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 살리면 중국도 두렵지 않아요’
멕시코 산업단지는 대부분 민간 자금으로 개발된다. 연방정부나 주정부가 조성한 산업단지는 대략 20%가량에 불과하다. 산업단지를 제때 개발하기에는 공공 부문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선택한 대안이다. 최근에는 세계 기업들이 멕시코로 몰려들면서 산업단지 개발업이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투자자들이 직접 산업단지 개발에 나서는 사례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멕시코 산업단지협회(ampip)는 이들 민간 산업단지 개발업자들의 모임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공공 산업단지와 해외 투자자들까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클라우디아 아빌라 코넬리 멕시코 산업단지협회 전무는 오랫동안 방코멕스트(Bancomext)에서 해외 투자 유치를 담당한 베테랑으로 4~5개 국어에 능통하다. 코넬리 전무는 인터뷰 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소식을 물었다. 지난해 한·미FTA와 관련해 한국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수없이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왜 공공 산업단지 수가 적은가?산업단지 조성은 많은 돈이 필요하다. 정부 예산은 보건이나 교육에 우선순위가 주어진다. 그러다 보면 산업단지 건립은 순서가 밀리게 마련이다. 정부는 예산이 없기 때문에 나서지 못하고 민간에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는 역할만 한다. 하지만 민간이 지어서는 적정 수익률이 나오지 않는 지역이 있다. 이런 곳은 주정부가 고용 창출을 위해 공장을 다 지어주고 기업을 유치한다. 이런 곳에는 대부분 첨단 기술보다는 섬유나 의류처럼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들어선다. 그러다 보니 민간 산업단지와 정부 산업단지는 업종에서부터 차이가 난다.언제부터 민간 산업단지가 활성화됐나?멕시코는 처음부터 민간 산업단지가 주류였다. 과거 멕시코 노동자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고 일이 끝나면 멕시코로 돌아오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하지만 불법 이민 문제가 자꾸 생기니까 아예 미국 기업을 멕시코로 오도록 했다. 1966년 마킬라도라(일종의 수출 특구)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들은 두 개의 공장을 갖게 됐다. 첨단기술은 미국에, 노동집약적 과정은 멕시코에. 어쨌든 멕시코에도 공장을 세우게 됐고, 거기에 알맞은 부지가 필요했다. 처음부터 정부는 인센티브만 주고 민간이 산업단지 조성을 주도했다. 처음에는 북쪽 미국 국경 부근에만 있었는데 지금은 전국으로 확대돼 약 400개의 산업단지가 멕시코 내에 있다.멕시코가 중국 인도와 경쟁할 수 있나?물론 브릭스와 경쟁할 수는 없다. 중국은 멕시코보다 인구가 10배나 많다. 당연히 인건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멕시코는 다른 매력적인 투자가치를 갖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에 진출하려는 기업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해 준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물류 측면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관세도 유리하다. 멕시코에 들어오는 많은 기업이 미국을 보고 온다. NAFTA이후 멕시코로 기술 이전이 많이 이뤄졌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멕시코와 미국 디트로이트, 캐나다 윈저를 잇는 거대한 생산망 벨트가 구축됐다. 항공 화학 제약 가전도 경쟁력을 갖게 됐다. 과거 멕시코의 주 수출품은 신발이나, 가구 등 수공업 제품이었다. 이제 이런 것들은 다른 나라로 넘어갔다.향후 과제는?1986년 관세및무역에관한일반협정(GATT)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개방이 시작됐다. 1994년 NAFTA가 발효되면서 외국 기업들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멕시코 내부 시스템은 그런 변화에 맞게 바뀌지 못했다. 어떤 섹터는 정부 통제나, 강한 노조로 여전히 효율성이 떨어진다. 멕시코는 미국의 코밑에 자리한 천혜의 전략적 위치에다 질 높은 노동력, 국제 수준의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현대적 산업단지를 갖고 있는데 에너지 비용이 너무 비싼 게 흠이다. 이걸 낮추는 게 급선무다. 노동법이나 조세 제도도 새로운 현실에서 제구실을 못한다. 현재 조세 제도로는 세금이 형편없이 적게 들어온다. 시장의 문을 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열린 시장에 맞춰 내부 개혁을 해야 한다. 칼데론 정부가 새로운 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국회에서 개혁안이 잘 통과된다면 그때는 중국도 무섭지 않다. 중국이 모든 나라에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는데 각자 스스로의 특기 살려 중국을 넘어서야 한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