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배우 킴’이라 불러주세요

관객의 참여가 공연을 끌어가는 키워드인 동시에 ‘코믹 추리극’이라는 낯선 장르로 다가온 연극 〈쉬어매드니스〉는 지난 연말 국내 초연됐다. 당시 기자는 공연 관계자로부터 시즌2에는 개그맨을 캐스팅하게 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시종일관 정신없는 수다를 이어가는 미용실 주인 토니 역으로 개그맨 김기수를 떠올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그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가 생각하는 토니는 어떤 캐릭터일지, 개그맨으로서 연극배우에 도전하는 느낌이 궁금했다.TV 화면으로 볼 때보다 훨씬 마르고 날렵한, 그리고 예의바른 인상의 그는 “때 마침 연극을 하고 싶었다”면서 역할을 제안 받은 당시의 소감을 설명했다.“영화 〈댄서의 순정〉에 출연한 이후 임하룡 선배님이 연극, 영화로 영역을 넓힌 ‘희극배우’가 되라고 조언하셨죠. 그런데 〈쉬어매드니스〉의 토니는 제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개성 있는 역할이더군요. 제게 정말 좋은 기회라 생각했어요.”대학시절 연극을 전공한 그였지만 개그맨으로서 연극 무대에 서는 일이 말처럼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터다. “내가 캐스팅됐다니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관계자도 있었다”는 그는 “이를 악물고 사흘 밤을 내리 새우며 대본과 동선을 다 외웠다”고 말했다. 몸무게도 5kg 이상 빠졌다고 했다.“첫 무대에 선 느낌이 뭐랄까, 사막에 혼자 버려진 것 같았어요. 또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도 다졌고요. 연극은 상대 배우와의 조화도 중요하니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두려웠죠.”다행히 공연을 관람한 동료 연예인들이 “다시 봤다”고 칭찬해 줘 조금은 안심이 됐다는 게 그의 말이다. “혹시 놀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을 정도로 믿어지지 않았어요.”그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일이 좋아 개그맨이 됐다고 했다.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희극배우가 되고 싶은 것. 어느 작품에든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희극배우로 평생 남는 게 그의 꿈이다.그런 점에서 정통 연기를 배우면서 순발력과 애드리브 구사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이번 작품이 여러모로 그에게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그는 “관객 입장이었을 때는 그저 독특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던 이 작품이 배우의 입장이 되고 보니 여러 가지 다른 생각을 갖게 한다”고 강조했다.“극에 빠져들게 되고, 관객과의 팽팽한 긴장감으로 게임을 하는 듯한 묘한 기분도 느끼게 되더군요.”그는 욕심이 많다. 틈나는 대로 무엇이든 배우는 것을 즐긴다. 스킨스쿠버, 기타, 색소폰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가수 BMK에게 정식으로 보컬 트레이닝도 4개월이나 받았다. 그래서인지 뮤지컬 출연 제의도 많이 받는다고.그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연기”는 의외로 미스터리 스릴러다. 그는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를 인상적으로 봤다”면서 “살인을 합리화할 정도로 관객을 설득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그는 “이제 연예인 김기수보다 사람 냄새 나는 김기수가 되고 싶다”면서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동시에 이것이 작품에서 묻어나길 바란다”는 희망을 밝혔다. 연극 〈쉬어매드니스〉 시즌2는 대학로 예술마당 2관에서 오픈런(종연 미정)으로 공연된다. q김소연 기자 selfzone@kbizweek.com공연&전시▶유니버설 발레단〈백조의 호수〉클래식 발레의 대표적 레퍼토리. 마법에 걸린 백조 오데트와 지그프리트 왕자와의 애틋한 사랑, 그 사랑을 짓밟는 흑조 오딜의 매력과 함께 백조의 우아한 날갯짓을 표현한 군무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프리마 발레리나의 등용문인 오데트와 오딜의 1인2역은 임혜경, 황혜민, 강예나가 나눠 맡았다. 2월 24~25일/유니버설아트센터/02-2204-1041▶연극 〈다우트〉지난 연말 한국 초연이자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였던 연극 〈다우트〉의 앙코르 공연. 〈다우트〉는 인간 내면에 잠재한 의심과 의혹, 불확신과 확신에 관한 진지한 통찰력으로 2005년 미국에서 퓰리처상과 토니상, 뉴욕비평가상 등을 수상한 작품이다. 지난해 한국 공연 역시 5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 김혜자 박지일 윤다경 등의 열연으로 단 열흘 공연에 7000명의 관객이 관람했으며, 연극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는 김혜자 예수정 남명렬 등이 출연한다. 2월 23일~5월 20일/학전블루 소극장/02-764-5262▶뮤지컬 〈컨츄리 보이 스캣〉악보도 볼 줄 모르지만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노래 부르는 시골 소년(Country Boy)의 이야기. 컨트리보이가 표현하는 스캣(Scat), 즉 의성어나 음절만으로 즉흥 연주하는 것을 중심 소재로 하고 있다. 2005년부터 CJ엔터테인먼트와 킥뮤지컬이 매년 주최하고 있는 ‘창작뮤지컬 쇼케이스’ 그 첫해 공모에서 발탁된 작품이다. 약 2년 동안 꾸준한 작품 심화 과정을 거쳐 오는 3월 동숭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릴 예정이다. 3월 13~19일은 프리뷰 기간. 3월 13일~5월 5일/동숭아트센터 동숭홀/02-501-7888