. 넓은 부지에 팔라시오 데 히에로(철의 궁정), 시어즈, 리버풀 등 고급 백화점이 밀집해 있다. 이곳 팔라시오 데 히에로의 오마르 잠브라노 가전 매장 매니저는 요즘 잘나가는 제품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LG전자, 전자통신업계 1위 ‘야심’팔라시오 데 히에로 가전매장에서 독립 부스를 운영하는 업체는 소니와 LG전자, 삼성전자뿐이다. 잠브라노 매니저는 “소니가 40%,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각 20% 정도 나간다”고 말했다. 멕시코 TV시장은 브라운관(CRT)에서 LCD, PDP 등 평면 패널로 돌아서는 시점이라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윤태환 LG전자 멕시코 판매법인장은 “멕시코는 라틴 문화지만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잘 팔리는 제품군이 다른 중남미 국가와는 다르다”며 “예전에는 3~4년 차이로 미국을 따라갔지만 요즘은 1년으로 시차가 줄었다”고 말했다. 멕시코 전체로 따지면 LG전자는 PDP TV, 평면 TV, LCD 모니터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사텔리테 커머셜센터 1층 핸드폰 매장에서도 한국 업체들은 두각을 나타낸다. LG전자와 삼성전자, 팬택 핸드폰이 나란히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실비아 로드리게스 핸드폰 매장 매니저는 “LG전자와 삼성전자 핸드폰은 디자인 때문에 많이 나간다”며 “삼성전자 핸드폰은 장년층에 인기가 있는 반면 LG전자 핸드폰은 젊음층이 더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노키아와 소니에릭손의 아성을 깨지 못하고 있다. 노키아는 중저가폰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고 소니에릭손은 지난해 뮤직폰을 무기로 돌풍을 일으켰다.LG전자도 지난해 초콜릿폰으로 짜릿한 성공을 맛보았다. LG전자는 1년만에 초콜릿폰을 80만 대 팔아치우며 GSM(유럽식 이동통신) 폰 시장 점유율을 단숨에 5%에서 10%로 끌어올렸다. 멕시코 통신 시장은 GSM이 95%, CDMA(부호분할다중접속)가 5%를 차지하고 있다. 윤태환 법인장은 “올해 후속 모델 샤인폰으로 초콜릿폰의 성공 신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멕시코 법인은 LG전자의 35개 해외 판매법인 중에서도 주목받는 곳이다. 지난해 8억6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11억5000만 달러 매출로 소니를 제치고 멕시코 전자통신 업계 1위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현재 멕시코 북쪽 미국 국경 부근인 멕시칼리(휴대폰, LCD), 레이노사(TV, PDP), 몬테레이(냉장고) 등 3곳에 생산법인을 가동하고 있다. 이들 생산 공장에서 나온 제품은 60%가 미국 시장으로 보내진다. 나머지 30%는 멕시코 내수시장, 10%는 중남미 수출용이다. 지난해 멕시코 내 3개 생산법인과 판매법인의 매출을 합하면 31억 달러에 달한다. LG전자는 휴대폰과 LCD 등의 생산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추가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삼성전자의 세탁기, 냉장고 생산 공장은 멕시코시티에서 북쪽방향 차로 2시간 거리인 케레타로에 있다. 멕시코시티에서 미국 국경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축선 상이다. 케레타로에서 국경까지 가려면 차를 타고 10~12시간을 더 달려야 한다. 정이호 삼성전자 케레타로법인장은 “처음부터 미국 시장보다는 멕시코 내수와 중남미 수출을 염두에 두고 공장을 지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시장에 들어가는 냉장고는 100% 광주 공장에서 만들어 배로 실어온다. 미국 시장 제품은 냉동고가 아래에 있는 바텀 마운트형 대형 지펠류로 케레타로에서 생산하는 제품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라인 증설을 통해 미국 시장 공략에도 나설 예정이다. 정 법인장은 “물류비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관세나 리드타임(주문에서 출하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멕시코 생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케레타로 공장은 현재 냉장고와 세탁기 각각 3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철판은 한국과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고, 대형 사출물은 현지에 동반 진출한 4개 중소기업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정 법인장은 “멕시코 내수 시장을 겨냥해 모델 라인을 전부 새로 바꿨다”며 “오는 4월 첫선을 보이는데 기대가 아주 크다”고 말했다.삼성전자는 케레타로 외에도 티후아나에 대규모 TV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휴대폰은 최근 관련 업체에 OEM(주문자 생산 방식) 형태로 라인을 확보했다. 삼성전자 멕시코 판매법인은 이들 생산 라인에서 나온 제품을 멕시코 내수 시장에 파는 역할을 한다. 현재 가장 판매 비중이 큰 제품은 LCD TV다. 삼성전자는 LCD TV 부문에서 소니를 꺾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삼성전자는 올해 휴대폰 부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당초 티후아나에 있던 휴대폰 생산 라인을 철수하면서 전략적 공백이 발생했다. 최근 OEM 형태로 생산 인프라를 다시 갖추면서 이 공백을 채웠다. 최익석 삼성전자 멕시코판매법인 부장은 “올해 휴대폰 매출을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의 휴대폰 보급률은 55%가량으로 추가적인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데다 테크놀로지에 민감한 멕시코 소비자의 특성상 좋은 제품만 내놓는다면 교체 수요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중심이던 전략을 바꿔 저가폰 시장에도 진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값싼 중국산 부품 사용도 허용했다.삼성전자는 그동안 멕시코 휴대폰 시장 공략에 적지 않은 공을 들여왔다. 멕시코 시장을 뚫으려면 우선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텔셀(Telcel)을 잡아야만 한다. 지난해 이기태 부회장이 직접 나서 텔셀 경영진과 접촉했다.포스코, ‘자동차용 강판 시장 잡아라’주요 글로벌 자동차회사의 생산 공장이 모여 있는 멕시코는 포스코에는 결코 놓칠 수없는 시장이다. 지난해 멕시코에서는 200만 대가량의 자동차가 생산됐다. 이를 위해 사용된 강재만 해도 160만 톤에 달했다. 하지만 멕시코 내에서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양은 겨우 25만~30만 톤에 불과하다. 130만 톤가량의 자동차용 강판을 수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멕시코는 100여년에 가까운 철강 산업 역사를 갖고 있지만 대부분의 설비가 노후화돼 고급 강재 생산에 한계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130만 톤의 거대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곳은 독일 TKS, 미국 US스틸, 일본 MSC, 미탈-아르셀로, 그리고 포스코 등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22만 톤의 자동차용 강판을 멕시코에 팔았다. 2002년 처음 시장에 뛰어들 때 3만~4만 톤 규모이던데 비하면 급성장한 셈이다. 백철현 포스코 멕시코사무소장은 “이제는 멕시코를 ‘신주력 시장’이라는 용어로 부른다”고 말했다.포스코가 자동차용 강판에 전력투구하는 이유는 다른 업체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특화 제품이기 때문이다. 우선 고로에서부터 제강 열연 냉연 도금까지 일관 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어야만 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제강 기술력도 확보돼야 한다. 무엇보다 자동차용 강판은 중장기 공정 수요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를테면 도요타에 자동차용 강판을 한번 공급하게 되면 웬만해서는 쉽게 공급 라인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포스코는 멕시코 남동쪽 푸에블라에 자동차용 강판 17만 톤을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센터(MPC)를 짓고 시험 가동에 들어간데 이어 오는 8월에는 2억 달러를 투자해 멕시코 동부 해안 탐피코에 자동차용 강판 생산에 필수적인 CGL(용융아연도금 라인)을 착공한다. 심경휘 포스코 MPC 대표는 “푸에블라 인근에 있는 폭스바겐이 일차 타깃”이라며 “향후 자동차뿐만 아니라 가전 분야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